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분할 투표 돌입…한 자문사가 반대 의견 낸 이유는?

입력 2020.10.24 (08: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LG화학 '물적분할' 총회 앞두고 전자투표 돌입

LG화학의 분할을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30일 열립니다. 총회에 앞서 주주들은 전자투표로 20일부터 29일까지 찬반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투표에 돌입한 것입니다.

'알짜' 배터리 사업을 자회사로 나누고, 별도 상장까지 거론되고 있어 소액 주주 가운데는 분할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투표를 원하는 투자자는 예탁결제원 사이트에서 투표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일부 주식사이트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LG화학 분할 투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우선주도 의결권을 가집니다. LG화학의 주주 구성을 보면, 총수 측이 30.09%로 3분의 2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소액주주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가하는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3분의 2 획득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다만 국민연금 역시 1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함께 반대한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찬성과 반대를 권고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물적분할에 반대" 권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4곳가량의 의결권 자문사가 분할 찬성 권고를 냈다면서, 분할 성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물적분할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서스틴베스트가 주목하는 것은 '모회사 디스카운트'입니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은 분할한 배터리 자회사를 별도 상장할 것을 사실상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장한 회사가 자회사를 또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의 주주가치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모회사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데 이게 실존하는지가 쟁점입니다.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실존한다면, 이번 분할이 LG화학 주주들에게 손해라는 것입니다.

■ "자회사 상장 1년 뒤, 모회사 주가 증가는 자회사보다 10% 낮아"

서스틴베스트는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국내 상장회사 가운데 자회사를 상장시킨 회사를 상대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실재하는지 분석했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시가총액 증가율 차이를 비교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 상장 후 1년의 시가총액 증가율은 첫 6달 대비 나머지 6달의 시가총액 증가율로 계산한 것입니다. 이게 자회사와 모회사 중 어느 쪽이 높은지 비교했더니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회사 상장 후 12달 뒤 시점에서는 전체 회사 중 62%에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18달 뒤에는 발생 회사가 75%로 늘어납니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시가총액 증가율 차이도 적지 않습니다. 12개월 뒤에는 모회사의 시가총액 증가율이 자회사 대비 10.4% 낮았고, 18개월 뒤에는 19.4%, 24개월 뒤에는 15.2% 낮았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유의수준 5%에서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총수 지배력 낮추지 않기 위해서인가, 회사를 위한 선택인가?

계약 때문에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다른 자문사들은 이와는 다른 결론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재벌은 인적분할을 활용하는 '자사주 마법'을 이용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은 그런 방식의 꼼수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LG화학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물적분할 외에도 인적분할이나 유상증자 또는 물적분할 시 모회사를 배터리회사로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에 물적분할을 택한 것이 순수하게 회사의 이익만을 따진 결정인지, 아니면 총수 지배력을 더 온전하게 지키려는 판단이 우세한 건 아닌지에 평가가 갈리는 것입니다.

총수로서는 물적분할 후 배터리자회사가 LG화학의 100% 자회사이므로, 앞으로 이 회사를 상장하면서 주식을 일부 내어주더라도 지분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상증자나 인적분할, 또는 물적 분할 시 모회사를 배터리회사로 할 경우에는 새로 확충되는 외부 자본만큼 총수 지분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LG화학은 물적분할이 다른 대안 가운데 가장 회사에 이로운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주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30일 총회에서 판가름 날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LG화학 분할 투표 돌입…한 자문사가 반대 의견 낸 이유는?
    • 입력 2020-10-24 08:01:47
    취재K
■ LG화학 '물적분할' 총회 앞두고 전자투표 돌입

LG화학의 분할을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30일 열립니다. 총회에 앞서 주주들은 전자투표로 20일부터 29일까지 찬반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투표에 돌입한 것입니다.

'알짜' 배터리 사업을 자회사로 나누고, 별도 상장까지 거론되고 있어 소액 주주 가운데는 분할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투표를 원하는 투자자는 예탁결제원 사이트에서 투표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일부 주식사이트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LG화학 분할 투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우선주도 의결권을 가집니다. LG화학의 주주 구성을 보면, 총수 측이 30.09%로 3분의 2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소액주주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가하는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3분의 2 획득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다만 국민연금 역시 1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함께 반대한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찬성과 반대를 권고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물적분할에 반대" 권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4곳가량의 의결권 자문사가 분할 찬성 권고를 냈다면서, 분할 성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물적분할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서스틴베스트가 주목하는 것은 '모회사 디스카운트'입니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은 분할한 배터리 자회사를 별도 상장할 것을 사실상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장한 회사가 자회사를 또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의 주주가치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모회사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데 이게 실존하는지가 쟁점입니다.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실존한다면, 이번 분할이 LG화학 주주들에게 손해라는 것입니다.

■ "자회사 상장 1년 뒤, 모회사 주가 증가는 자회사보다 10% 낮아"

서스틴베스트는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국내 상장회사 가운데 자회사를 상장시킨 회사를 상대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실재하는지 분석했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시가총액 증가율 차이를 비교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 상장 후 1년의 시가총액 증가율은 첫 6달 대비 나머지 6달의 시가총액 증가율로 계산한 것입니다. 이게 자회사와 모회사 중 어느 쪽이 높은지 비교했더니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회사 상장 후 12달 뒤 시점에서는 전체 회사 중 62%에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18달 뒤에는 발생 회사가 75%로 늘어납니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시가총액 증가율 차이도 적지 않습니다. 12개월 뒤에는 모회사의 시가총액 증가율이 자회사 대비 10.4% 낮았고, 18개월 뒤에는 19.4%, 24개월 뒤에는 15.2% 낮았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유의수준 5%에서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총수 지배력 낮추지 않기 위해서인가, 회사를 위한 선택인가?

계약 때문에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다른 자문사들은 이와는 다른 결론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재벌은 인적분할을 활용하는 '자사주 마법'을 이용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은 그런 방식의 꼼수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LG화학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물적분할 외에도 인적분할이나 유상증자 또는 물적분할 시 모회사를 배터리회사로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에 물적분할을 택한 것이 순수하게 회사의 이익만을 따진 결정인지, 아니면 총수 지배력을 더 온전하게 지키려는 판단이 우세한 건 아닌지에 평가가 갈리는 것입니다.

총수로서는 물적분할 후 배터리자회사가 LG화학의 100% 자회사이므로, 앞으로 이 회사를 상장하면서 주식을 일부 내어주더라도 지분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상증자나 인적분할, 또는 물적 분할 시 모회사를 배터리회사로 할 경우에는 새로 확충되는 외부 자본만큼 총수 지분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LG화학은 물적분할이 다른 대안 가운데 가장 회사에 이로운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주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30일 총회에서 판가름 날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