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 김영석·조윤선 등 2심도 실형 구형

입력 2020.10.26 (18:38) 수정 2020.10.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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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들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두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오늘(26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습니다.

김 전 장관 등은 특조위 설립 준비를 방해하고 내부 상황과 활동에 대한 동향파악 보고를 받는 등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김 전 장관, 윤 전 차관과 함께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결정을 사전 차단하는 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특조위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조사 안건이 의결되지 않도록 공무원들에게 기획안 마련과 실행을 지시했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공소사실 전반에 가담한 정도가 중하다며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김영석 전 장관에겐 징역 3년을, 윤학배 전 차관에겐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게도 각각 징역 3년을,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겐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등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특조위 조사활동을 제한하고 청와대 7시간 행적조사를 저지할 목적으로 직업 공무원 등 다수를 동원해 범행했다”며 “청와대까지 관여한 지속적·조직적·계획적 방해활동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특조위가 사실상 조사를 제대로 못 해 2기 특조위가 출범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며 “그럼에도 김 전 장관 등은 수사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그 책임을 지시를 따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돌리거나 오히려 특조위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등 피고인 5명의 변호인들은 모두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해수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 직무 범위 내에서 정당한 지시를 한 것이라며, 직권남용 범행의 고의나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석 전 장관의 변호인은 대통령의 7시간 행적조사 결정은 정부 대응의 적정성 평가와는 별개로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해수부의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병기 전 실장의 변호인은 검찰의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할 일에 법적·형사적 책임을 묻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석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 “저 자신의 정치적 색채와 이념을 내세운 적은 없으며, 희생과 헌신이 최선의 가치임을 믿고 일에 빠져서 미쳐서 살아왔다”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직권남용죄의 굴레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함께 앉아있는 저 자신과 공동 피고인들, 그리고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 속 국정운영 과정에서 수행한 행위가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과연 형사법적 잣대로 처벌해야 하는지 큰 의문을 갖고 있다”고 울먹였습니다.

윤학배 전 차관은 “저는 31년간 바다 관련 공직 생활을 마치고 퇴직했는데, 그 후 31년보다 더 긴 3년의 시간이 흘렀다”며 “제 인생을 밑바닥에서부터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하지만 그 의미를 매일매일 수없이 되새기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소위 대통령의 7시간을 둘러싸고 사고 당시 ‘대통령이 남자와 호텔에 있었다’,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 ‘성형을 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난무해 청와대 비서실이 방관만 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점도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저는 세월호 특조위와 관련해 어떠한 지시나 보고도 받은 적이 없고, 다행히 원심에서 이런 부분이 밝혀져 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했던 저로서 마땅한 진실이 밝혀지고 역사에 분명한 결과가 기록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정무수석은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 사이의 가교 역할”이라며 “여당으로부터 (특조위가) ‘세금도둑’이라는 원색적인 입장이 대두했고 이런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건 정무수석이 해야 할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연 제가 법이 정한 정무수석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 위법 행위를 했는지 면밀히 살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7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앞서 김영석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윤학배 전 차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수석과 이병기 전 실장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에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대통령 비서실과 해수부 장·차관의 권력을 동원해 각종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해 배포하는 등 조직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며 “결과적으로 세월호 특조위가 뒤늦게 구성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위원회 활동을 직접 방해했다는 것이 아니라 하급 공무원들로 하여금 세월호 진상규명법에 반하는 각종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조차도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거나 법리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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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10-26 18:39:01
    사회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들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두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오늘(26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습니다.

김 전 장관 등은 특조위 설립 준비를 방해하고 내부 상황과 활동에 대한 동향파악 보고를 받는 등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김 전 장관, 윤 전 차관과 함께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결정을 사전 차단하는 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특조위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조사 안건이 의결되지 않도록 공무원들에게 기획안 마련과 실행을 지시했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공소사실 전반에 가담한 정도가 중하다며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김영석 전 장관에겐 징역 3년을, 윤학배 전 차관에겐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게도 각각 징역 3년을,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겐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등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특조위 조사활동을 제한하고 청와대 7시간 행적조사를 저지할 목적으로 직업 공무원 등 다수를 동원해 범행했다”며 “청와대까지 관여한 지속적·조직적·계획적 방해활동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특조위가 사실상 조사를 제대로 못 해 2기 특조위가 출범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며 “그럼에도 김 전 장관 등은 수사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그 책임을 지시를 따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돌리거나 오히려 특조위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등 피고인 5명의 변호인들은 모두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해수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 직무 범위 내에서 정당한 지시를 한 것이라며, 직권남용 범행의 고의나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석 전 장관의 변호인은 대통령의 7시간 행적조사 결정은 정부 대응의 적정성 평가와는 별개로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해수부의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병기 전 실장의 변호인은 검찰의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할 일에 법적·형사적 책임을 묻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석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 “저 자신의 정치적 색채와 이념을 내세운 적은 없으며, 희생과 헌신이 최선의 가치임을 믿고 일에 빠져서 미쳐서 살아왔다”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직권남용죄의 굴레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함께 앉아있는 저 자신과 공동 피고인들, 그리고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 속 국정운영 과정에서 수행한 행위가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과연 형사법적 잣대로 처벌해야 하는지 큰 의문을 갖고 있다”고 울먹였습니다.

윤학배 전 차관은 “저는 31년간 바다 관련 공직 생활을 마치고 퇴직했는데, 그 후 31년보다 더 긴 3년의 시간이 흘렀다”며 “제 인생을 밑바닥에서부터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하지만 그 의미를 매일매일 수없이 되새기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소위 대통령의 7시간을 둘러싸고 사고 당시 ‘대통령이 남자와 호텔에 있었다’,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 ‘성형을 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난무해 청와대 비서실이 방관만 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점도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저는 세월호 특조위와 관련해 어떠한 지시나 보고도 받은 적이 없고, 다행히 원심에서 이런 부분이 밝혀져 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했던 저로서 마땅한 진실이 밝혀지고 역사에 분명한 결과가 기록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정무수석은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 사이의 가교 역할”이라며 “여당으로부터 (특조위가) ‘세금도둑’이라는 원색적인 입장이 대두했고 이런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건 정무수석이 해야 할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연 제가 법이 정한 정무수석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 위법 행위를 했는지 면밀히 살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7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앞서 김영석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윤학배 전 차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수석과 이병기 전 실장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에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대통령 비서실과 해수부 장·차관의 권력을 동원해 각종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해 배포하는 등 조직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며 “결과적으로 세월호 특조위가 뒤늦게 구성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위원회 활동을 직접 방해했다는 것이 아니라 하급 공무원들로 하여금 세월호 진상규명법에 반하는 각종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조차도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거나 법리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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