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불법체류자, 숨죽이며 살다 강제추방…“존재만은 인정해야”

입력 2020.10.21 (21:43) 수정 2020.10.2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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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부모가 불법체류자면 아이는 출생 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교육과 의료 같은 기본적인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이 아이들을 인정하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손은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7살 지혜 양은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출생신고가 안 돼 있습니다.

부모가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기 때문입니다.

지혜 양 남동생도 마찬가지.

동생은 재작년 병으로 숨졌습니다.

[김지혜(가명)/17살 : "보험이 안 되다 보니까 되게 비용이 많이 나와서... 만약 불법 체류나 이런 게 없었으면 그래도 동생이 수술해서 지금까지 있지 않았을까?"]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이 가족은 난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한국에서 낳았지만, 출생신고가 안 돼 한동안 학교도 갈 수 없었습니다.

[미등록 이주학생/15살 : "이제 입학을 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한국 그게(국적이) 없다고 해 가지고... 학교를 못 갔었던 적이 있어요."]

그나마 법이 바뀌어 올해 7월부터는 출생신고가 안 돼 있어도 초·중학교는 갈 수 있도록 했지만 고등학교는 여전히 제외돼 있습니다.

현재 국내 미성년 불법체류자를 법무부는 만 3천 명, 이주단체들은 2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경우는 통계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 역시 성인이 되면 추방되어야 합니다.

[미등록 이주학생 부모 : "제가 '넌 한국인이 아니야, 아이보리안 (흑인)이야'라고 말해도. 제 아들은 '난 한국인이야, 내가 코트디부아르에 대해 뭘 알아요?'라고 해요."]

그동안 국회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출생 신고도 하게 하고 추방도 완화하자는 취지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권인숙/더불어 민주당 의원 : "규정을 만들어서 체류자격의 여지를 좀 여는 것... 적어도 교육권은 좀 보장될 수 있는. 그래서 하루하루가 생존이라고 하는 이분들의 삶에 이 부담은 좀 줄여드리는 게..."]

지난 5월, 인권위는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해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법무부에 권고한 상태입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촬영기자:임태호 이제우/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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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 불법체류자, 숨죽이며 살다 강제추방…“존재만은 인정해야”
    • 입력 2020-10-21 21:43:36
    • 수정2020-10-22 08:07:01
    뉴스 9
[앵커]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부모가 불법체류자면 아이는 출생 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교육과 의료 같은 기본적인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이 아이들을 인정하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손은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7살 지혜 양은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출생신고가 안 돼 있습니다.

부모가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기 때문입니다.

지혜 양 남동생도 마찬가지.

동생은 재작년 병으로 숨졌습니다.

[김지혜(가명)/17살 : "보험이 안 되다 보니까 되게 비용이 많이 나와서... 만약 불법 체류나 이런 게 없었으면 그래도 동생이 수술해서 지금까지 있지 않았을까?"]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이 가족은 난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한국에서 낳았지만, 출생신고가 안 돼 한동안 학교도 갈 수 없었습니다.

[미등록 이주학생/15살 : "이제 입학을 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한국 그게(국적이) 없다고 해 가지고... 학교를 못 갔었던 적이 있어요."]

그나마 법이 바뀌어 올해 7월부터는 출생신고가 안 돼 있어도 초·중학교는 갈 수 있도록 했지만 고등학교는 여전히 제외돼 있습니다.

현재 국내 미성년 불법체류자를 법무부는 만 3천 명, 이주단체들은 2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경우는 통계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 역시 성인이 되면 추방되어야 합니다.

[미등록 이주학생 부모 : "제가 '넌 한국인이 아니야, 아이보리안 (흑인)이야'라고 말해도. 제 아들은 '난 한국인이야, 내가 코트디부아르에 대해 뭘 알아요?'라고 해요."]

그동안 국회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출생 신고도 하게 하고 추방도 완화하자는 취지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권인숙/더불어 민주당 의원 : "규정을 만들어서 체류자격의 여지를 좀 여는 것... 적어도 교육권은 좀 보장될 수 있는. 그래서 하루하루가 생존이라고 하는 이분들의 삶에 이 부담은 좀 줄여드리는 게..."]

지난 5월, 인권위는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해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법무부에 권고한 상태입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촬영기자:임태호 이제우/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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