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하루 22건 고장”…불안 안고 오늘도 탄다

입력 2020.10.22 (16:20) 수정 2021.01.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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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저녁 7시, 1층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25층 아파트 꼭대기까지 치솟았습니다. 25층과 옥상 사이에 멈춘 엘리베이터는 열리지 않았고, 안에 타고 있던 모녀는 2시간 만에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앞선 지난달 10일 부산금융의 중심지인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는 고층 승강기가 급정거했습니다. 1층과 47층을 오가던 엘리베이터가 20층에서 갑자기 멈춰 섰는데요. 이 사고로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직원 한 명이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조사 결과 "안전 로프에 이물질이 끼어 안전장치가 작동하면서 승강기가 급정거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금융센터에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가 상주하고 매달 점검을 하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최근 5년간 승강기 사고 현황최근 5년간 승강기 사고 현황

■ 현장관리자 있어도… 승강기 사고 30%는 관리주체 과실

이 같은 승강기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승강기 고장 건수도 부산 647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8,256건의 고장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우리가 매일 타는 승강기이지만 하루 평균 22곳이 고장 나는 셈입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행정안전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모두 220건에 달하는 승강기 중대 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222명이 다쳤습니다. 지난해 승강기 안전관리법 개정 전까지는 사고 신고도 의무가 아니어서 실제 통계는 더 많을 겁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사람이 다치는 중대사고가 지난 5년 간 30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서울·경기에 이어 3번째로 고장 건수도 많습니다. 작업자나 관리주체, 유지관리업체 과실 등으로 인한 사고가 전체의 30%를 차지합니다.

부산시가 10개 구·군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 1,500여 곳의 승강기가 안전관리자조차 제대로 선임되지 않거나 안전관리자가 있어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승강기 안전점검표 승강기 안전점검표

■ 없거나 모르거나…"안전관리 사각"

승강기는 크게 안전관리자와 유지관리업체에서 관리합니다. 유지관리업체가 점검한 내역을 안전관리자가 감독하고 다시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부품 교체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타면서 문제는 없는지 살피고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신고를 하고 총 책임을 지는 게 안전관리자의 역할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대형 건물은 관리사무소 등에서 안전관리자를 지정하고 별도로 관리하는 업체에 맡기는 등 일원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공동주택은 사정이 다릅니다. 앞서 지적됐던 1,500여 곳 대부분이 원룸 등 소규모 공동주택입니다. 원룸부터 다세대주택, 오피스텔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대부분 세대마다 주인이 각자 있는 경우입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신축 건물 엘리베이터취재진이 찾아간 신축 건물 엘리베이터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갓 준공한 다가구 주택이었습니다. 승강기는 설치 직후부터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구청이 한 차례 시정을 요구했던 곳입니다. 현장소장이 임시로 승강기 안전관리자를 맡고 있는데, 공사가 끝나 이제 건물을 떠난다고 했습니다.

이제 입주민들이 다시 안전관리자를 뽑아야 하는데 모르고 지나쳤다간 안전관리자 없이 승강기가 운영될 수 있습니다. 입주민 중에 누군가가 안전관리자가 돼도 이사를 가버리면 끝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리 공백이 생기는 겁니다.

또 다른 곳은 2018년 승강기에 갇힘 사고가 났던 오피스텔이었습니다. 안전관리자는 3년에 한 번 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2월까지였던 교육을 10월인 현재까지도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구청에서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다음 주면 가겠다던 약속을 지켰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폐건물이 된 이후에 폐기 신고조차 하지 않고 떠나 구청 직원들이 일일이 현장 답사를 나가지 않으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심지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과태료를 매길 대상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대표자가 없는 공동주택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물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이렇게 방치되는 소규모 공동주택과 상가 건물의 안전은 누가 지켜야 하는 걸까요?


승강기 정기 점검 승강기 정기 점검
■ 감독은 강화하고 책임 범위 넓혀야!

점검결과를 입력하지 않거나, 점검을 하지 않는 등 위반 사항이 있을 때 모든 책임은 안전관리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는 기본교육만 받고도 활동할 수 있고, 전문성이 많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유지관리업체에 위탁업무를 맡기다 보니 실제 관리는 유지관리업체가 전담하고 있는데요. 감사에 나섰던 부산시는 관리를 하는 유지관리업체도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안전관리자는 총 책임자로 두되, 실제 점검하는 대상들의 책임소재를 넓혀야 한다는 겁니다.

사전안내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전문가들도 현재 점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유지관리업체나 안전관리자가 작성하는 자체점검표는 국가 승강기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입력하면 그뿐,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별도 절차는 없습니다.

