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① 국회의원 아들 장염 걸렸다고…군 간부들이 ‘죽 심부름’

입력 2020.10.22 (21:26) 수정 2020.10.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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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병기/민주당 의원 : "수원 비행장이나 광주 비행장 이런 데가 시설이 60년 된 시설들이 있더라고요. 직원들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군 장병들이."]

2년 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의 한 장면입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시설이 낙후됐다고 지적한 군 공항인 수원비행장은 바로 김 의원 아들이 당시 복무하고 있던 부댑니다.

그런데 이 부대 최고책임자가 당시 김 의원의 아들에게 각종 편의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부대 내부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첩보 문건을 최소 두 차례 생산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작성자는 다름 아닌 김 의원 아들 소속 부대 대대장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문건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공군본부 직할 군사경찰단에 보고됐습니다.

KBS는 이 문건 내용을 토대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검증했습니다.

먼저 부대 간부들이 김 의원 아들에게 죽을 배달해줬다는 이른바 죽 심부름 의혹을 유호윤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공군 본부 군사경찰단에 보고된 첩보 문건.

작성자는 당시 제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이었던 박 모 중령입니다.

KBS는 2장 분량의 문건 내용을 확인해 복기했습니다.

당시 준장 계급의 장성인 비행단 최고책임자 박칠호 단장이 국방위원인 김병기 의원 아들을 감싸는 바람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 의원의 아들 김 모 씨는 당시 군사경찰대대 소속 상병.

문건에는 부대 간부들이 김 씨를 위해 '죽 심부름'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칠호 단장이 2019년 7월, 김 씨가 장염을 앓고 있다면서 부대 밖 죽 전문점에서 죽을 사다주라고 소속 대대장인 박 중령에게 지시했다는 겁니다.

죽 심부름을 봤거나 전해 들었다고 취재진에게 말한 당시 부대관계자는 모두 8명.

이들 중 2명은 간부들이 최소 두 차례 죽 심부름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10전비 소속 간부/음성대역 : "다른 병사들이 아플 때는 대대장님이 죽을 사다주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김 씨에게 죽을 사다 주는 일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당시 10전비 관계자는 "김 씨가 누군가에게 전화해 유명 죽 전문점의 특정 메뉴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간 쯤 뒤 한 간부가 죽을 사왔다"고 말했습니다.

[10비 전역 동료 병사/음성변조 : "군대에서만은 평등한 대우를 받을 줄 알았 는데 가정환경이나 그런 거에 의해서 간부가 특별한 대우를 해 주는 게 굉장히 서운하다는 반응도 많았고..."]

문건 작성자인 박 중령은 KBS 취재진에게 작성 경위 등에 대해 별도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칠호 단장은 '죽을 사다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박칠호/소장 : "걔가 아픈 적이 있어요. 그런 병사들 사정을 대대장이 잘 관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얼핏 제가 그걸 보고 필요하면 그런 쪽으로 해라 그런 거 같은데요."]

김 씨가 아프다는 건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첩보 문건에는 죽 심부름과 관련해 박 중령에게 연락한 인물로 또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국방부 국회 협력담당 이 모 대령도 비슷한 시기, 김 씨에게 같은 부탁을 했다는 겁니다.

[국방부 국회 협력담당 이모 대령 : "솔직한 이야기로 제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1년이 넘은 이야기긴데."]

KBS는 김병기 의원에게 국회 협력담당관 등을 통해 아들에게 죽을 사다주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 질의했습니다.

김 의원은 의원실이 군에 요청했다는 전제 자체가 허위이며 아들이 아팠다는 상황을 나중에 알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아들은 죽을 한 번 전달받았고 장염으로 입원 뒤 퇴원해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으며 죽 제공은 부대 자체 판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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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탐사K]① 국회의원 아들 장염 걸렸다고…군 간부들이 ‘죽 심부름’
    • 입력 2020-10-22 21:26:05
    • 수정2020-10-22 22: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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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병기/민주당 의원 : "수원 비행장이나 광주 비행장 이런 데가 시설이 60년 된 시설들이 있더라고요. 직원들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군 장병들이."]

2년 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의 한 장면입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시설이 낙후됐다고 지적한 군 공항인 수원비행장은 바로 김 의원 아들이 당시 복무하고 있던 부댑니다.

그런데 이 부대 최고책임자가 당시 김 의원의 아들에게 각종 편의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부대 내부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첩보 문건을 최소 두 차례 생산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작성자는 다름 아닌 김 의원 아들 소속 부대 대대장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문건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공군본부 직할 군사경찰단에 보고됐습니다.

KBS는 이 문건 내용을 토대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검증했습니다.

먼저 부대 간부들이 김 의원 아들에게 죽을 배달해줬다는 이른바 죽 심부름 의혹을 유호윤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공군 본부 군사경찰단에 보고된 첩보 문건.

작성자는 당시 제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이었던 박 모 중령입니다.

KBS는 2장 분량의 문건 내용을 확인해 복기했습니다.

당시 준장 계급의 장성인 비행단 최고책임자 박칠호 단장이 국방위원인 김병기 의원 아들을 감싸는 바람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 의원의 아들 김 모 씨는 당시 군사경찰대대 소속 상병.

문건에는 부대 간부들이 김 씨를 위해 '죽 심부름'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칠호 단장이 2019년 7월, 김 씨가 장염을 앓고 있다면서 부대 밖 죽 전문점에서 죽을 사다주라고 소속 대대장인 박 중령에게 지시했다는 겁니다.

죽 심부름을 봤거나 전해 들었다고 취재진에게 말한 당시 부대관계자는 모두 8명.

이들 중 2명은 간부들이 최소 두 차례 죽 심부름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10전비 소속 간부/음성대역 : "다른 병사들이 아플 때는 대대장님이 죽을 사다주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김 씨에게 죽을 사다 주는 일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당시 10전비 관계자는 "김 씨가 누군가에게 전화해 유명 죽 전문점의 특정 메뉴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간 쯤 뒤 한 간부가 죽을 사왔다"고 말했습니다.

[10비 전역 동료 병사/음성변조 : "군대에서만은 평등한 대우를 받을 줄 알았 는데 가정환경이나 그런 거에 의해서 간부가 특별한 대우를 해 주는 게 굉장히 서운하다는 반응도 많았고..."]

문건 작성자인 박 중령은 KBS 취재진에게 작성 경위 등에 대해 별도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칠호 단장은 '죽을 사다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박칠호/소장 : "걔가 아픈 적이 있어요. 그런 병사들 사정을 대대장이 잘 관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얼핏 제가 그걸 보고 필요하면 그런 쪽으로 해라 그런 거 같은데요."]

김 씨가 아프다는 건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첩보 문건에는 죽 심부름과 관련해 박 중령에게 연락한 인물로 또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국방부 국회 협력담당 이 모 대령도 비슷한 시기, 김 씨에게 같은 부탁을 했다는 겁니다.

[국방부 국회 협력담당 이모 대령 : "솔직한 이야기로 제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1년이 넘은 이야기긴데."]

KBS는 김병기 의원에게 국회 협력담당관 등을 통해 아들에게 죽을 사다주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 질의했습니다.

김 의원은 의원실이 군에 요청했다는 전제 자체가 허위이며 아들이 아팠다는 상황을 나중에 알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아들은 죽을 한 번 전달받았고 장염으로 입원 뒤 퇴원해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으며 죽 제공은 부대 자체 판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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