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공군 간부들은 왜 김 상병에게 본죽을 사다줬을까?

입력 2020.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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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 아들 특혜 의혹 문건 확인…대대장 두 명이 작성했다.

군사경찰대대 수사관과 간부들은 '첩보'라는 걸 씁니다. 부대 내 특이 동향이나 향후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파악해 보고서를 쓰는 겁니다. 이른바 첩보 보고서는 군 본부에 보고됩니다.

제10 전투비행단(10전비)에서 문제의 첩보가 작성된 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였습니다. 당시 공군 준장이던 박칠호 비행단장이 '해당 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들을 감싸고 특혜를 제공해 물의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두 개의 문건은 두 명의 군사경찰대대장이 각각 작성한 것으로, 공군 본부 직할 군사경찰단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취재진이 복기한 첩보 문건KBS 취재진이 복기한 첩보 문건

재선인 김병기 의원은 20대와 21대 국회에서 모두 국방위원을 맡았습니다. 김 의원의 차남 김 모 씨는 2018년 4월 입대해 같은 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전비 군사경찰대대에서 복무했습니다. 김 씨는 복무 기간 두 명의 대대장을 거쳤는데 두 사람 모두 박 단장이 김 씨에게 부당한 특혜를 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써 본부에 보고한 셈입니다. 박 단장은 비행단 최고 책임자이자 대대장의 상관입니다. 대대장들이 직속상관의 문제를 보고서로 만들어 공군 본부에까지 보내게 된 건 대체 무슨 사정이었을까요?

취재팀은 지난 6월 이런 내용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문건에 담긴 세부 내용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개의 문건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 단장이 김 씨에게 제공한 부적절한 '특혜' 내용을 명시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첩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10전비와 관련된 전·현직 간부와 전역 장병 등 모두 28명을 접촉해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상당 부분 사실에 가깝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 다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취재원의 신원이 특정돼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어 증언은 정제해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군 간부들이 김병기 아들 위해 '죽 심부름'

첩보 문건엔 군 간부가 단장 지시를 받고 김 씨를 위해 이른바 '죽 심부름'을 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2019년 7월 박칠호 단장이 당시 군사경찰대대장인 박 모 중령에게 '김 씨가 장염을 앓고 있으니 부대 밖 죽 전문점에서 죽을 사서 주라'고 지시해 따랐다는 겁니다.


취재 결과, 실제로 10전비 군사경찰대대 소속 간부가 대대장 지시로 김 씨를 위해 '죽 심부름'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최소 두 차례'였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죽 심부름'을 직접 목격했거나 그런 사실을 들었다고 말한 10전비 관계자들은 8명이었습니다.

한 간부는 "다른 병사들이 아플 때는 간부가 죽을 사다 주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고, 다른 10전비 관계자는 "김 씨가 전화로 본죽의 특정 메뉴를 먹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말했더니 얼마 뒤 간부가 그 죽을 사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박 단장 "죽 심부름 지시 안해"…아픈 건 어떻게 알았을까?

취재팀은 작성자인 당시 대대장 박 모 중령에게 첩보 작성 경위 등을 질의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만 전해왔습니다.

박 중령에게 죽 심부름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박칠호 당시 단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아프다고 해서 살펴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죽과 관련해 지시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김 상병이 아프다는 사실을 단장이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를 물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박칠호 공군 소장박칠호 공군 소장

'죽 심부름' 요청한 사람, 국회에도 있었다

그런데 첩보 문건에는 흥미로운 메모가 있습니다. 김 상병에게 죽 좀 사다주라고 대대장에게 요청한 인물로 박 단장 말고도 이 모 대령이 등장합니다. 이 대령은 국회에서 근무하는 국방부 협력담당관입니다. 취재팀은 이 대령에게도 김 상병이 아프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 죽을 사주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냐, 질의했지만 "1년이 넘은 이야기라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김병기 의원 "군에 죽 전달 요청한 적 없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김병기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아들이 아프다고 해서 소속 부대 누군가에게, 아니면 국회 협력담당관에게 죽 좀 사다주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아래와 같은 서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의원실에서 군에 요청했다는 (질문) 전제 자체가 허위입니다. 저 같은 경우 차남이 아팠다는 상황을 나중에 알았을 정도입니다."

"제보가 극히 자극적인데 죽은 한 번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차남은 심한 장염 및 설사와 탈수증상으로 조모 병사의 부축을 받아 항공의무대대에서 링거를 맞고 하루 입원을 한 후 퇴원하여 생활관에서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있었는데, 당시 김모 중사가 죽을 가져다주면서 ‘몸 아프다며 이거 먹어라.’라고 하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받았다고 합니다."

"죽을 제공한 것은 당시 부대 자체 판단으로 시행한 것으로 사실은 ‘부하를 사랑하는 상사’ 등 미담으로 회자 될 수 있는 사안이 악의적 왜곡 되어, 제공한 분에게 오히려 죄송한 마음까지 듭니다."

