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항미원조’ 띄우며 친선 과시…이유는?

입력 2020.10.23 (16:10) 수정 2020.10.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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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중국은 '인민지원군'을 북한에 보내 참전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6·25 전쟁을 '미국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바, 중국에서는 이 6·25 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1950년 중국 인민지원군이 북한에 가서 첫 전투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이라는 이름의 참전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 김정은, 中 '항미원조' 열사릉에도 화환...연일 '북·중 친선' 부각

이 6·25 전쟁 참전일을 앞두고 북한이 연일 중국과의 혈맹관계, 우호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참배한 데 이어 중국 선양의 열사릉에도 화환을 보내 북·중 친선관계를 과시했는데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23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인민지원군 조선전선참전 70돌에 즈음해 (2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항미원조 열사릉원과 단둥시 항미원조 기념탑에 꽃바구니들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화환에는 김 위원장의 이름과 함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은 영생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혔고, 진정식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중국에서 사업하는 북한 간부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와 랴오닝·선양·단둥시 간부들이 참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지원군 참전 70주년을 맞아 21일 평양에 있는 북·중 우의탑에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사진.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지원군 참전 70주년을 맞아 21일 평양에 있는 북·중 우의탑에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사진.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앞서 어제(22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직접 찾아 참배하고 평양 소재 북·중 우의탑에도 화환을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공군 열사묘에 묵념한 뒤 마오쩌둥 전 주석의 장남이자 6·25 전쟁에서 전사한 마오안잉의 묘에 헌화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특히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격멸하는 성전에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영용하게 싸운 중국 인민지원군 장병의 붉은 피는 우리 조국 땅 곳곳에 스며있다"며 "그들의 숭고한 넋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인민지원군의 조선전선 참전은 조국해방전쟁의 승리에 역사적 기여를 했다"며 "조·중(북·중) 두 나라 군대와 인민이 운명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생사고락을 같이하면서 피로써 쟁취한 승리는 세기가 바뀐 오늘에 와서도 변함없이 거대한 의의를 가진다"며 북·중 친선의 역사성을 강조했습니다.

■ 시진핑 "제국주의 맞선 위대한 승리"...'항미원조' 띄우기

중국 역시 '항미원조'를 부쩍 강조하며 돈독한 북중 관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최근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중국은 '항미원조' 참전 7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연설에 나서 미국과의 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지칭하며 결사항전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출처: 중국 CCTV 캡처, 연합뉴스.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출처: 중국 CCTV 캡처, 연합뉴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오늘(23일)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40여 분간 연설을 이어가면서 "1950년 6월 25일 북한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 정부는 국제 전략과 냉전 사고에서 출발해 한국 내전에 무력간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어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 북한을 침범한 미국 전투기는 동북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며 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 "중국은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자 북한의 요청에 응해 항미원조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 기간 중국공산당은 정확한 전투 지휘를 해냈고,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위대한 승리를 통해 수백 년 동안 서방 침략자들이 동양의 해안에 대포 몇 대만 두면 한 나라를 점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뜨렸다"도 힘주어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특히 미국의 북진을 '침략'으로 규정하면서 "제국주의 침략자의 전쟁의 불꽃이 신중국의 집 문 앞까지 다가왔다"며 북·중 접경을 중국의 '집 문'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중국은 두 개의 백 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목표 달성의 중요한 역사적 교차점에 서 있다"며 "우리의 앞길은 순조롭기만 할 순 없지만 우리는 항미원조 전쟁의 고난을 뚫고 거둔 위대한 승리를 기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과 단둥 등에서도 '항미원조 작전 70주년'을 기념한 대대적인 헌화식이 진행되는 등 항미원조를 애국주의로 연결하는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관영 CCTV는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식과 전시회, 기념장 제정, 참전 노병 인터뷰 등 관련 보도를 쏟아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면에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을 드날리자"며 중국군의 한국전 참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등 대대적인 '항미원조 띄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 미·중 갈등 격화 속 친선관계 과시...'우군 확보' 나선 듯

북·중 양국이 이처럼 연일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나서는 것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 친선관계를 강조하고 과시함으로써 서로가 '우군'을 확보하고자 하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이처럼 끈끈한 유대를 과시하는 것은 일종의 '대미 압박' 의도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우군이 필요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존재가 절실하며,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완충으로서 북한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도 미 정권 교체기에 중국과의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향후 대미협상에서의 우군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경을 봉쇄하는 등 북·중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미국에 대응하는 '항미원조'와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는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굳건한 연대가 있음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겁니다.

