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폐업]②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에 타격…터줏대감 20년 업체들도 무너졌다

입력 2020.10.22 (07:00) 수정 2020.10.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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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타격 '수도권'에 집중...'거리두기' 여파 셌다

신천지, 이태원 클럽, 사랑제일교회...지난 9개월간 코로나19는 다양한 곳을 거점으로 확산했습니다. 초기에는 대구를,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데요. 어느 지역의 피해가 컸는지, 전국 창업·폐업 현황을 담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분석 대상은 생활밀접업종인 '식품'과 '문화' 업종으로,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직후인 올해 2월부터 9월까지의 폐업률을 지역별로 산출해봤습니다. 폐업률은 이 기간 영업업체 가운데 폐업업체의 비율로 계산했습니다.


'식품'과 '문화' 업종 전체의 전국 폐업률은 6.5%였는데요. 이 기간 영업을 했던 167만 2,004곳 가운데 10만 8,117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보면, 세종이 9.9%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기 7.6%, 서울 7.1%, 인천 7% 순으로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폐업률을 보였습니다. 대구와 경북의 폐업률은 각각 6.4%, 5.1%였고,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은 전남과 전북은 4%대로 하위권이었습니다.

폐업업체 수로 보면, 경기가 2만 7,253개, 서울이 2만 3,448개로 1, 2위를 차지하고, 세종시는 820개로 최하위를 기록했는데요. 세종시의 폐업률이 높게 나온 건, 신생 도시라 영업업체 수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적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타격은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권역별로 묶어도, 수도권 폐업률은 7.3%, 비수도권은 5.7%로 같은 경향입니다.

수도권의 폐업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이유는 뭘까요? 수도권에선 8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잇따라 2단계, 2.5단계까지 격상됐는데요. 이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태환 KB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관광객이나 유동인구 위주의 상권이 많아 거리두기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임대료 등 고정비용의 부담도 지역 도시보다 커, 빨리 폐업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수도권 폐업률, 비수도권보다 '식품은 높고·문화는 낮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업종별 폐업률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는데요. '식품' 업종 폐업률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았고, '문화' 업종은 반대였습니다. '식품' 업종으로 묶인 대분류 내에는 식품 제조/가공/판매업과 음식점 등이 포함되고, '문화' 업종에는 게임, 노래방, 숙박, 여행업 등이 들어갑니다.


올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수도권에서 '식품' 업체가 폐업한 비율은 7.9%였는데요. 비수도권 5.9%보다 2% 포인트 높습니다. '문화' 업종 폐업률은 비수도권이 4.2%로 수도권 3.8%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가 아닌 '문화' 업종은 두 권역 모두 폐업률이 오름세인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한 폭으로 보면, 수도권(0.6% 포인트)이 비수도권(0.4% 포인트)보다 소폭 크지만, 폐업률 수치상으로는 비수도권의 폐업률이 높습니다.

■ 서울 '음식점·급식업' vs 대구 '공연·게임업' 울상

이 같은 경향은 17개 시도별로 상세히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은 대표적인 두 지역인 서울과 대구를 대상으로, 업종도 좀 더 세분화해서 들여다봤습니다.


서울과 대구 모두, 올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식품' 업종 가운데서도 식품 제조/가공/판매업이었는데요. 이 업종 서울 폐업률은 12.9%, 대구는 9.6%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 서울은 음식점이 2위, 급식이 4위로 식품 관련 업종이 상위를 차지했는데요. 이에 비해, 대구는 공연, 게임 등 폐업률 상위 5개 업종 중 4개 업종이 문화 관련 업종이었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문화 업종의 타격이 큰 것으로 해석됩니다.

'3년 내 폐업' 절반...'20년 이상 업체' 폐업도 늘었다

그렇다면 폐업한 업체들은 창업 후 얼마 동안 버티다 문을 닫았던 걸까요? 이른바 '생존기간'을 따져봤습니다. 인허가 날짜를 창업 날짜로 간주하고, 이후 폐업까지의 기간을 영업기간, 즉 '생존기간'으로 계산했습니다.

올해 폐업한 '식품'과 '문화' 관련 업체들은 10만 8,117곳인데요. 평균 5년 8개월 운영을 하다 가게를 접었습니다. 폐업업체들을 쭉 나열한 뒤, 한가운데에 있는 중앙값을 따져 보면 '생존기간'은 2년 6개월에 불과합니다.


