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윤석열의 ‘말말말’

입력 2020.10.2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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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늘(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 총장이 작심한 듯 질의에 일일이 길게 답하면서 여당 의원들과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방송뉴스에 다 담지 못한 국감 발언들을 짚어봅니다.

"의원님, 과거엔 안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조선일보 사주 만남 관련 의혹에 윤석열 총장은 "선택적 의심이 아니냐", "(제 인사청문회 때는) 안 그러셨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1년 3개월 전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엔 윤 총장에 대한 당시 미래통합당의 의혹에 대해 감싸던 여당 의원들의 뒤바뀐 태도를 지적한 것입니다.

박 의원은 윤 총장에게 "조선일보 사주를 만난 적이 있냐"며 아래와 같이 물었습니다.

[박범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렇게 언론사주들, 조선일보 사주들 만났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렇게 조선일보 사주들 만나는 것이 관행입니까?
[윤석열] 과거에는 많이 만난 것으로 전 알고 있고요. 저는 오히려 높은 사람들 잘 안 만났고.

[박범계] 만났습니까, 안 만났습니까?
[윤석열] 제가 누구 만난 건지 상대방에 대해서는, 그거는, 그걸 어떻게 이야기하겠습니까.

[박범계] 아니라고는 말 못하네요. (생략) 검사는 사회 어떤 집단에 대해서도 최대한 사심 없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마이크 꺼짐)
[윤석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삼성 수사, 철저하게 했습니다.


앞서 뉴스타파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재직 시절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만남이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윤 총장은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수사는 철저하게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윤석열]"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십니까? 과거에는 안 그러셨잖습니까.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잖습니까. 네?"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바뀌는 것이 없구나"

윤 총장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와 사법의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현정권을 '저격'했습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윤 총장에게 "끝까지 버텨달라"고 응원했던 글을 인용하며 "어떻게 평가하냐"고 윤 총장에게 묻자, 이렇게 답한 겁니다.

[윤석열] "제가 하여튼 그 검사생활을 겪으면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생략)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은, 참 이게 크게 바뀌는 게 없구나. 내가 왜 그렇게 그냥 편하게 살지 그렇게 개인적으로 이렇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그런 생각도 많이 듭니다."


대체 '부하'가 뭐길래….

이번 국감에서는 '부하'라는 단어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습니다. 그 발단은 윤 총장의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만약에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검찰총장이라는 이런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며 검찰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검찰의 중립성이나 사법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관련 논쟁을 '부하 논란'이라고 명명하며 "검찰총장은 법무부 감독의 지휘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우습게 보고, 아랫사람 다루듯이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게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도 윤 총장에게 "총장과 검사장의 관계는 부하인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고,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 명을 거역한다'는 둥 이렇게 하시니까, 그것은 부하한테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비호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지난 6월 추미애 장관이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만나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것을 (윤 총장이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겠다고 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추 장관의 워딩을 보면, 이게 부하 내지는 아랫사람한테 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1년 3개월 전,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와 이번 국감에서 여야의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정책 질의한 최기상 의원

'대검 국감'이라기보다는 '윤석열 청문회' 같았던 이번 국감에서 눈에 띄는 질의가 있었습니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의혹도, 윤 총장의 가족 관련 의혹도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남발로 인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최 의원은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해서 우월적 수사 지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검사의 실력은 압수수색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윤 총장은 최근 선거 사건 등으로 압수수색 건수가 많이 집계된 것 같다며, 구속 수사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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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윤석열의 ‘말말말’
    • 입력 2020-10-22 21:29:36
    취재K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늘(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 총장이 작심한 듯 질의에 일일이 길게 답하면서 여당 의원들과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방송뉴스에 다 담지 못한 국감 발언들을 짚어봅니다.

"의원님, 과거엔 안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조선일보 사주 만남 관련 의혹에 윤석열 총장은 "선택적 의심이 아니냐", "(제 인사청문회 때는) 안 그러셨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1년 3개월 전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엔 윤 총장에 대한 당시 미래통합당의 의혹에 대해 감싸던 여당 의원들의 뒤바뀐 태도를 지적한 것입니다.

박 의원은 윤 총장에게 "조선일보 사주를 만난 적이 있냐"며 아래와 같이 물었습니다.

[박범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렇게 언론사주들, 조선일보 사주들 만났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렇게 조선일보 사주들 만나는 것이 관행입니까?
[윤석열] 과거에는 많이 만난 것으로 전 알고 있고요. 저는 오히려 높은 사람들 잘 안 만났고.

[박범계] 만났습니까, 안 만났습니까?
[윤석열] 제가 누구 만난 건지 상대방에 대해서는, 그거는, 그걸 어떻게 이야기하겠습니까.

[박범계] 아니라고는 말 못하네요. (생략) 검사는 사회 어떤 집단에 대해서도 최대한 사심 없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마이크 꺼짐)
[윤석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삼성 수사, 철저하게 했습니다.


앞서 뉴스타파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재직 시절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만남이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윤 총장은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수사는 철저하게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윤석열]"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십니까? 과거에는 안 그러셨잖습니까.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잖습니까. 네?"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바뀌는 것이 없구나"

윤 총장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와 사법의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현정권을 '저격'했습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윤 총장에게 "끝까지 버텨달라"고 응원했던 글을 인용하며 "어떻게 평가하냐"고 윤 총장에게 묻자, 이렇게 답한 겁니다.

[윤석열] "제가 하여튼 그 검사생활을 겪으면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생략)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은, 참 이게 크게 바뀌는 게 없구나. 내가 왜 그렇게 그냥 편하게 살지 그렇게 개인적으로 이렇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그런 생각도 많이 듭니다."


대체 '부하'가 뭐길래….

이번 국감에서는 '부하'라는 단어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습니다. 그 발단은 윤 총장의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만약에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검찰총장이라는 이런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며 검찰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검찰의 중립성이나 사법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관련 논쟁을 '부하 논란'이라고 명명하며 "검찰총장은 법무부 감독의 지휘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우습게 보고, 아랫사람 다루듯이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게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도 윤 총장에게 "총장과 검사장의 관계는 부하인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고,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 명을 거역한다'는 둥 이렇게 하시니까, 그것은 부하한테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비호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지난 6월 추미애 장관이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만나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것을 (윤 총장이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겠다고 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추 장관의 워딩을 보면, 이게 부하 내지는 아랫사람한테 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1년 3개월 전,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와 이번 국감에서 여야의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정책 질의한 최기상 의원

'대검 국감'이라기보다는 '윤석열 청문회' 같았던 이번 국감에서 눈에 띄는 질의가 있었습니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의혹도, 윤 총장의 가족 관련 의혹도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남발로 인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최 의원은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해서 우월적 수사 지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검사의 실력은 압수수색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윤 총장은 최근 선거 사건 등으로 압수수색 건수가 많이 집계된 것 같다며, 구속 수사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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