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쿼드 합동군사훈련…한국에 손 내미는 美·中

입력 2020.10.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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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겨냥' 미-일 연합훈련 참관 결정…국방부 "계속 파견해 왔다"

1986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일본의 공동야외기동훈련인 '킨 소드'(Keen Sword, 날카로운 검) 훈련이 오는 26일부터 11일 동안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실시됩니다. 일본 자위대에서 3만7천 명과 함정 20척, 항공기 170대를 동원하고 미국은 제7함대를 중심으로 주일미군 9천 명이 참여합니다. 캐나다도 해군 함정 1척을 파견합니다.

영국과 호주·캐나다·프랑스·인도·필리핀·한국은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합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령급을 '옵저버(참관인)'로 파견했는데 올해는 일본 측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현지 주재관 파견을 요청해와 일본 주재 무관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참관인 파견을 두고 우려도 나옵니다. 킨 소드 훈련의 성격상 중국의 반응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훈련 일정을 공개하면서 미국 제3해병원정대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수륙기동단(ARDB)이 여러 섬에서 연합상륙작전을 실시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일본 수륙기동단은 동중국해의 센가쿠 열도, 중국명으로는 댜오위다오 지역 유사사태에 대비해 창설된 일본판 해병대입니다.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은 7월 말, 해당 해역과 관련해 "중국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을 도울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방한…'反中전선' 동참 촉구?

이런 가운데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1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역내 동맹, 파트너 국가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 임무를 맡은 곳이 인도태평양사령부입니다.

국방부는 '연례적'인 일정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깔려 있지 않느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필립 데이비슨 사령관은 어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국방부는 서 장관과 데이비슨 사령관이 한미가 함께 기울이고 있는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조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개괄적인 논의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일 국방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필립 데이비슨 美인도태평양 사령관이 만났다.20일 국방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필립 데이비슨 美인도태평양 사령관이 만났다.

합동 군사훈련 실시하는 '쿼드'…'중국견제' 속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국가군인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비공식 안보회의체가 '쿼드'(Quad)입니다.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됐지만, 인도와 호주가 응하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일었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구체화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미국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쿼드 4개국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인도양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합니다. 미국·일본·인도의 연례 합동 해상 군사훈련인 '말라바르'에 호주가 13년 만에 참여를 결정하면서 성사된 것입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쿼드의 중국 견제는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우방국 경제연합체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중국 IT 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5G 클린 네트워크에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은 이제 안보 분야에서도 쿼드에 이어 쿼드 플러스 즉 베트남·뉴질랜드·한국 등으로 확장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습니다.

한·중 국방수장 통화…'서욱 장관 방중' 요청

'말라바르' 훈련에 반발해 온 중국은 호주 해군까지 참여하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4개국에 의해 군사적으로 포위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허장성세'라고 깎아내렸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만들려고 계획한다"며 경계를 표명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의미하는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전쟁’의 정신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중국 국방부는 우리 측에 전화 통화를 요청해왔습니다. 오늘 전화통화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방중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 군이 소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리나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묘수'를 찾기가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쿼드에 대해 미리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쿼드에 참여한 국가들도 경제 문제 등에 있어 입장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중 견제'라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쿼드 참여국들이 얼마나 밀도 있게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는데 중국은 호주의 수출국 1위, 일본의 수출국 2위, 인도의 수출국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기존에 참여하던 한미 동맹 차원의 훈련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마지노선은 정해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남중국해 군사 합동훈련에 참가를 하게 되면 확실하게 우리의 입장을 드러내 보이게 되는데, 그런 것에 대한 원칙을 미리 마련해 놓을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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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견제’ 쿼드 합동군사훈련…한국에 손 내미는 美·中
    • 입력 2020-10-21 19:38:08
    취재K
'중국 겨냥' 미-일 연합훈련 참관 결정…국방부 "계속 파견해 왔다"

1986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일본의 공동야외기동훈련인 '킨 소드'(Keen Sword, 날카로운 검) 훈련이 오는 26일부터 11일 동안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실시됩니다. 일본 자위대에서 3만7천 명과 함정 20척, 항공기 170대를 동원하고 미국은 제7함대를 중심으로 주일미군 9천 명이 참여합니다. 캐나다도 해군 함정 1척을 파견합니다.

영국과 호주·캐나다·프랑스·인도·필리핀·한국은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합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령급을 '옵저버(참관인)'로 파견했는데 올해는 일본 측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현지 주재관 파견을 요청해와 일본 주재 무관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참관인 파견을 두고 우려도 나옵니다. 킨 소드 훈련의 성격상 중국의 반응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훈련 일정을 공개하면서 미국 제3해병원정대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수륙기동단(ARDB)이 여러 섬에서 연합상륙작전을 실시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일본 수륙기동단은 동중국해의 센가쿠 열도, 중국명으로는 댜오위다오 지역 유사사태에 대비해 창설된 일본판 해병대입니다.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은 7월 말, 해당 해역과 관련해 "중국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을 도울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방한…'反中전선' 동참 촉구?

이런 가운데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1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역내 동맹, 파트너 국가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 임무를 맡은 곳이 인도태평양사령부입니다.

국방부는 '연례적'인 일정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깔려 있지 않느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필립 데이비슨 사령관은 어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국방부는 서 장관과 데이비슨 사령관이 한미가 함께 기울이고 있는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조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개괄적인 논의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일 국방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필립 데이비슨 美인도태평양 사령관이 만났다.
합동 군사훈련 실시하는 '쿼드'…'중국견제' 속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국가군인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비공식 안보회의체가 '쿼드'(Quad)입니다.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됐지만, 인도와 호주가 응하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일었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구체화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미국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쿼드 4개국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인도양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합니다. 미국·일본·인도의 연례 합동 해상 군사훈련인 '말라바르'에 호주가 13년 만에 참여를 결정하면서 성사된 것입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쿼드의 중국 견제는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우방국 경제연합체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중국 IT 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5G 클린 네트워크에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은 이제 안보 분야에서도 쿼드에 이어 쿼드 플러스 즉 베트남·뉴질랜드·한국 등으로 확장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습니다.

한·중 국방수장 통화…'서욱 장관 방중' 요청

'말라바르' 훈련에 반발해 온 중국은 호주 해군까지 참여하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4개국에 의해 군사적으로 포위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허장성세'라고 깎아내렸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만들려고 계획한다"며 경계를 표명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의미하는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전쟁’의 정신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중국 국방부는 우리 측에 전화 통화를 요청해왔습니다. 오늘 전화통화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방중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 군이 소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리나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묘수'를 찾기가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쿼드에 대해 미리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쿼드에 참여한 국가들도 경제 문제 등에 있어 입장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중 견제'라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쿼드 참여국들이 얼마나 밀도 있게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는데 중국은 호주의 수출국 1위, 일본의 수출국 2위, 인도의 수출국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기존에 참여하던 한미 동맹 차원의 훈련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마지노선은 정해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남중국해 군사 합동훈련에 참가를 하게 되면 확실하게 우리의 입장을 드러내 보이게 되는데, 그런 것에 대한 원칙을 미리 마련해 놓을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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