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코로나19 계기로 ‘동전’ 없애기 가능할까?

입력 2020.10.23 (11:30) 수정 2020.10.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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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 동안 찌그러지거나 부식돼 한국은행이 폐기한 동전은 2천6백만 개. 금액으로는 24억 원에 이릅니다.

한국은행이 동전을 새로 만드는 데는 연간 400억 원(2015∼2019년 평균) 이상이 들어갑니다.

신용카드를 넘어 이제 각종 '페이'라는 디지털 지불 수단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른 시일 내에 현금, 특히 동전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계기로 동전 폐기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러시아, 지폐·동전 통한 코로나19 감염 경고

러시아의 보건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폐나 동전을 만질 경우 바이러스가 돈 표면에 묻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시각 15일 타스 통신이 전했습니다.

감독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폐 표면에선 하루 이상, 동전 표면에선 3시간 이상 전파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동전 표면의 바이러스는 1시간 만에 전파력이 100분의 1로 줄어들지만, 지폐 표면의 바이러스는 10분의 1 정도만 줄어든다고 소개했습니다.

감독청은 화폐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돈을 만지고 난 뒤에는 손을 세정제로 소독하거나 비누로 깨끗이 씻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국 1센트 동전 '페니' 폐지론 재부상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1센트(12원)짜리 동전인 페니의 폐지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7월 전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미국인들이 저금통에 든 동전을 그대로 쌓아둔 채 밖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봉쇄와 해제를 반복하면서 6월에는 일시적으로 동전 유통이 끊기는 사태를 겪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굳이 별 쓸모도 없고, 1센트짜리 생산에 2센트의 비용이 드는 페니를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현금 거래 시 동전 세면 2.5초 더 소요…동전 생산 줄이는 국가들

영국 BBC는 많은 국가가 동전을 없애려고 하고 있고 대안도 마련돼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현지시각 12일 분석했습니다.

먼저 동전을 없애면 생산성이 향상할 것이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편의점협회의 연구를 보면, 현금 거래 시 동전을 세면 2.5초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됐습니다. 그 자체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하루에 수백만 번씩으로 횟수가 늘어나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BBC는 말했습니다

많은 국가는 작은 화폐 단위의 동전 생산을 줄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 영국 왕립 조폐국인 로열 민트는 동전 수요가 줄어들어 10년 이내에 2파운드, 2펜스 주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10년 전에는 10건의 거래 중 6건에 현금이 사용되었지만, 2019년에는 10건의 구매 중 3건 미만에 사용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캐나다는 2012년에 1센트 동전 생산을 중단했고, 호주는 1992년에 새로운 1센트 및 2센트 동전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자선 단체, 노숙자 걱정… 물가 상승 우려도

동전 폐기의 문제는 동전 기부에 의존하는 자선 단체의 사업과 노숙자의 수입에 대한 걱정, 그리고 물가 상승에 있습니다.

자선 원조 단체 CAF에 따르면, 영국 자선 단체에 기부된 모든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2019년에 현금으로 이뤄졌습니다.

길거리나 상점 계산대 앞에 있는 자선 모금함에 동전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또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닐 때 소액의 돈을 기부하면서 기부하는 습관을 배우게 되는 데, 이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작은 동전으로 기부하는 메커니즘이 사라지는 것은 걱정"이라고 국립 자원봉사단체협의회 대표인 칼 와일딩은 우려했습니다.

노숙자는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는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6.99파운드의 제품은 7파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은행의 경제학자 마리레나 안젤리는 "영국에서 파는 품목 8개 중 1개만 '.99'로 끝난다며 이는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은행 동전 없는 사회 추진 '지지부진'

한국은행은 2017년부터 동전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 마트와 편의점에 발생하는 동전을 '선불전자지급수단' 즉 각종 '페이'에 충전해주는 잔돈 계좌적립서비스를 해보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처음부터 '페이'나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현금을 내고 잔돈을 다시 적립하는 데 상점 직원도 고객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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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3 11:30:34
    • 수정2020-10-23 1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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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 동안 찌그러지거나 부식돼 한국은행이 폐기한 동전은 2천6백만 개. 금액으로는 24억 원에 이릅니다.

