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까지 동원된 올겨울 날씨 전망은?…“냉탕온탕 반복”

입력 2020.10.26 (16:35) 수정 2020.10.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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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위를 걱정할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지난주 기온이 떨어진 뒤로 올겨울 한파가 어떨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는데요. 기상청이 내년 2월까지의 기상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 "예년 수준의 추위 속 기온 변동 폭 클 듯"

"이따금 강한 한파가 찾아오고, 지형적인 영향으로 많은 눈이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그동안 겨울철 기상 전망의 단골 멘트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전망은 나도 하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데요. 올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기상청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평년과 비슷한 추위 속에서 기온 변동 폭이 크고, 12월과 1월에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서해안과 제주도에는 많은 눈이 내릴 때가 있겠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상청 겨울철(12~2월) 기온 전망기상청 겨울철(12~2월) 기온 전망

결론만 보면 늘 똑같은 내용인 것 같습니다만, 이런 전망이 나오게 된 배경까지 살펴보면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조금 특별한 내용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뜯어서 살펴보겠습니다.

■ 북극과 라니냐 영향으로 한반도 기습 한파 가능성

먼저 기온의 변동 폭입니다. 기상청은 '평균' 기온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 겨울 유난히 강한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원인은 북극과 적도 해상에 있습니다. 중위도인 한반도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곳이지만, 올겨울 한반도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전망입니다.

북극해 얼음 면적. 자료 : 기상청북극해 얼음 면적. 자료 : 기상청

먼저 북극입니다. 10월 23일 현재 북극의 해빙(바다 얼음) 면적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작았습니다. 기존에 북극 해빙의 면적이 가장 작았던 해가 2012년이었는데요. 그 해보다도 면적이 작은 해가 올해입니다.

2012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그해 한파와 관련해 갑자기 주목받은 것이 바로 북극입니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급격히 녹아서 한반도의 겨울이 추워졌다는 건데요.

북극에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 제트기류의 흐름을 나타낸 모식도. 자료 : 기상청북극에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 제트기류의 흐름을 나타낸 모식도. 자료 : 기상청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게 되면 북극의 냉기를 가둬주는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출렁이며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겨울 역시 북극 상황만 보면, 한반도에 찬 공기가 충분히 내려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변수는 열대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입니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오는 대륙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는데요.

기상청은 북극과 적도 해역의 상황을 고려해 이번 겨울 찬 대륙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릴 때가 있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AI(인공지능)는 한겨울 1월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

이렇듯 한파의 신호가 우세한 올겨울 기상 환경 속에서 기상청은 다른 변수에도 주목했습니다.

먼저 성층권입니다. 성층권은 우리가 숨 쉬는, 그리고 날씨가 일어나는 대류권의 위에 있는 10~50km 고도의 대기층을 뜻합니다.

이곳의 흐름이 우리가 생활하는 곳의 날씨를 어떻게 좌우할까 의아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 과거 한반도 겨울철 한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입니다.

앞서 한파가 극심했다고 말씀드린 2012년에 성층권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온 적이 있습니다. 올해는 반대로 성층권의 흐름이 오히려 한반도의 겨울철 기온을 높일 수 있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그러니까 앞서 말씀드린 북극과 적도의 흐름 외에 지상 10km도 넘는 상공에서의 기류 변화까지 한반도 날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처럼 한반도의 겨울철 날씨를 전망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인공지능, AI입니다. 이번 기상 전망에 현재 개발 중인 AI의 예측이 시험 적용됐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AI의 기후 예측은 다른 기계 학습 방법과 마찬가지로 과거 다양한 기상 환경 속에서 복잡한 변수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분석해 더 나은 예측을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철 기상 전망에 AI를 시험 적용한 결과, 가장 날씨가 추운 1월에 한반도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습니다.

