“민주당이 변했다”…‘쓴소리’ 남긴 금태섭, 다음 행보는?

입력 2020.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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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소신파'로 잘 알려진 금태섭 전 의원이 전격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떠나면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국민을 편 가르고, 정치적 생각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금 전 의원은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밝혔습니다. 당을 비판하며 떠나지만 애정과 진심을 담은 충고는 받아 달라는 뜻입니다.

이같은 탈당 소식에, 이낙연 당 대표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충고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 "민주당의 책임회피…제가 떠나는 게 맞다"

금 전 의원은 오늘(21일) SNS에 올린 탈당 입장문에서 먼저 징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서 '찬성' 당론을 어기고 '기권'을 했다가,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다섯 달 넘게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합리적인 토론도 없었고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면서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제가 떠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징계를 없던 일로 하는 것도, 징계 처분을 유지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부담돼 당이 결정을 못 하고 있으니 자진해서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 "정치는 단순히 승패 가르는 게임이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문제도 하나씩 지적했습니다.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와 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했습니다.

금 전 의원은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면서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이낙연 대표가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강성 지지자에 대한 질문에 "때로는 에너지가 된다"고 답한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금 전 의원은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을 '토착 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치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한 일이라도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갈 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서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마지막 고언(苦言)을 남겼습니다.

■ 이낙연 "아쉬운 일…충고는 받아들인다"

이낙연 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한 질문에 "일단 떠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충고는 저희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당 최고위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 "아쉽다"고만 했습니다. 허영 대변인은 "자연인으로서의 탈당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내 '쓴소리'를 담당하던, 열성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던 전직 의원의 탈당에 지도부는 애써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금 전 의원과 함께 민주당 내 '쓴소리'를 종종 내놓는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의 한 사람인 박용진 의원은 "탈당이라는 방식으로 마지막 충정을 보여주겠다는 말씀도 이해는 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 정계 은퇴는 아니다…다음 행보는?

반면 정청래 의원은 SNS에서 "어차피 예고되었던 일"이라며 "본인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잘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행보다는 국민의당 행을 권한다. 철수형(안철수 대표)이 외롭다. 이럴 때 힘 보태주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금 전 의원이 안철수 대표와의 인연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을 탈당할 때 함께하지 않았고 2015년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책에서 안 전 대표를 비판한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의 영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분 의향이 어떤지는 확인한 적이 없으니 두고 봐야지"라면서도, "그렇지 않아도 탈당과 관계없이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라, 한 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금 전 의원이 민주당 경선 탈락에 대해 "금태섭은 떨어뜨리고 파렴치한 조국은 받들겠다는 게 민주당의 실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반성과 변화를 해야 하는 정당"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탈당이 정계 은퇴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열심히 하겠다"면서 "앞으로의 진로는 천천히,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늘은 탈당 이야기까지만 하겠다"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일단, 가능성은 열어놓은 셈입니다.

금 전 의원의 다음 행보를 쉽사리 짐작할 수는 없지만, 뚜렷한 캐릭터와 인지도라는 '정치적 자산'을 지닌 정치인인 만큼 정치권이 향후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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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이 변했다”…‘쓴소리’ 남긴 금태섭, 다음 행보는?
    • 입력 2020-10-21 11:40:20
    취재K
더불어민주당 내 '소신파'로 잘 알려진 금태섭 전 의원이 전격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떠나면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국민을 편 가르고, 정치적 생각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금 전 의원은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밝혔습니다. 당을 비판하며 떠나지만 애정과 진심을 담은 충고는 받아 달라는 뜻입니다.

이같은 탈당 소식에, 이낙연 당 대표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충고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 "민주당의 책임회피…제가 떠나는 게 맞다"

금 전 의원은 오늘(21일) SNS에 올린 탈당 입장문에서 먼저 징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서 '찬성' 당론을 어기고 '기권'을 했다가,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다섯 달 넘게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합리적인 토론도 없었고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면서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제가 떠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징계를 없던 일로 하는 것도, 징계 처분을 유지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부담돼 당이 결정을 못 하고 있으니 자진해서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 "정치는 단순히 승패 가르는 게임이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문제도 하나씩 지적했습니다.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와 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했습니다.

금 전 의원은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면서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이낙연 대표가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강성 지지자에 대한 질문에 "때로는 에너지가 된다"고 답한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금 전 의원은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을 '토착 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치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한 일이라도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갈 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서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마지막 고언(苦言)을 남겼습니다.

■ 이낙연 "아쉬운 일…충고는 받아들인다"

이낙연 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한 질문에 "일단 떠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충고는 저희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당 최고위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 "아쉽다"고만 했습니다. 허영 대변인은 "자연인으로서의 탈당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내 '쓴소리'를 담당하던, 열성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던 전직 의원의 탈당에 지도부는 애써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금 전 의원과 함께 민주당 내 '쓴소리'를 종종 내놓는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의 한 사람인 박용진 의원은 "탈당이라는 방식으로 마지막 충정을 보여주겠다는 말씀도 이해는 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 정계 은퇴는 아니다…다음 행보는?

반면 정청래 의원은 SNS에서 "어차피 예고되었던 일"이라며 "본인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잘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행보다는 국민의당 행을 권한다. 철수형(안철수 대표)이 외롭다. 이럴 때 힘 보태주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금 전 의원이 안철수 대표와의 인연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을 탈당할 때 함께하지 않았고 2015년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책에서 안 전 대표를 비판한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의 영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분 의향이 어떤지는 확인한 적이 없으니 두고 봐야지"라면서도, "그렇지 않아도 탈당과 관계없이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라, 한 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금 전 의원이 민주당 경선 탈락에 대해 "금태섭은 떨어뜨리고 파렴치한 조국은 받들겠다는 게 민주당의 실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반성과 변화를 해야 하는 정당"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탈당이 정계 은퇴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열심히 하겠다"면서 "앞으로의 진로는 천천히,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늘은 탈당 이야기까지만 하겠다"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일단, 가능성은 열어놓은 셈입니다.

금 전 의원의 다음 행보를 쉽사리 짐작할 수는 없지만, 뚜렷한 캐릭터와 인지도라는 '정치적 자산'을 지닌 정치인인 만큼 정치권이 향후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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