영업기간을 구간별로 나눠 비중을 살펴보면, 올해 폐업업체 중 3년도 못 버틴 곳은 53.8%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포인트 늘었습니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업체만 해도, 전체의 34.1%, 3분의 1에 달합니다.

더구나 20년 이상 영업을 해오며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던 업체들도 속속 무너졌습니다. 그 비중은 6.3%로, 전년 동기 대비 0.8%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김태환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자영업 산업 구조가 단기간에 폐업하기 쉬운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종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종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자리 잡은 업체들도 폐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습니다.

■ "수도권에서 더 오래 못 버텨"...코로나19 이후 폐업 빨라졌다

권역별로 비교해보니, 수도권은 비수도권보다 자영업자들이 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빨리 폐업했습니다. 수도권에서 폐업한 업체(5만 6,093곳)의 평균 '생존기간'은 5년인데요. 비수도권 폐업업체(5만 2,024곳)의 '생존기간' 6년 4개월보다 1년 4개월이나 일찍 문을 닫았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수도권 생존기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개월 줄었습니다. 비수도권은 3개월 늘어난 것과 대조적입니다. 그 결과, 1년 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존기간 격차는 더 커졌습니다.


비중으로 봐도, 올해 수도권 폐업업체 가운데 3년도 못 버틴 업체들은 57.7%, 10곳 중 6곳에 육박합니다. 비수도권은 전체의 절반가량인데요. 수도권은 신생업체 폐업 비중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오래 운영하던 업체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문화 업종 '장수 업체' 타격...'영업금지' 영향

업종으로 보면, 이른바 '장수 업체'들의 타격이 컸던 건 '문화' 업종이었습니다. 올해 폐업한 '문화' 업종 업체들은 평균 8년 3개월 장사를 해오다 문을 닫았는데요. '식품' 폐업업체 운영기간 5년 5개월보다, 2년 10개월이나 길었습니다. 오랫동안 문화계에서 버텨오던 업체들도 코로나19 앞에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폐업업체 가운데 3년도 못 버틴 업체들의 비중을 보면요. '문화' 업종은 그간 40% 중반대를 유지해오다, 코로나 발생 이후 34.7%로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10% 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대신 올해 20년 이상 운영했던 업체들이 폐업한 비중이 9.6%로, 지난해보다 1.9%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대로, 올해 '식품' 폐업업체 가운데 3년 내 일찍 폐업한 비중은 55.4%로 절반을 넘었는데, 전년 동기보다도 1.7% 포인트 올랐습니다.

폐업업체들의 영업기간이 길었던 업종을 세부적으로 살펴봤더니, 상위 5개 업종 가운데 4개가 '문화' 관련 업종이었습니다. 평균 영업기간이 가장 긴 곳은 '식품' 업종에 해당하는 유흥주점/단란주점이었는데, 나머지 숙박, 노래방 등의 업종은 모두 '문화' 관련 업종이었습니다.


올해 폐업한 유흥주점/단란주점은 평균 19년 2개월 영업을 해왔던 업체들입니다. 지난해 폐업한 업체들보다 운영기간이 1년 더 길었습니다. 올해 문을 닫은 노래방의 평균 운영기간은 15년 5개월로, 역시 지난해보다 1년이 더 길었습니다. 노래방의 경우, 20년 이상 폐업업체 비중이 29%로, 지난해보다 8.7% 포인트나 늘었습니다.

유흥주점, 노래방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8월 중순부터 2단계, 2.5단계까지 격상되면서 한달 반 이상 영업이 금지됐던 업종인데요. 강화된 거리두기 영향으로 이른바 '장수 업체'들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업종별, 지역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돼야..."장기 대책 필요"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 시장의 충격은 지역별, 업종별로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습니다. 정부도 지난달 거리두기 규제에 따른 피해 지원을 위해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신설해 약 3조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 음식점에 150만 원, 전국 노래방에 2백만 원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열흘 전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세에 따라 규제는 언제든 다시 격상될 수 있습니다. 지금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올해 말, 내년 초 한계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까지는 정부 재정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내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정부도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해 올해처럼 지원하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거리두기 규제가 경기 상황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자영업 회복 역시 코로나19의 안정적인 관리에 달려있다"고 강조합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피해 업종에 대한 더욱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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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폐업]②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에 타격…터줏대감 20년 업체들도 무너졌다
    • 입력 2020-10-22 07:00:07
    • 수정2020-10-22 09: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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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타격 '수도권'에 집중...'거리두기' 여파 셌다