■ 평균은 비슷하지만, '냉탕온탕' 반복할 듯

이렇듯 여러 가지 복잡한 예상 속에서 내린 기상청 전망은 "평년과 비슷한 추위 속에서 기온 변동 폭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극 해빙의 면적, 그리고 열대 바다의 신호는 한파를 가리키지만, 성층권과 AI의 신호는 오히려 따뜻한 겨울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여러 변수 속에서 춥다, 덥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날씨가 아니라 냉탕온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인데요. 아직 시험 적용이긴 합니다만, AI 예측까지 적용한 이번 전망이 얼마나 맞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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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까지 동원된 올겨울 날씨 전망은?…“냉탕온탕 반복”
    • 입력 2020-10-26 16:35:47
    • 수정2020-10-26 16:42:44
    취재K

어느덧 추위를 걱정할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지난주 기온이 떨어진 뒤로 올겨울 한파가 어떨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는데요. 기상청이 내년 2월까지의 기상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 "예년 수준의 추위 속 기온 변동 폭 클 듯"

"이따금 강한 한파가 찾아오고, 지형적인 영향으로 많은 눈이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그동안 겨울철 기상 전망의 단골 멘트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전망은 나도 하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데요. 올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기상청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평년과 비슷한 추위 속에서 기온 변동 폭이 크고, 12월과 1월에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서해안과 제주도에는 많은 눈이 내릴 때가 있겠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상청 겨울철(12~2월) 기온 전망
결론만 보면 늘 똑같은 내용인 것 같습니다만, 이런 전망이 나오게 된 배경까지 살펴보면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조금 특별한 내용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뜯어서 살펴보겠습니다.

■ 북극과 라니냐 영향으로 한반도 기습 한파 가능성

먼저 기온의 변동 폭입니다. 기상청은 '평균' 기온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 겨울 유난히 강한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원인은 북극과 적도 해상에 있습니다. 중위도인 한반도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곳이지만, 올겨울 한반도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전망입니다.

북극해 얼음 면적. 자료 : 기상청
먼저 북극입니다. 10월 23일 현재 북극의 해빙(바다 얼음) 면적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작았습니다. 기존에 북극 해빙의 면적이 가장 작았던 해가 2012년이었는데요. 그 해보다도 면적이 작은 해가 올해입니다.

2012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그해 한파와 관련해 갑자기 주목받은 것이 바로 북극입니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급격히 녹아서 한반도의 겨울이 추워졌다는 건데요.

북극에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 제트기류의 흐름을 나타낸 모식도. 자료 : 기상청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게 되면 북극의 냉기를 가둬주는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출렁이며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겨울 역시 북극 상황만 보면, 한반도에 찬 공기가 충분히 내려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변수는 열대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입니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오는 대륙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는데요.

기상청은 북극과 적도 해역의 상황을 고려해 이번 겨울 찬 대륙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릴 때가 있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AI(인공지능)는 한겨울 1월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

이렇듯 한파의 신호가 우세한 올겨울 기상 환경 속에서 기상청은 다른 변수에도 주목했습니다.

먼저 성층권입니다. 성층권은 우리가 숨 쉬는, 그리고 날씨가 일어나는 대류권의 위에 있는 10~50km 고도의 대기층을 뜻합니다.

이곳의 흐름이 우리가 생활하는 곳의 날씨를 어떻게 좌우할까 의아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 과거 한반도 겨울철 한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입니다.

앞서 한파가 극심했다고 말씀드린 2012년에 성층권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온 적이 있습니다. 올해는 반대로 성층권의 흐름이 오히려 한반도의 겨울철 기온을 높일 수 있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그러니까 앞서 말씀드린 북극과 적도의 흐름 외에 지상 10km도 넘는 상공에서의 기류 변화까지 한반도 날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처럼 한반도의 겨울철 날씨를 전망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인공지능, AI입니다. 이번 기상 전망에 현재 개발 중인 AI의 예측이 시험 적용됐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AI의 기후 예측은 다른 기계 학습 방법과 마찬가지로 과거 다양한 기상 환경 속에서 복잡한 변수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분석해 더 나은 예측을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철 기상 전망에 AI를 시험 적용한 결과, 가장 날씨가 추운 1월에 한반도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습니다.

■ 평균은 비슷하지만, '냉탕온탕' 반복할 듯

이렇듯 여러 가지 복잡한 예상 속에서 내린 기상청 전망은 "평년과 비슷한 추위 속에서 기온 변동 폭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극 해빙의 면적, 그리고 열대 바다의 신호는 한파를 가리키지만, 성층권과 AI의 신호는 오히려 따뜻한 겨울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여러 변수 속에서 춥다, 덥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날씨가 아니라 냉탕온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인데요. 아직 시험 적용이긴 합니다만, AI 예측까지 적용한 이번 전망이 얼마나 맞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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