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권인숙이 ‘피해자들’에게…“시선에 휘둘리지 말길”

입력 2020.10.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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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피해자였던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을 향해 "시선에 너무 휘둘리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의원은 22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과거 피해 당사자로서 또 다른 피해 당사자들에게 힘이 될 말을 해달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https://youtu.be/IcU8I7J19KY)

권 의원은 "굉장히 논란이 되는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자기 삶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자기 보호와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주변 시선에서 조금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 "'사건의 주인공'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자기 보호·자기 객관화 해야"

"주변 시선에는 기대와 폄하, 냉소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오히려 가까이에서 얘기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훨씬 더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면서 "쉽진 않지만 그 시선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89년 6월, 故 조영래 변호사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재판 뒤 법원 나오는 권인숙 의원.1989년 6월, 故 조영래 변호사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재판 뒤 법원 나오는 권인숙 의원.

1986년 20대 대학생으로서 경찰의 성고문 폭로에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올바른 일이었고, 옳은 일 앞에선 두려움이 없는 기질을 타고났다"고 말했습니다. 권 의원은 당시 "가난한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고 결심한 상태"였고 "폭로가 잘못됐다거나 부끄럽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후 '성고문 피해자'라는 또 다른 이름이 30년 넘게 따라다닌 데 대해 권 의원은 "불편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일 같다"면서 "어느 순간 포기하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그냥 열심히 잘 얘기하고 다닌다"고도 했습니다.

■ "朴 시장 사건, 조직 문화 바뀔 중요한 계기…소신 갖고 대응할 수밖에"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변호인이었던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절망했다"면서도 경찰 수사와 인권위 조사가 미진할 경우 "소신을 갖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 사회 조직 문화가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권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들도 그러하시겠지만 어떤 공직자보다 성 평등 정책을 열심히 펼쳤던 박 전 시장마저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 절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발언에 대해 권 의원은 "주변의 고위 공직자들이 2018년 미투 운동 때 방어적이고 저항적이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분들을 향한 호소와 안타까움, 협박이 담긴 얘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권력을 가진 분들의 권력은 밑의 사람들에게 전달돼 위력에 의한 성희롱과 성폭력이 사실은 굉장히 쉽게 일어나지만, 경각심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 "온라인 그루밍 어마어마…무력한 아동·청소년 보호 시급"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국회 교육위와 여성가족위원인 권인숙 의원은 '낙태죄 폐지'와 '온라인 그루밍 처벌'을 법제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이후에도 정부가 낙태죄를 존치시킨 데 대해서는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면서 "임신 중단을 범죄화하지 말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결정을 하는 여성들을 염려하고 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아이를 키우려는 여성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권 의원은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1호 법안으로 소개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성착취나 성매매를 위해 채팅으로 아동과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어마어마하고 아동과 청소년들은 가장 무력한 상태"라면서 "아동, 청소년 유인 행위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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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 권인숙이 ‘피해자들’에게…“시선에 휘둘리지 말길”
    • 입력 2020-10-23 08:01:14
    취재K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피해자였던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을 향해 "시선에 너무 휘둘리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의원은 22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과거 피해 당사자로서 또 다른 피해 당사자들에게 힘이 될 말을 해달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https://youtu.be/IcU8I7J19KY)

권 의원은 "굉장히 논란이 되는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자기 삶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자기 보호와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주변 시선에서 조금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 "'사건의 주인공'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자기 보호·자기 객관화 해야"

"주변 시선에는 기대와 폄하, 냉소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오히려 가까이에서 얘기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훨씬 더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면서 "쉽진 않지만 그 시선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89년 6월, 故 조영래 변호사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재판 뒤 법원 나오는 권인숙 의원.
1986년 20대 대학생으로서 경찰의 성고문 폭로에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올바른 일이었고, 옳은 일 앞에선 두려움이 없는 기질을 타고났다"고 말했습니다. 권 의원은 당시 "가난한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고 결심한 상태"였고 "폭로가 잘못됐다거나 부끄럽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후 '성고문 피해자'라는 또 다른 이름이 30년 넘게 따라다닌 데 대해 권 의원은 "불편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일 같다"면서 "어느 순간 포기하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그냥 열심히 잘 얘기하고 다닌다"고도 했습니다.

■ "朴 시장 사건, 조직 문화 바뀔 중요한 계기…소신 갖고 대응할 수밖에"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변호인이었던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절망했다"면서도 경찰 수사와 인권위 조사가 미진할 경우 "소신을 갖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 사회 조직 문화가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권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들도 그러하시겠지만 어떤 공직자보다 성 평등 정책을 열심히 펼쳤던 박 전 시장마저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 절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발언에 대해 권 의원은 "주변의 고위 공직자들이 2018년 미투 운동 때 방어적이고 저항적이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분들을 향한 호소와 안타까움, 협박이 담긴 얘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권력을 가진 분들의 권력은 밑의 사람들에게 전달돼 위력에 의한 성희롱과 성폭력이 사실은 굉장히 쉽게 일어나지만, 경각심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 "온라인 그루밍 어마어마…무력한 아동·청소년 보호 시급"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국회 교육위와 여성가족위원인 권인숙 의원은 '낙태죄 폐지'와 '온라인 그루밍 처벌'을 법제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이후에도 정부가 낙태죄를 존치시킨 데 대해서는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면서 "임신 중단을 범죄화하지 말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결정을 하는 여성들을 염려하고 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아이를 키우려는 여성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권 의원은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1호 법안으로 소개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성착취나 성매매를 위해 채팅으로 아동과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어마어마하고 아동과 청소년들은 가장 무력한 상태"라면서 "아동, 청소년 유인 행위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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