결국, 공단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건 1년에서 3년에 한 번씩 있는 정기점검뿐입니다. 오래된 부품을 교체하거나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독하는 과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하늘로 치솟는 건물만큼이나 늘어나는 승강기, 안전을 위해서 실효성 있는 촘촘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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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강기 “하루 22건 고장”…불안 안고 오늘도 탄다
    • 입력 2020-10-22 16:20:00
    • 수정2021-01-28 17:36:55
    취재K


지난달 28일 저녁 7시, 1층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25층 아파트 꼭대기까지 치솟았습니다. 25층과 옥상 사이에 멈춘 엘리베이터는 열리지 않았고, 안에 타고 있던 모녀는 2시간 만에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앞선 지난달 10일 부산금융의 중심지인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는 고층 승강기가 급정거했습니다. 1층과 47층을 오가던 엘리베이터가 20층에서 갑자기 멈춰 섰는데요. 이 사고로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직원 한 명이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조사 결과 "안전 로프에 이물질이 끼어 안전장치가 작동하면서 승강기가 급정거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금융센터에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가 상주하고 매달 점검을 하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최근 5년간 승강기 사고 현황
■ 현장관리자 있어도… 승강기 사고 30%는 관리주체 과실

이 같은 승강기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승강기 고장 건수도 부산 647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8,256건의 고장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우리가 매일 타는 승강기이지만 하루 평균 22곳이 고장 나는 셈입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행정안전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모두 220건에 달하는 승강기 중대 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222명이 다쳤습니다. 지난해 승강기 안전관리법 개정 전까지는 사고 신고도 의무가 아니어서 실제 통계는 더 많을 겁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사람이 다치는 중대사고가 지난 5년 간 30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서울·경기에 이어 3번째로 고장 건수도 많습니다. 작업자나 관리주체, 유지관리업체 과실 등으로 인한 사고가 전체의 30%를 차지합니다.

부산시가 10개 구·군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 1,500여 곳의 승강기가 안전관리자조차 제대로 선임되지 않거나 안전관리자가 있어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승강기 안전점검표
■ 없거나 모르거나…"안전관리 사각"

승강기는 크게 안전관리자와 유지관리업체에서 관리합니다. 유지관리업체가 점검한 내역을 안전관리자가 감독하고 다시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부품 교체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타면서 문제는 없는지 살피고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신고를 하고 총 책임을 지는 게 안전관리자의 역할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대형 건물은 관리사무소 등에서 안전관리자를 지정하고 별도로 관리하는 업체에 맡기는 등 일원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공동주택은 사정이 다릅니다. 앞서 지적됐던 1,500여 곳 대부분이 원룸 등 소규모 공동주택입니다. 원룸부터 다세대주택, 오피스텔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대부분 세대마다 주인이 각자 있는 경우입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신축 건물 엘리베이터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갓 준공한 다가구 주택이었습니다. 승강기는 설치 직후부터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구청이 한 차례 시정을 요구했던 곳입니다. 현장소장이 임시로 승강기 안전관리자를 맡고 있는데, 공사가 끝나 이제 건물을 떠난다고 했습니다.

이제 입주민들이 다시 안전관리자를 뽑아야 하는데 모르고 지나쳤다간 안전관리자 없이 승강기가 운영될 수 있습니다. 입주민 중에 누군가가 안전관리자가 돼도 이사를 가버리면 끝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리 공백이 생기는 겁니다.

또 다른 곳은 2018년 승강기에 갇힘 사고가 났던 오피스텔이었습니다. 안전관리자는 3년에 한 번 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2월까지였던 교육을 10월인 현재까지도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구청에서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다음 주면 가겠다던 약속을 지켰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폐건물이 된 이후에 폐기 신고조차 하지 않고 떠나 구청 직원들이 일일이 현장 답사를 나가지 않으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심지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과태료를 매길 대상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대표자가 없는 공동주택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물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이렇게 방치되는 소규모 공동주택과 상가 건물의 안전은 누가 지켜야 하는 걸까요?


승강기 정기 점검 ■ 감독은 강화하고 책임 범위 넓혀야!

점검결과를 입력하지 않거나, 점검을 하지 않는 등 위반 사항이 있을 때 모든 책임은 안전관리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는 기본교육만 받고도 활동할 수 있고, 전문성이 많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유지관리업체에 위탁업무를 맡기다 보니 실제 관리는 유지관리업체가 전담하고 있는데요. 감사에 나섰던 부산시는 관리를 하는 유지관리업체도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안전관리자는 총 책임자로 두되, 실제 점검하는 대상들의 책임소재를 넓혀야 한다는 겁니다.

사전안내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전문가들도 현재 점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유지관리업체나 안전관리자가 작성하는 자체점검표는 국가 승강기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입력하면 그뿐,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별도 절차는 없습니다.

결국, 공단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건 1년에서 3년에 한 번씩 있는 정기점검뿐입니다. 오래된 부품을 교체하거나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독하는 과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하늘로 치솟는 건물만큼이나 늘어나는 승강기, 안전을 위해서 실효성 있는 촘촘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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