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대대적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BTS 논란’은 시작에 불과?

입력 2020.10.23 (20:26) 수정 2020.10.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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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 띄우기 나선 중국

‘항미원조’ 띄우기 나선 중국

이틀 뒤인 일요일(25일) 중공군이 압록강을 건너 한국전쟁에 개입한 지 꼭 70년이 되는 날입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우리는 결국 정전협정을 하게 됐고 현재도 그 결과 분단된 상태지만, 중국은 이날을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된 날, 제국주의를 이겨낸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전쟁을 '항미원조 (북한을 도와 미국을 대항하다)'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오늘(23일) 항미원조 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인민대회장에서 열렸습니다.

대대적인 규모의 기념식…무엇을 강조했나?

‘항미원조 전략 7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인민대회당으로 중국군 장병들이 향하는 모습. (기자 촬영)‘항미원조 전략 7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인민대회당으로 중국군 장병들이 향하는 모습. (기자 촬영)

■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행사의 규모입니다.

중국 대표 장병 천여 명이 모였고,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노병들 백여 명이 직접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노병들이 입장해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5분 넘게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더 놀라운 점은 시진핑 국가 주석을 포함해 중국 지도부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입니다.

매년 항미원조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긴 했어도 참석 인원과 면면을 볼 때 이례적일 만큼 규모가 커졌습니다.

60주년 행사는 기념식이 아닌 비교적 작은 규모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념식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과 최고 지도부들이 등장한 겁니다.

국가 주석이 항미원조 기념식에서 연설을 한 것은 지난 2000년 50주년 기념행사 때 장쩌민 주석이 연설을 한 이후 시진핑 국가 주석이 두 번째입니다.

항미원조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최고 지도부 (기자 촬영)항미원조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최고 지도부 (기자 촬영)

■ 두 번째 주목할 만한 점은, 달라진 발언 내용과 수위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먼저 중공군의 참전이 제국주의 침략을 막아내고,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가져왔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항미원조전쟁에서 19만 7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국가 주석으로서는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중국의 전체 희생자 수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항미원조의 위대한 승리"는 "아무리 강한 나라,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세계 발전의 흐름에 맞서 약자를 괴롭히고, 역행하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수밖에 없다는 철석같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미국을 향해 던진 말입니다.

미국을 겨냥한 '강한 발언', 하필 왜 지금?

항미원조 60주년 기념대회 때 기념사를 발표했던 시진핑 당시 부주석, 그때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당시 시 부주석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이 중국의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의 필요성,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을 주문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그런 내용들은 빠지고 그 자리를 '강성 발언'들이 대신했습니다.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

40분 넘게 연설을 하면서 강조한 건 중국의 애국심 그리고 사실상 미국을 '좌시하지만은 않겠다'는 경고였습니다.

"시대가 어떻게 발전하든지, 우리는 강권에 대항하는 민족의 기개를 연마해야 한다."

"지금의 세계는 어떠한 일방주의·보호주의·극단 이기주의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어떤 협박도, 봉쇄도, 극한의 압박도 통하지 않는다. 어떠한 독선적이고 독선적인 행위도, 어떠한 패권, 횡포, 억압적인 행위도 결코 실행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반드시 죽음의 길일 것이다."

"중국은 영원히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단호히 반대하고, 패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조국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고 분열시키는 어떠한 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인민들은 반드시 정면으로 통격(적군을 통렬하게 공격)을 가할 것이다."

미국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고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반중 정서도 강해졌는데요.

이 시점에 중국 지도부가 나서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내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며 내부 결집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에도 '엄중한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강한 메지시를 던진 셈입니다.

"'BTS 논란'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중국 내서도 '과잉 애국주의' 우려

한 나라의 애국주의, 문제는 과잉으로 커질 때겠죠?

얼마 전 중국에서는 BTS가 미국의 '밴 플리트상'을 받고 한 수상 소감이 때아닌 논란이 됐는데요.

BTS가 지난 7일 ‘밴 플리트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BTS가 지난 7일 ‘밴 플리트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

BTS가 상을 받고 한국전쟁 당시 한미 양국 간의 고난의 역사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던 일입니다.

[연관기사] 中 BTS팬에게 직접 물었다!…中 네티즌들이 발끈한 이유

이런 강한 비난 뒤에는 중국의 이른바 '소분홍' 세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소분홍(小粉紅)'세대는 1990년대 태어난 이른바 민족주의, 애국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세대를 말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이 90년대 세계적 대국, 경제 강국이 될 때 같이 성장하면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애국·민족주의 성향이 특히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20대들이 '너희들이 뭐길래 미국 편을 들고 우리를 무시하느냐'는 식으로 온라인 비난을 이끌었다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불매 운동이 언급됐고, 심지어 BTS 관련 상품들의 중국 내 배송이 중단됐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과잉 애국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겠지요?

실제 중국 네티즌들은 세계적으로 '역풍'을 맞았는데요.