현재 미국 대선 가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역전으로 재선에 성공하든 미국의 대 중국 압박과 견제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또 지금은 북한으로서도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치밀하게 대미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을 즈음해 북한과 중국이 연일 돈독한 '혈맹관계'를 과시하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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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3 16:10:43
    • 수정2020-10-23 16:11:58
    취재K
6·25 전쟁 당시 중국은 '인민지원군'을 북한에 보내 참전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6·25 전쟁을 '미국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바, 중국에서는 이 6·25 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1950년 중국 인민지원군이 북한에 가서 첫 전투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이라는 이름의 참전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 김정은, 中 '항미원조' 열사릉에도 화환...연일 '북·중 친선' 부각

이 6·25 전쟁 참전일을 앞두고 북한이 연일 중국과의 혈맹관계, 우호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참배한 데 이어 중국 선양의 열사릉에도 화환을 보내 북·중 친선관계를 과시했는데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23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인민지원군 조선전선참전 70돌에 즈음해 (2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항미원조 열사릉원과 단둥시 항미원조 기념탑에 꽃바구니들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화환에는 김 위원장의 이름과 함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은 영생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혔고, 진정식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중국에서 사업하는 북한 간부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와 랴오닝·선양·단둥시 간부들이 참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지원군 참전 70주년을 맞아 21일 평양에 있는 북·중 우의탑에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사진.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앞서 어제(22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직접 찾아 참배하고 평양 소재 북·중 우의탑에도 화환을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공군 열사묘에 묵념한 뒤 마오쩌둥 전 주석의 장남이자 6·25 전쟁에서 전사한 마오안잉의 묘에 헌화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특히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격멸하는 성전에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영용하게 싸운 중국 인민지원군 장병의 붉은 피는 우리 조국 땅 곳곳에 스며있다"며 "그들의 숭고한 넋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인민지원군의 조선전선 참전은 조국해방전쟁의 승리에 역사적 기여를 했다"며 "조·중(북·중) 두 나라 군대와 인민이 운명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생사고락을 같이하면서 피로써 쟁취한 승리는 세기가 바뀐 오늘에 와서도 변함없이 거대한 의의를 가진다"며 북·중 친선의 역사성을 강조했습니다.

■ 시진핑 "제국주의 맞선 위대한 승리"...'항미원조' 띄우기

중국 역시 '항미원조'를 부쩍 강조하며 돈독한 북중 관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최근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중국은 '항미원조' 참전 7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연설에 나서 미국과의 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지칭하며 결사항전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출처: 중국 CCTV 캡처, 연합뉴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오늘(23일)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40여 분간 연설을 이어가면서 "1950년 6월 25일 북한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 정부는 국제 전략과 냉전 사고에서 출발해 한국 내전에 무력간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어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 북한을 침범한 미국 전투기는 동북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며 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 "중국은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자 북한의 요청에 응해 항미원조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 기간 중국공산당은 정확한 전투 지휘를 해냈고,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위대한 승리를 통해 수백 년 동안 서방 침략자들이 동양의 해안에 대포 몇 대만 두면 한 나라를 점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뜨렸다"도 힘주어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특히 미국의 북진을 '침략'으로 규정하면서 "제국주의 침략자의 전쟁의 불꽃이 신중국의 집 문 앞까지 다가왔다"며 북·중 접경을 중국의 '집 문'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중국은 두 개의 백 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목표 달성의 중요한 역사적 교차점에 서 있다"며 "우리의 앞길은 순조롭기만 할 순 없지만 우리는 항미원조 전쟁의 고난을 뚫고 거둔 위대한 승리를 기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과 단둥 등에서도 '항미원조 작전 70주년'을 기념한 대대적인 헌화식이 진행되는 등 항미원조를 애국주의로 연결하는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관영 CCTV는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식과 전시회, 기념장 제정, 참전 노병 인터뷰 등 관련 보도를 쏟아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면에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을 드날리자"며 중국군의 한국전 참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등 대대적인 '항미원조 띄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 미·중 갈등 격화 속 친선관계 과시...'우군 확보' 나선 듯

북·중 양국이 이처럼 연일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나서는 것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 친선관계를 강조하고 과시함으로써 서로가 '우군'을 확보하고자 하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이처럼 끈끈한 유대를 과시하는 것은 일종의 '대미 압박' 의도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우군이 필요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존재가 절실하며,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완충으로서 북한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도 미 정권 교체기에 중국과의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향후 대미협상에서의 우군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경을 봉쇄하는 등 북·중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미국에 대응하는 '항미원조'와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는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굳건한 연대가 있음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겁니다.

현재 미국 대선 가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역전으로 재선에 성공하든 미국의 대 중국 압박과 견제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또 지금은 북한으로서도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치밀하게 대미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을 즈음해 북한과 중국이 연일 돈독한 '혈맹관계'를 과시하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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