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절반 깎아주겠다” 서초구 조례, 왜 법정으로 갈까?

입력 2020.10.23 (16:58) 수정 2020.10.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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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깎아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서울 서초구가 재산세 감면을 추진한다는 기사마다 '지지한다'는 댓글이 맨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아무튼 서울 서초구는 오늘(23일) 일부 주민에게 자치구분 재산세 절반을 환급하는 조례의 공포를 강행했습니다.

반대로 재산세 감면에 제동을 거는 건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말입니다. 한때 서울시 안에서도 서초구 재산세 감면 조례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보궐선거에서 야당 출신 시장이 올지 모르니, 공무원들이 눈치를 본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서울시는 이 감면 조례를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에게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예상대로 조 구청장이 재의를 거부하자, 서울시는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하는 등 적극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좋게좋게 넘어가기에는 좀 논쟁적인,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 조례의 내용과 절차를 짚어보겠습니다.

■ 법 위의 조례? 서초구가 강행한 조례 살펴보니…


오늘 공포된 서초구 조례 내용은 위와 같습니다. 먼저 '1가구 1개 주택'이라는 표현이 눈에 걸리실 겁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지방세법과 그 시행령은 1가구 1주택자를 규정해놨습니다.

그런데 서초구의회는 개정 과정에서 '1가구 1개 주택을 소유한 개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제출한 조례 초안에는 없던 표현입니다.

'시가표준액 9억 원 이하'라는 감면 대상은 조 구청장이 초안부터 임의로 설정했습니다. 9억 원 이하 1가구 1개 주택자에게 절반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이 조항들이 상위법을 벗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세는 지방세법 111조에서 주택의 경우 6천만 원 이하/6천만 원 초과 1억 5천만 원 이하/1억 5천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3억 원 초과의 4개 과세구간을 정해놨습니다.

다시 말해,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대상을 바꾸려면 조례가 아니라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구의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조례가 일부 대상에 한정해 세율을 차등 적용한 것이어서, 지방세법에 있는 자치구 차원의 탄력세율 적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초구가 과세 구간을 위법하게 신설했다면서, 특히 조세 감면은 지방세 특례제한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 감면 대상과 범위를 다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조례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코로나19 재난을 명분으로 재산세를 감면하면서 "특정 지역의 일부 주민에 대하여 세제 경감 혜택을 주는 것은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또, 무주택자보다 주택 보유자가, 저가 주택 소유자보다 고가 주택 소유자가 더 많은 경감 혜택을 받는 상황이 발생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방자치 짓밟혔다"는 서초구, 법적 지시 거부하고 구의회는 '패싱'

서울시의 판단에 대해 조 구청장은 어제(22일) 서초구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를 짓밟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자치구의 재정자치권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는 무제한적인 권한이 아니고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위법·부당한 조례에 대한 서울시장의 재의 요구는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권한 행사로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서초구청장은 시장의 재의 요구 지시에 따라 구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방자치법은 지자체 조례에 대해 시·도지사가 지자체장에게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게 "할 수 있고" 요구를 받은 지자체장은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눈치채셨습니까. 시·도지사의 재의 요구는 임의 규정이고, 지자체장의 이행은 강행 규정입니다. 시·도지사는 재의 요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재량권이 있지만, 재의 요구 지시를 받은 지자체장은 법적으로 그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서초구는 이를 거부하고 오늘 공포를 강행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구세 조례는 자치입법권의 남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서초구의 재의 거부는 처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습니다. 서초구의회에서 재의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재의가 확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서초구의원 15명 중 7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조례 개정 당시 기권과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시의 재의 요구와 관련해서도, 서초구의회에서 구의원이 긴급현안질문을 요청했지만 조 구청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마저도 거부했습니다.