신천지, 이태원 클럽, 사랑제일교회...지난 9개월간 코로나19는 다양한 곳을 거점으로 확산했습니다. 초기에는 대구를,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데요. 어느 지역의 피해가 컸는지, 전국 창업·폐업 현황을 담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분석 대상은 생활밀접업종인 '식품'과 '문화' 업종으로,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직후인 올해 2월부터 9월까지의 폐업률을 지역별로 산출해봤습니다. 폐업률은 이 기간 영업업체 가운데 폐업업체의 비율로 계산했습니다.


'식품'과 '문화' 업종 전체의 전국 폐업률은 6.5%였는데요. 이 기간 영업을 했던 167만 2,004곳 가운데 10만 8,117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보면, 세종이 9.9%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기 7.6%, 서울 7.1%, 인천 7% 순으로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폐업률을 보였습니다. 대구와 경북의 폐업률은 각각 6.4%, 5.1%였고,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은 전남과 전북은 4%대로 하위권이었습니다.

폐업업체 수로 보면, 경기가 2만 7,253개, 서울이 2만 3,448개로 1, 2위를 차지하고, 세종시는 820개로 최하위를 기록했는데요. 세종시의 폐업률이 높게 나온 건, 신생 도시라 영업업체 수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적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타격은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권역별로 묶어도, 수도권 폐업률은 7.3%, 비수도권은 5.7%로 같은 경향입니다.

수도권의 폐업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이유는 뭘까요? 수도권에선 8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잇따라 2단계, 2.5단계까지 격상됐는데요. 이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태환 KB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관광객이나 유동인구 위주의 상권이 많아 거리두기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임대료 등 고정비용의 부담도 지역 도시보다 커, 빨리 폐업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수도권 폐업률, 비수도권보다 '식품은 높고·문화는 낮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업종별 폐업률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는데요. '식품' 업종 폐업률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았고, '문화' 업종은 반대였습니다. '식품' 업종으로 묶인 대분류 내에는 식품 제조/가공/판매업과 음식점 등이 포함되고, '문화' 업종에는 게임, 노래방, 숙박, 여행업 등이 들어갑니다.


올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수도권에서 '식품' 업체가 폐업한 비율은 7.9%였는데요. 비수도권 5.9%보다 2% 포인트 높습니다. '문화' 업종 폐업률은 비수도권이 4.2%로 수도권 3.8%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가 아닌 '문화' 업종은 두 권역 모두 폐업률이 오름세인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한 폭으로 보면, 수도권(0.6% 포인트)이 비수도권(0.4% 포인트)보다 소폭 크지만, 폐업률 수치상으로는 비수도권의 폐업률이 높습니다.

■ 서울 '음식점·급식업' vs 대구 '공연·게임업' 울상

이 같은 경향은 17개 시도별로 상세히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은 대표적인 두 지역인 서울과 대구를 대상으로, 업종도 좀 더 세분화해서 들여다봤습니다.


서울과 대구 모두, 올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식품' 업종 가운데서도 식품 제조/가공/판매업이었는데요. 이 업종 서울 폐업률은 12.9%, 대구는 9.6%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 서울은 음식점이 2위, 급식이 4위로 식품 관련 업종이 상위를 차지했는데요. 이에 비해, 대구는 공연, 게임 등 폐업률 상위 5개 업종 중 4개 업종이 문화 관련 업종이었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문화 업종의 타격이 큰 것으로 해석됩니다.

'3년 내 폐업' 절반...'20년 이상 업체' 폐업도 늘었다

그렇다면 폐업한 업체들은 창업 후 얼마 동안 버티다 문을 닫았던 걸까요? 이른바 '생존기간'을 따져봤습니다. 인허가 날짜를 창업 날짜로 간주하고, 이후 폐업까지의 기간을 영업기간, 즉 '생존기간'으로 계산했습니다.

올해 폐업한 '식품'과 '문화' 관련 업체들은 10만 8,117곳인데요. 평균 5년 8개월 운영을 하다 가게를 접었습니다. 폐업업체들을 쭉 나열한 뒤, 한가운데에 있는 중앙값을 따져 보면 '생존기간'은 2년 6개월에 불과합니다.