한국은행이 동전을 새로 만드는 데는 연간 400억 원(2015∼2019년 평균) 이상이 들어갑니다.

신용카드를 넘어 이제 각종 '페이'라는 디지털 지불 수단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른 시일 내에 현금, 특히 동전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계기로 동전 폐기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러시아, 지폐·동전 통한 코로나19 감염 경고

러시아의 보건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폐나 동전을 만질 경우 바이러스가 돈 표면에 묻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시각 15일 타스 통신이 전했습니다.

감독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폐 표면에선 하루 이상, 동전 표면에선 3시간 이상 전파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동전 표면의 바이러스는 1시간 만에 전파력이 100분의 1로 줄어들지만, 지폐 표면의 바이러스는 10분의 1 정도만 줄어든다고 소개했습니다.

감독청은 화폐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돈을 만지고 난 뒤에는 손을 세정제로 소독하거나 비누로 깨끗이 씻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국 1센트 동전 '페니' 폐지론 재부상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1센트(12원)짜리 동전인 페니의 폐지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7월 전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미국인들이 저금통에 든 동전을 그대로 쌓아둔 채 밖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봉쇄와 해제를 반복하면서 6월에는 일시적으로 동전 유통이 끊기는 사태를 겪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굳이 별 쓸모도 없고, 1센트짜리 생산에 2센트의 비용이 드는 페니를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현금 거래 시 동전 세면 2.5초 더 소요…동전 생산 줄이는 국가들

영국 BBC는 많은 국가가 동전을 없애려고 하고 있고 대안도 마련돼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현지시각 12일 분석했습니다.

먼저 동전을 없애면 생산성이 향상할 것이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편의점협회의 연구를 보면, 현금 거래 시 동전을 세면 2.5초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됐습니다. 그 자체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하루에 수백만 번씩으로 횟수가 늘어나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BBC는 말했습니다

많은 국가는 작은 화폐 단위의 동전 생산을 줄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 영국 왕립 조폐국인 로열 민트는 동전 수요가 줄어들어 10년 이내에 2파운드, 2펜스 주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10년 전에는 10건의 거래 중 6건에 현금이 사용되었지만, 2019년에는 10건의 구매 중 3건 미만에 사용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캐나다는 2012년에 1센트 동전 생산을 중단했고, 호주는 1992년에 새로운 1센트 및 2센트 동전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자선 단체, 노숙자 걱정… 물가 상승 우려도

동전 폐기의 문제는 동전 기부에 의존하는 자선 단체의 사업과 노숙자의 수입에 대한 걱정, 그리고 물가 상승에 있습니다.

자선 원조 단체 CAF에 따르면, 영국 자선 단체에 기부된 모든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2019년에 현금으로 이뤄졌습니다.

길거리나 상점 계산대 앞에 있는 자선 모금함에 동전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또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닐 때 소액의 돈을 기부하면서 기부하는 습관을 배우게 되는 데, 이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작은 동전으로 기부하는 메커니즘이 사라지는 것은 걱정"이라고 국립 자원봉사단체협의회 대표인 칼 와일딩은 우려했습니다.

노숙자는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는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6.99파운드의 제품은 7파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은행의 경제학자 마리레나 안젤리는 "영국에서 파는 품목 8개 중 1개만 '.99'로 끝난다며 이는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은행 동전 없는 사회 추진 '지지부진'

한국은행은 2017년부터 동전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 마트와 편의점에 발생하는 동전을 '선불전자지급수단' 즉 각종 '페이'에 충전해주는 잔돈 계좌적립서비스를 해보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처음부터 '페이'나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현금을 내고 잔돈을 다시 적립하는 데 상점 직원도 고객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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