서초구의회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회를 무시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법에 명시된 재의 요구 지시에 따라야 한다"면서 "구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의회와 대화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재산세 감면을 정부 비판에 이용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면서 "서초구청장 자리는 서울시장 자리로 가는 길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시장 없는 서울시 vs 유일 야당 서초구, 계속된 신경전

재산세 감면을 둘러싼 서초구와 서울시의 신경전은 8월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그동안 굳이 기사로 쓰기엔 구구절절한 신경전들을 계속 벌여왔는데요,

먼저 중앙정부의 유권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있습니다. 감면 대상 신설에 대해 중앙정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서초구의회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조례를 고치기 전에 상위법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먼저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9월 25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서초구 담당국장은 "정부의 유권해석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법률 자문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고 그대로 조례 개정을 강행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행안부의 유권해석 없이 법률 자문만 받아 재의를 요구하자, 서초구의 입장은 정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조 구청장은 지난 16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도 기다리지 않고" 재의를 요구한 것이 문제라고 두 차례 언급했습니다. 행안부에 물어보니 "서울시가 유권해석을 요청한 건 맞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재의 여부 판단은 서울시 권한"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음으로, 서울시의 신속한 재의 결정이 졸속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초구는 서울시에 조례를 보고한 지 하루 만에 서울시가 재의를 요구한 점을 들어,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결정이 "쫓기듯이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의 재의요구에 대해 서초구는 자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신중하게 검토했다는 점을 대비하면서 말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초구청장이 8월 초부터 자신의 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산세 감면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데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8월 말, 같은 내용을 안건으로 제안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그동안 충분히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서울시의 '서초구 주택 재산세 관련 쟁점사항 검토'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이 문건은 조 구청장이 서초구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전인 9월 초에 이미 작성됐습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재산세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주요 세입인 데다 파급력이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한 검토를 거쳤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와 서초구의 사전 협의 결렬을 두고도 말이 엇갈립니다.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관장끼리 먼저 만나 입장을 조율하는 게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바람직할 겁니다. 서초구는 어제자 보도자료에서 "개정조례안을 공포하기 전에 시장 권한대행과 만나서 의견을 나눠보려 했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협의가 되지 않은 책임을 서울시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초구가 서울시에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협의가 없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요.

그래서, 서초구는 재산세를 돌려줄까요?

서초구 재산세 감면 조례는 당초 올해분 재산세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법정 대응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일단 조례의 효력은 정지될 상황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재판을 거쳐 서초구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서초구는 환급 대상인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연관기사] 서초구 ‘재산세 감면’ 조례 통과…정말 환급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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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산세 절반 깎아주겠다” 서초구 조례, 왜 법정으로 갈까?
    • 입력 2020-10-23 16:58:22
    • 수정2020-10-23 17:08:29
    취재K
세금 깎아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서울 서초구가 재산세 감면을 추진한다는 기사마다 '지지한다'는 댓글이 맨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아무튼 서울 서초구는 오늘(23일) 일부 주민에게 자치구분 재산세 절반을 환급하는 조례의 공포를 강행했습니다.

반대로 재산세 감면에 제동을 거는 건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말입니다. 한때 서울시 안에서도 서초구 재산세 감면 조례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보궐선거에서 야당 출신 시장이 올지 모르니, 공무원들이 눈치를 본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서울시는 이 감면 조례를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에게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예상대로 조 구청장이 재의를 거부하자, 서울시는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하는 등 적극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좋게좋게 넘어가기에는 좀 논쟁적인,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 조례의 내용과 절차를 짚어보겠습니다.

■ 법 위의 조례? 서초구가 강행한 조례 살펴보니…


오늘 공포된 서초구 조례 내용은 위와 같습니다. 먼저 '1가구 1개 주택'이라는 표현이 눈에 걸리실 겁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지방세법과 그 시행령은 1가구 1주택자를 규정해놨습니다.

그런데 서초구의회는 개정 과정에서 '1가구 1개 주택을 소유한 개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제출한 조례 초안에는 없던 표현입니다.

'시가표준액 9억 원 이하'라는 감면 대상은 조 구청장이 초안부터 임의로 설정했습니다. 9억 원 이하 1가구 1개 주택자에게 절반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이 조항들이 상위법을 벗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세는 지방세법 111조에서 주택의 경우 6천만 원 이하/6천만 원 초과 1억 5천만 원 이하/1억 5천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3억 원 초과의 4개 과세구간을 정해놨습니다.

