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대학교수 되기 어려운 이유가 면접 때문이었나

입력 2020.10.22 (06:16) 수정 2020.10.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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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oo학과 2019-2020 채용 면접심사표,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부산대 oo학과 2019-2020 채용 면접심사표,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 '철통 보안'을 지켜온 교수채용 면접, 들여다보니…


대학교수 채용 면접에서 심사위원인 교수들이 지원자 전원에게 최하점을 몰아줘서 떨어뜨린다는 내용의 첫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 올라온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정한 청탁이나 월권에 의한 채용은 강하게 처벌하되 상황에 맞게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평가를 불합리하게 하여 후순위자를 뽑는 것이 잘못이지 적합한 사람이 없어 모두 탈락 시키는 것이 왜 잘못인가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가지 않나요? 너무 비난에 열 올리는 것 같네요."

댓글 작성님 동의합니다. 후학을 양성하고 학문을 발전시켜야 하는 지성의 전당에서 신중하게 교수를 채용하려 했다면 채용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 무산됐다 한들 무조건 비난할 수 없겠죠. 그런데 부산대 OO 학과 교수님들이 정말 적합한 사람이 없어서 최하점을 준 것이었을까요?

■ 연속으로 4명이 똑같이 채점, 우연일까? 담합일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산대로부터 제출받은 해당 학과의 2019년도와 2020년도 각각 상하반기 4번의 교원 공개채용 면접 심사점수표입니다. 심사위원의 이름은 알파벳으로, 지원자의 이름은 가나다로 익명처리돼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 두 번의 면접 점수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굉장히 닮은꼴의 숫자들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우선 처음 보도했던 2019년 하반기 채용 당시 2차 전형의 심사점수입니다. 심사항목 A는 교육, 연구 및 학과기여도, 즉 면접 심사를 의미하고 심사항목 B는 전공수업을 공개 강의한 점수입니다. 배점 기준표에 따르면 최고는 각 15점, 최저는 각 3점입니다. B, D, F, G 4명의 심사위원은 3명의 지원자에게 면접과 공개강의 모두 최하점으로 동일하게 점수를 줬습니다.

심사위원 C나 E의 점수가 '다'지원자에게 15점 만점이 나왔다는 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심사위원의 주관에 따른 정성평가이니 최고점과 최하점을 받는다는 게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B, D, F, G 교수님들이 해당 학과에 적합한 지원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무리해서 채용하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우연이 두 번 연속이면 바로 담합, 짬짜미 채용이란 의심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 측에서 익명 처리를 했어도 우연히 같은 알파벳으로 한 건지 어쨌든 이번에도 심사위원 가운데 B, D, F, G 4명의 점수가 거의 판박이 수준입니다. 달라진 건 2020년 상반기에는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있었는지 한 명에게 만점을 몰아주고 나머지 2명에게는 최하점으로 깔아(?)줬다는 겁니다.

4명의 심사위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다' 지원자는 그러나 다른 심사위원들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좀 처지는 점수를 받아 평균 점수는 나머지 2명의 지원자보다 낮아졌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4명의 교수와 그 외 교수들로 해당 학과는 양분돼 상반되는 점수를 준 셈입니다.

■불공정이 사소해서 문제가 아니라고요?

일반적으로 채용 비리처럼 이 과정에서 지원자와 심사위원 교수들 사이에 금품이 오갔다거나 청탁이 오갔다는 건 아닙니다. 취재진이 들여다본 비공개 면접 점수표는 외부에만 철통보안을 지키며 교수님들 바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와, 이상할 게 뭐가 있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시간 자신의 분야를 연구하고 성과를 내며 이력을 쌓아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비로소 2차 면접을 보기 위해 긴장하며 심사위원 앞에 섰을 그 지원자들에게 이 점수표가 공정했으니 받아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점수 조금 낮게 준 거 두고,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 항상 문제는 기자가 만든다는 비아냥이 들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때 사소한 불공정에도 분노하면서 하물며 참된 지식을 추구하는 대학에서 불공정에 직면하고도 침묵하고 훼손된 공정성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우리 대학에, 우리 학과에 이런저런 조건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심사위원 교수들의 채용 기준은 그들만의 세상을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변명이자 기득권을 내세우는 논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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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대학교수 되기 어려운 이유가 면접 때문이었나
    • 입력 2020-10-22 06:16:04
    • 수정2020-10-22 10:02:55
    취재후·사건후
부산대 oo학과 2019-2020 채용 면접심사표,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철통 보안'을 지켜온 교수채용 면접, 들여다보니…