영업기간을 구간별로 나눠 비중을 살펴보면, 올해 폐업업체 중 3년도 못 버틴 곳은 53.8%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포인트 늘었습니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업체만 해도, 전체의 34.1%, 3분의 1에 달합니다.

더구나 20년 이상 영업을 해오며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던 업체들도 속속 무너졌습니다. 그 비중은 6.3%로, 전년 동기 대비 0.8%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김태환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자영업 산업 구조가 단기간에 폐업하기 쉬운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종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종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자리 잡은 업체들도 폐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습니다.

■ "수도권에서 더 오래 못 버텨"...코로나19 이후 폐업 빨라졌다

권역별로 비교해보니, 수도권은 비수도권보다 자영업자들이 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빨리 폐업했습니다. 수도권에서 폐업한 업체(5만 6,093곳)의 평균 '생존기간'은 5년인데요. 비수도권 폐업업체(5만 2,024곳)의 '생존기간' 6년 4개월보다 1년 4개월이나 일찍 문을 닫았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수도권 생존기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개월 줄었습니다. 비수도권은 3개월 늘어난 것과 대조적입니다. 그 결과, 1년 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존기간 격차는 더 커졌습니다.


비중으로 봐도, 올해 수도권 폐업업체 가운데 3년도 못 버틴 업체들은 57.7%, 10곳 중 6곳에 육박합니다. 비수도권은 전체의 절반가량인데요. 수도권은 신생업체 폐업 비중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오래 운영하던 업체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문화 업종 '장수 업체' 타격...'영업금지' 영향

업종으로 보면, 이른바 '장수 업체'들의 타격이 컸던 건 '문화' 업종이었습니다. 올해 폐업한 '문화' 업종 업체들은 평균 8년 3개월 장사를 해오다 문을 닫았는데요. '식품' 폐업업체 운영기간 5년 5개월보다, 2년 10개월이나 길었습니다. 오랫동안 문화계에서 버텨오던 업체들도 코로나19 앞에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폐업업체 가운데 3년도 못 버틴 업체들의 비중을 보면요. '문화' 업종은 그간 40% 중반대를 유지해오다, 코로나 발생 이후 34.7%로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10% 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대신 올해 20년 이상 운영했던 업체들이 폐업한 비중이 9.6%로, 지난해보다 1.9%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대로, 올해 '식품' 폐업업체 가운데 3년 내 일찍 폐업한 비중은 55.4%로 절반을 넘었는데, 전년 동기보다도 1.7% 포인트 올랐습니다.

폐업업체들의 영업기간이 길었던 업종을 세부적으로 살펴봤더니, 상위 5개 업종 가운데 4개가 '문화' 관련 업종이었습니다. 평균 영업기간이 가장 긴 곳은 '식품' 업종에 해당하는 유흥주점/단란주점이었는데, 나머지 숙박, 노래방 등의 업종은 모두 '문화' 관련 업종이었습니다.


올해 폐업한 유흥주점/단란주점은 평균 19년 2개월 영업을 해왔던 업체들입니다. 지난해 폐업한 업체들보다 운영기간이 1년 더 길었습니다. 올해 문을 닫은 노래방의 평균 운영기간은 15년 5개월로, 역시 지난해보다 1년이 더 길었습니다. 노래방의 경우, 20년 이상 폐업업체 비중이 29%로, 지난해보다 8.7% 포인트나 늘었습니다.

유흥주점, 노래방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8월 중순부터 2단계, 2.5단계까지 격상되면서 한달 반 이상 영업이 금지됐던 업종인데요. 강화된 거리두기 영향으로 이른바 '장수 업체'들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업종별, 지역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돼야..."장기 대책 필요"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 시장의 충격은 지역별, 업종별로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습니다. 정부도 지난달 거리두기 규제에 따른 피해 지원을 위해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신설해 약 3조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 음식점에 150만 원, 전국 노래방에 2백만 원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열흘 전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세에 따라 규제는 언제든 다시 격상될 수 있습니다. 지금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올해 말, 내년 초 한계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까지는 정부 재정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내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정부도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해 올해처럼 지원하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거리두기 규제가 경기 상황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자영업 회복 역시 코로나19의 안정적인 관리에 달려있다"고 강조합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피해 업종에 대한 더욱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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