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댔으니 괜찮다?…트라우마 큰 ‘언어 폭력’

입력 2020.10.21 (19:22) 수정 2020.10.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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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에 이어 고창 폭언 교사 사건, 후속 보도이어갑니다.

해당 교사가 수업 중에 한 폭언은 8살 어린이가 감당하기 힘든 폭력이었습니다.

이렇게 말로 또 표정으로 가하는 정서학대는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심각한 상처를 남기지만,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대 이 모 씨는 고등학교 2학년 한학기 내내 담임교사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습니다.

[이 모 씨/대학생/음성변조 : "수업 시간이든 자습 시간이든 학기가 끝날 때까지 제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어요. 항상 쓰레기 몇 호, 쓰레기 2호."]

8년이 지났지만, 당시 모욕감을 준 교사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 모 씨/대학생/음성변조 : "(교사가) 할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그 선생님도."]

직장인 박 모 씨는 중학생 때 교사에게 들었던 외모 비하 발언을 잊을 수 없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주변의 반응에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 모 씨/직장인/음성변조 : "(눈이) 악어X 같다는 말이 사춘기 여자아이에게 외모를 비하하는... (주변에선) 그렇게 상처받을 말도 아닌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아요."]

전문가는 폭력적인 말이나 표정이 주는 상처가 물리적 학대 못지않다고 말합니다.

[김리진/전북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 "정서나 언어로 하는 폭력은 증거가 잘 남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쉽게 빨리 없애주거나 하지 못하죠. 그래서 계속 반복될 확률이 높아요. 사실 아이들이 받는 고통은 오히려 오래 길게..."]

하지만 신체학대에 비해 욕설이나 폭언 등 정서학대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고 처벌 수위도 낮은 게 현실입니다.

실제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 학대 가운데, 신체학대는 경찰 수사를 통해 절반 가까이 처벌로 이어진 반면, 정서학대 가해자는 27%만 처벌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에 따라 정서학대 처벌 근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기준이 모호합니다.

[최윤경/아동권리보장원 학대예방기획부 : "모호하죠. 명확한 증거와 명확한 진술 여러 가지가 뒷받침돼야 (수사가) 진행이 되는데... 사회적으로도 정서학대에 대해서 조금 덜 위험하다는 관점들이 아직까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정서학대 역시 엄연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처벌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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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 안 댔으니 괜찮다?…트라우마 큰 ‘언어 폭력’
    • 입력 2020-10-21 19:22:18
    • 수정2020-10-21 19:30:46
    뉴스7(전주)
[앵커]

어제에 이어 고창 폭언 교사 사건, 후속 보도이어갑니다.

해당 교사가 수업 중에 한 폭언은 8살 어린이가 감당하기 힘든 폭력이었습니다.

이렇게 말로 또 표정으로 가하는 정서학대는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심각한 상처를 남기지만,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대 이 모 씨는 고등학교 2학년 한학기 내내 담임교사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습니다.

[이 모 씨/대학생/음성변조 : "수업 시간이든 자습 시간이든 학기가 끝날 때까지 제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어요. 항상 쓰레기 몇 호, 쓰레기 2호."]

8년이 지났지만, 당시 모욕감을 준 교사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 모 씨/대학생/음성변조 : "(교사가) 할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그 선생님도."]

직장인 박 모 씨는 중학생 때 교사에게 들었던 외모 비하 발언을 잊을 수 없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주변의 반응에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 모 씨/직장인/음성변조 : "(눈이) 악어X 같다는 말이 사춘기 여자아이에게 외모를 비하하는... (주변에선) 그렇게 상처받을 말도 아닌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아요."]

전문가는 폭력적인 말이나 표정이 주는 상처가 물리적 학대 못지않다고 말합니다.

[김리진/전북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 "정서나 언어로 하는 폭력은 증거가 잘 남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쉽게 빨리 없애주거나 하지 못하죠. 그래서 계속 반복될 확률이 높아요. 사실 아이들이 받는 고통은 오히려 오래 길게..."]

하지만 신체학대에 비해 욕설이나 폭언 등 정서학대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고 처벌 수위도 낮은 게 현실입니다.

실제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 학대 가운데, 신체학대는 경찰 수사를 통해 절반 가까이 처벌로 이어진 반면, 정서학대 가해자는 27%만 처벌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에 따라 정서학대 처벌 근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기준이 모호합니다.

[최윤경/아동권리보장원 학대예방기획부 : "모호하죠. 명확한 증거와 명확한 진술 여러 가지가 뒷받침돼야 (수사가) 진행이 되는데... 사회적으로도 정서학대에 대해서 조금 덜 위험하다는 관점들이 아직까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정서학대 역시 엄연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처벌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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