대학교수 채용 면접에서 심사위원인 교수들이 지원자 전원에게 최하점을 몰아줘서 떨어뜨린다는 내용의 첫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 올라온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정한 청탁이나 월권에 의한 채용은 강하게 처벌하되 상황에 맞게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평가를 불합리하게 하여 후순위자를 뽑는 것이 잘못이지 적합한 사람이 없어 모두 탈락 시키는 것이 왜 잘못인가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가지 않나요? 너무 비난에 열 올리는 것 같네요."

댓글 작성님 동의합니다. 후학을 양성하고 학문을 발전시켜야 하는 지성의 전당에서 신중하게 교수를 채용하려 했다면 채용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 무산됐다 한들 무조건 비난할 수 없겠죠. 그런데 부산대 OO 학과 교수님들이 정말 적합한 사람이 없어서 최하점을 준 것이었을까요?

■ 연속으로 4명이 똑같이 채점, 우연일까? 담합일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산대로부터 제출받은 해당 학과의 2019년도와 2020년도 각각 상하반기 4번의 교원 공개채용 면접 심사점수표입니다. 심사위원의 이름은 알파벳으로, 지원자의 이름은 가나다로 익명처리돼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 두 번의 면접 점수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굉장히 닮은꼴의 숫자들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우선 처음 보도했던 2019년 하반기 채용 당시 2차 전형의 심사점수입니다. 심사항목 A는 교육, 연구 및 학과기여도, 즉 면접 심사를 의미하고 심사항목 B는 전공수업을 공개 강의한 점수입니다. 배점 기준표에 따르면 최고는 각 15점, 최저는 각 3점입니다. B, D, F, G 4명의 심사위원은 3명의 지원자에게 면접과 공개강의 모두 최하점으로 동일하게 점수를 줬습니다.

심사위원 C나 E의 점수가 '다'지원자에게 15점 만점이 나왔다는 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심사위원의 주관에 따른 정성평가이니 최고점과 최하점을 받는다는 게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B, D, F, G 교수님들이 해당 학과에 적합한 지원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무리해서 채용하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우연이 두 번 연속이면 바로 담합, 짬짜미 채용이란 의심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 측에서 익명 처리를 했어도 우연히 같은 알파벳으로 한 건지 어쨌든 이번에도 심사위원 가운데 B, D, F, G 4명의 점수가 거의 판박이 수준입니다. 달라진 건 2020년 상반기에는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있었는지 한 명에게 만점을 몰아주고 나머지 2명에게는 최하점으로 깔아(?)줬다는 겁니다.

4명의 심사위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다' 지원자는 그러나 다른 심사위원들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좀 처지는 점수를 받아 평균 점수는 나머지 2명의 지원자보다 낮아졌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4명의 교수와 그 외 교수들로 해당 학과는 양분돼 상반되는 점수를 준 셈입니다.

■불공정이 사소해서 문제가 아니라고요?

일반적으로 채용 비리처럼 이 과정에서 지원자와 심사위원 교수들 사이에 금품이 오갔다거나 청탁이 오갔다는 건 아닙니다. 취재진이 들여다본 비공개 면접 점수표는 외부에만 철통보안을 지키며 교수님들 바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와, 이상할 게 뭐가 있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시간 자신의 분야를 연구하고 성과를 내며 이력을 쌓아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비로소 2차 면접을 보기 위해 긴장하며 심사위원 앞에 섰을 그 지원자들에게 이 점수표가 공정했으니 받아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점수 조금 낮게 준 거 두고,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 항상 문제는 기자가 만든다는 비아냥이 들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때 사소한 불공정에도 분노하면서 하물며 참된 지식을 추구하는 대학에서 불공정에 직면하고도 침묵하고 훼손된 공정성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우리 대학에, 우리 학과에 이런저런 조건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심사위원 교수들의 채용 기준은 그들만의 세상을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변명이자 기득권을 내세우는 논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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