다시 말해,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대상을 바꾸려면 조례가 아니라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구의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조례가 일부 대상에 한정해 세율을 차등 적용한 것이어서, 지방세법에 있는 자치구 차원의 탄력세율 적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초구가 과세 구간을 위법하게 신설했다면서, 특히 조세 감면은 지방세 특례제한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 감면 대상과 범위를 다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조례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코로나19 재난을 명분으로 재산세를 감면하면서 "특정 지역의 일부 주민에 대하여 세제 경감 혜택을 주는 것은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또, 무주택자보다 주택 보유자가, 저가 주택 소유자보다 고가 주택 소유자가 더 많은 경감 혜택을 받는 상황이 발생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방자치 짓밟혔다"는 서초구, 법적 지시 거부하고 구의회는 '패싱'

서울시의 판단에 대해 조 구청장은 어제(22일) 서초구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를 짓밟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자치구의 재정자치권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는 무제한적인 권한이 아니고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위법·부당한 조례에 대한 서울시장의 재의 요구는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권한 행사로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서초구청장은 시장의 재의 요구 지시에 따라 구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방자치법은 지자체 조례에 대해 시·도지사가 지자체장에게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게 "할 수 있고" 요구를 받은 지자체장은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눈치채셨습니까. 시·도지사의 재의 요구는 임의 규정이고, 지자체장의 이행은 강행 규정입니다. 시·도지사는 재의 요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재량권이 있지만, 재의 요구 지시를 받은 지자체장은 법적으로 그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서초구는 이를 거부하고 오늘 공포를 강행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구세 조례는 자치입법권의 남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서초구의 재의 거부는 처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습니다. 서초구의회에서 재의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재의가 확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서초구의원 15명 중 7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조례 개정 당시 기권과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시의 재의 요구와 관련해서도, 서초구의회에서 구의원이 긴급현안질문을 요청했지만 조 구청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마저도 거부했습니다.

서초구의회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회를 무시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법에 명시된 재의 요구 지시에 따라야 한다"면서 "구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의회와 대화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재산세 감면을 정부 비판에 이용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면서 "서초구청장 자리는 서울시장 자리로 가는 길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시장 없는 서울시 vs 유일 야당 서초구, 계속된 신경전

재산세 감면을 둘러싼 서초구와 서울시의 신경전은 8월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그동안 굳이 기사로 쓰기엔 구구절절한 신경전들을 계속 벌여왔는데요,

먼저 중앙정부의 유권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있습니다. 감면 대상 신설에 대해 중앙정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서초구의회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조례를 고치기 전에 상위법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먼저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9월 25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서초구 담당국장은 "정부의 유권해석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법률 자문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고 그대로 조례 개정을 강행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행안부의 유권해석 없이 법률 자문만 받아 재의를 요구하자, 서초구의 입장은 정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조 구청장은 지난 16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도 기다리지 않고" 재의를 요구한 것이 문제라고 두 차례 언급했습니다. 행안부에 물어보니 "서울시가 유권해석을 요청한 건 맞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재의 여부 판단은 서울시 권한"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음으로, 서울시의 신속한 재의 결정이 졸속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초구는 서울시에 조례를 보고한 지 하루 만에 서울시가 재의를 요구한 점을 들어,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결정이 "쫓기듯이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의 재의요구에 대해 서초구는 자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신중하게 검토했다는 점을 대비하면서 말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초구청장이 8월 초부터 자신의 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산세 감면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데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8월 말, 같은 내용을 안건으로 제안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그동안 충분히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서울시의 '서초구 주택 재산세 관련 쟁점사항 검토'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이 문건은 조 구청장이 서초구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전인 9월 초에 이미 작성됐습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재산세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주요 세입인 데다 파급력이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한 검토를 거쳤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와 서초구의 사전 협의 결렬을 두고도 말이 엇갈립니다.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관장끼리 먼저 만나 입장을 조율하는 게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바람직할 겁니다. 서초구는 어제자 보도자료에서 "개정조례안을 공포하기 전에 시장 권한대행과 만나서 의견을 나눠보려 했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협의가 되지 않은 책임을 서울시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초구가 서울시에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협의가 없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요.

그래서, 서초구는 재산세를 돌려줄까요?

서초구 재산세 감면 조례는 당초 올해분 재산세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법정 대응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일단 조례의 효력은 정지될 상황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재판을 거쳐 서초구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서초구는 환급 대상인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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