문제는 전 세계가 중국의 과잉 애국주의를 비판해도, 이 '소분홍' 세대들을 비롯해 현세대들은 계속해서 항미원조 정신을 배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도 항미원조 정신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는 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애국심을 건드린다 싶으면 이번 'BTS 발언 논란'과 같은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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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中, 대대적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BTS 논란’은 시작에 불과?
    • 입력 2020-10-23 20:26:52
    • 수정2020-10-23 20:28:17
    특파원 리포트

‘항미원조’ 띄우기 나선 중국

이틀 뒤인 일요일(25일) 중공군이 압록강을 건너 한국전쟁에 개입한 지 꼭 70년이 되는 날입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우리는 결국 정전협정을 하게 됐고 현재도 그 결과 분단된 상태지만, 중국은 이날을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된 날, 제국주의를 이겨낸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전쟁을 '항미원조 (북한을 도와 미국을 대항하다)'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오늘(23일) 항미원조 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인민대회장에서 열렸습니다.

대대적인 규모의 기념식…무엇을 강조했나?

‘항미원조 전략 7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인민대회당으로 중국군 장병들이 향하는 모습. (기자 촬영)
■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행사의 규모입니다.

중국 대표 장병 천여 명이 모였고,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노병들 백여 명이 직접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노병들이 입장해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5분 넘게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더 놀라운 점은 시진핑 국가 주석을 포함해 중국 지도부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입니다.

매년 항미원조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긴 했어도 참석 인원과 면면을 볼 때 이례적일 만큼 규모가 커졌습니다.

60주년 행사는 기념식이 아닌 비교적 작은 규모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념식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과 최고 지도부들이 등장한 겁니다.

국가 주석이 항미원조 기념식에서 연설을 한 것은 지난 2000년 50주년 기념행사 때 장쩌민 주석이 연설을 한 이후 시진핑 국가 주석이 두 번째입니다.

항미원조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최고 지도부 (기자 촬영)
■ 두 번째 주목할 만한 점은, 달라진 발언 내용과 수위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먼저 중공군의 참전이 제국주의 침략을 막아내고,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가져왔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항미원조전쟁에서 19만 7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국가 주석으로서는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중국의 전체 희생자 수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항미원조의 위대한 승리"는 "아무리 강한 나라,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세계 발전의 흐름에 맞서 약자를 괴롭히고, 역행하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수밖에 없다는 철석같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미국을 향해 던진 말입니다.

미국을 겨냥한 '강한 발언', 하필 왜 지금?

항미원조 60주년 기념대회 때 기념사를 발표했던 시진핑 당시 부주석, 그때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당시 시 부주석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이 중국의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의 필요성,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을 주문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그런 내용들은 빠지고 그 자리를 '강성 발언'들이 대신했습니다.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
40분 넘게 연설을 하면서 강조한 건 중국의 애국심 그리고 사실상 미국을 '좌시하지만은 않겠다'는 경고였습니다.

"시대가 어떻게 발전하든지, 우리는 강권에 대항하는 민족의 기개를 연마해야 한다."

"지금의 세계는 어떠한 일방주의·보호주의·극단 이기주의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어떤 협박도, 봉쇄도, 극한의 압박도 통하지 않는다. 어떠한 독선적이고 독선적인 행위도, 어떠한 패권, 횡포, 억압적인 행위도 결코 실행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반드시 죽음의 길일 것이다."

"중국은 영원히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단호히 반대하고, 패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조국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고 분열시키는 어떠한 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인민들은 반드시 정면으로 통격(적군을 통렬하게 공격)을 가할 것이다."

미국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고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반중 정서도 강해졌는데요.

이 시점에 중국 지도부가 나서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내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며 내부 결집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에도 '엄중한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강한 메지시를 던진 셈입니다.

"'BTS 논란'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중국 내서도 '과잉 애국주의' 우려

한 나라의 애국주의, 문제는 과잉으로 커질 때겠죠?

얼마 전 중국에서는 BTS가 미국의 '밴 플리트상'을 받고 한 수상 소감이 때아닌 논란이 됐는데요.

BTS가 지난 7일 ‘밴 플리트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
BTS가 상을 받고 한국전쟁 당시 한미 양국 간의 고난의 역사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던 일입니다.

[연관기사] 中 BTS팬에게 직접 물었다!…中 네티즌들이 발끈한 이유

이런 강한 비난 뒤에는 중국의 이른바 '소분홍' 세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소분홍(小粉紅)'세대는 1990년대 태어난 이른바 민족주의, 애국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세대를 말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이 90년대 세계적 대국, 경제 강국이 될 때 같이 성장하면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애국·민족주의 성향이 특히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20대들이 '너희들이 뭐길래 미국 편을 들고 우리를 무시하느냐'는 식으로 온라인 비난을 이끌었다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불매 운동이 언급됐고, 심지어 BTS 관련 상품들의 중국 내 배송이 중단됐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과잉 애국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겠지요?

실제 중국 네티즌들은 세계적으로 '역풍'을 맞았는데요.

문제는 전 세계가 중국의 과잉 애국주의를 비판해도, 이 '소분홍' 세대들을 비롯해 현세대들은 계속해서 항미원조 정신을 배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도 항미원조 정신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는 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애국심을 건드린다 싶으면 이번 'BTS 발언 논란'과 같은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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