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55년 고깃집’ 이름 쓰지 말라…법원 “상호는 식당의 성과”

입력 2020.10.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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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논란이 됐던 '덮죽덮죽' 사건 기억하시나요?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덮죽' 메뉴를 프랜차이즈 업체가 표절했다는 의혹이었는데요. 프랜차이즈 업체 '덮죽덥죽'이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고 공식으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식업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모양입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지난 22일 부산의 모 갈비집 A가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서울에서 같은 상호의 식당을 운영하는 B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 식당의 상호가 법률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건데요. 부산과 서울의 소갈비집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 서울에 나타난 부산의 소갈비구이 음식점…'누구냐 넌?'

부산 소재 A 식당은 1964년부터 부산 해운대구에서 55년 이상 소갈비구이를 팔아온 음식점입니다. 갈비구이와 곁들임 메뉴로 제공되는 '감자 사리'가 인기였는데요. 방송과 신문 등 매스컴에 소개돼 대표적인 '부산 추천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연 매출은 백억 원을 넘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 3월, 상호명이 똑같은 소갈비구이 음식점이 서울에 들어섭니다. 식당의 구조, 간판 등은 물론이고 불판의 모양과 재질, '감자 사리' 메뉴까지 비슷한 소갈비구이 음식점이었습니다. 손님들이 부산 A 식당의 분점으로 헷갈릴 정도였죠. 소셜미디어엔 부산과 서울의 식당을 헷갈리는 글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맛까지 흉내 낼 순 없었나 봅니다. 서울의 식당을 부산의 식당으로 잘못 알고 방문했다가, 음식 맛에 실망했다는 내용의 글들도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 부산 식당의 상호는 '성과'…경제적 이익 침해

재판부는 식당의 이름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부산 갈비집의 상품·영업표지(상호)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부산 식당의 이름에 55년 동안 축적한 명성·신용·고객흡인력·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봤습니다. 상호의 재산적 가치가 널리 알려진 정도에 비례할 가능성이 큰데, 상호의 사용 기간과 사용방법, 매출액 등을 통해 볼 때 그 가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경쟁 관계나 수요의 대체 가능성이 있는 서울의 식당이 부산 식당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간판은 물론이고 불판의 모양, 재질, 메뉴까지 서비스 방식이 유사해 부산 식당의 명성·신용·고객흡인력·품질에 대한 신뢰도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해 같은 상호를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겁니다.

특히 두 식당을 오해한 글이 많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신문과 온라인 정보에도 서울 식당을 분점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발견된다면서, 서울 식당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부산 식당의 성과 등을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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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55년 고깃집’ 이름 쓰지 말라…법원 “상호는 식당의 성과”
    • 입력 2020-10-26 16:39:53
    취재K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덮죽덮죽' 사건 기억하시나요?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덮죽' 메뉴를 프랜차이즈 업체가 표절했다는 의혹이었는데요. 프랜차이즈 업체 '덮죽덥죽'이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고 공식으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식업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모양입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지난 22일 부산의 모 갈비집 A가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서울에서 같은 상호의 식당을 운영하는 B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 식당의 상호가 법률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건데요. 부산과 서울의 소갈비집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 서울에 나타난 부산의 소갈비구이 음식점…'누구냐 넌?'

부산 소재 A 식당은 1964년부터 부산 해운대구에서 55년 이상 소갈비구이를 팔아온 음식점입니다. 갈비구이와 곁들임 메뉴로 제공되는 '감자 사리'가 인기였는데요. 방송과 신문 등 매스컴에 소개돼 대표적인 '부산 추천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연 매출은 백억 원을 넘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 3월, 상호명이 똑같은 소갈비구이 음식점이 서울에 들어섭니다. 식당의 구조, 간판 등은 물론이고 불판의 모양과 재질, '감자 사리' 메뉴까지 비슷한 소갈비구이 음식점이었습니다. 손님들이 부산 A 식당의 분점으로 헷갈릴 정도였죠. 소셜미디어엔 부산과 서울의 식당을 헷갈리는 글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맛까지 흉내 낼 순 없었나 봅니다. 서울의 식당을 부산의 식당으로 잘못 알고 방문했다가, 음식 맛에 실망했다는 내용의 글들도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 부산 식당의 상호는 '성과'…경제적 이익 침해

재판부는 식당의 이름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부산 갈비집의 상품·영업표지(상호)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부산 식당의 이름에 55년 동안 축적한 명성·신용·고객흡인력·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봤습니다. 상호의 재산적 가치가 널리 알려진 정도에 비례할 가능성이 큰데, 상호의 사용 기간과 사용방법, 매출액 등을 통해 볼 때 그 가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경쟁 관계나 수요의 대체 가능성이 있는 서울의 식당이 부산 식당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간판은 물론이고 불판의 모양, 재질, 메뉴까지 서비스 방식이 유사해 부산 식당의 명성·신용·고객흡인력·품질에 대한 신뢰도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해 같은 상호를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겁니다.

특히 두 식당을 오해한 글이 많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신문과 온라인 정보에도 서울 식당을 분점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발견된다면서, 서울 식당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부산 식당의 성과 등을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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