특혜인지 미담인지는 시청자와 기사 독자들이 판단할 몫입니다. 문제의 첩보 문건에 담긴 또 다른 의혹은 오늘(23일) KBS 뉴스9를 통해 추가로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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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3 06:00:06
    탐사K
국방위원 아들 특혜 의혹 문건 확인…대대장 두 명이 작성했다.

군사경찰대대 수사관과 간부들은 '첩보'라는 걸 씁니다. 부대 내 특이 동향이나 향후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파악해 보고서를 쓰는 겁니다. 이른바 첩보 보고서는 군 본부에 보고됩니다.

제10 전투비행단(10전비)에서 문제의 첩보가 작성된 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였습니다. 당시 공군 준장이던 박칠호 비행단장이 '해당 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들을 감싸고 특혜를 제공해 물의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두 개의 문건은 두 명의 군사경찰대대장이 각각 작성한 것으로, 공군 본부 직할 군사경찰단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취재진이 복기한 첩보 문건
재선인 김병기 의원은 20대와 21대 국회에서 모두 국방위원을 맡았습니다. 김 의원의 차남 김 모 씨는 2018년 4월 입대해 같은 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전비 군사경찰대대에서 복무했습니다. 김 씨는 복무 기간 두 명의 대대장을 거쳤는데 두 사람 모두 박 단장이 김 씨에게 부당한 특혜를 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써 본부에 보고한 셈입니다. 박 단장은 비행단 최고 책임자이자 대대장의 상관입니다. 대대장들이 직속상관의 문제를 보고서로 만들어 공군 본부에까지 보내게 된 건 대체 무슨 사정이었을까요?

취재팀은 지난 6월 이런 내용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문건에 담긴 세부 내용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개의 문건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 단장이 김 씨에게 제공한 부적절한 '특혜' 내용을 명시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첩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10전비와 관련된 전·현직 간부와 전역 장병 등 모두 28명을 접촉해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상당 부분 사실에 가깝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 다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취재원의 신원이 특정돼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어 증언은 정제해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군 간부들이 김병기 아들 위해 '죽 심부름'

첩보 문건엔 군 간부가 단장 지시를 받고 김 씨를 위해 이른바 '죽 심부름'을 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2019년 7월 박칠호 단장이 당시 군사경찰대대장인 박 모 중령에게 '김 씨가 장염을 앓고 있으니 부대 밖 죽 전문점에서 죽을 사서 주라'고 지시해 따랐다는 겁니다.


취재 결과, 실제로 10전비 군사경찰대대 소속 간부가 대대장 지시로 김 씨를 위해 '죽 심부름'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최소 두 차례'였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죽 심부름'을 직접 목격했거나 그런 사실을 들었다고 말한 10전비 관계자들은 8명이었습니다.

한 간부는 "다른 병사들이 아플 때는 간부가 죽을 사다 주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고, 다른 10전비 관계자는 "김 씨가 전화로 본죽의 특정 메뉴를 먹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말했더니 얼마 뒤 간부가 그 죽을 사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박 단장 "죽 심부름 지시 안해"…아픈 건 어떻게 알았을까?

취재팀은 작성자인 당시 대대장 박 모 중령에게 첩보 작성 경위 등을 질의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만 전해왔습니다.

박 중령에게 죽 심부름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박칠호 당시 단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아프다고 해서 살펴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죽과 관련해 지시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김 상병이 아프다는 사실을 단장이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를 물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박칠호 공군 소장
'죽 심부름' 요청한 사람, 국회에도 있었다

그런데 첩보 문건에는 흥미로운 메모가 있습니다. 김 상병에게 죽 좀 사다주라고 대대장에게 요청한 인물로 박 단장 말고도 이 모 대령이 등장합니다. 이 대령은 국회에서 근무하는 국방부 협력담당관입니다. 취재팀은 이 대령에게도 김 상병이 아프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 죽을 사주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냐, 질의했지만 "1년이 넘은 이야기라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김병기 의원 "군에 죽 전달 요청한 적 없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김병기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아들이 아프다고 해서 소속 부대 누군가에게, 아니면 국회 협력담당관에게 죽 좀 사다주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아래와 같은 서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의원실에서 군에 요청했다는 (질문) 전제 자체가 허위입니다. 저 같은 경우 차남이 아팠다는 상황을 나중에 알았을 정도입니다."

"제보가 극히 자극적인데 죽은 한 번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차남은 심한 장염 및 설사와 탈수증상으로 조모 병사의 부축을 받아 항공의무대대에서 링거를 맞고 하루 입원을 한 후 퇴원하여 생활관에서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있었는데, 당시 김모 중사가 죽을 가져다주면서 ‘몸 아프다며 이거 먹어라.’라고 하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받았다고 합니다."

"죽을 제공한 것은 당시 부대 자체 판단으로 시행한 것으로 사실은 ‘부하를 사랑하는 상사’ 등 미담으로 회자 될 수 있는 사안이 악의적 왜곡 되어, 제공한 분에게 오히려 죄송한 마음까지 듭니다."

특혜인지 미담인지는 시청자와 기사 독자들이 판단할 몫입니다. 문제의 첩보 문건에 담긴 또 다른 의혹은 오늘(23일) KBS 뉴스9를 통해 추가로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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