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70대 제압하다 숨지게 한 남성 무죄…법원 “정당 방위”

입력 2020.10.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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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로 자신을 위협하는 남성을 제압하다 사망케 한 7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7일 도박과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4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서귀포시 자신의 집에서 도박하다 돈을 잃은 데 격분해 자신을 흉기로 위협하는 70대 남성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박에서 시작된 비극

A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집에서 일행 4명과 속칭 '고스톱' 도박을 했다. 시간을 보내거나 친분 교류를 위한 놀이 행위로 판돈은 5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박 과정에서 일행끼리 싸움이 벌어졌고, 돈을 잃어 격분한 일행 B씨(76)가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들고 와 A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의 복부에 흉기를 들이댔고, 이를 지켜보던 A씨의 아내가 흉기를 빼앗아 던졌다. A씨는 B씨를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10분 뒤인 새벽 2시 37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B씨는 이날 오전 4시 46분쯤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서 경부 압박(목 졸림)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A씨는 "부당한 공격에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행동이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재판부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행위"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제압한 상태에서 2차례에 걸쳐 '빨리 와달라'고 경찰에 신고한 점, B씨가 제압을 당한 뒤에도 죽이겠다며 몸부림 쳤던 점 등을 무죄 근거로 삼았다.

또 새벽 시간 주거지에서 공격을 받아 이웃집으로 도망가기 어려운 점, 근처에 경찰서나 파출소가 없어 B씨를 피해 도망갈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대해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본인의 생명과 아내에 대한 피해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라며 "결과적으로 생명을 침해했지만 오로지 방위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폭행의 고의나 치사의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숨진 B씨의 성향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B씨는 과거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복역하는 등 24차례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았다. 같이 살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술을 마셔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았다는 마을 사람들의 진술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A씨의 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장시간에 걸쳐 도박이 이뤄졌지만 서로 친밀하게 지내온 사람들인 점, 크게 돈을 잃거나 딴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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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기 든 70대 제압하다 숨지게 한 남성 무죄…법원 “정당 방위”
    • 입력 2020-10-27 13:05:57
    취재K

흉기로 자신을 위협하는 남성을 제압하다 사망케 한 7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7일 도박과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4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서귀포시 자신의 집에서 도박하다 돈을 잃은 데 격분해 자신을 흉기로 위협하는 70대 남성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박에서 시작된 비극

A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집에서 일행 4명과 속칭 '고스톱' 도박을 했다. 시간을 보내거나 친분 교류를 위한 놀이 행위로 판돈은 5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박 과정에서 일행끼리 싸움이 벌어졌고, 돈을 잃어 격분한 일행 B씨(76)가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들고 와 A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의 복부에 흉기를 들이댔고, 이를 지켜보던 A씨의 아내가 흉기를 빼앗아 던졌다. A씨는 B씨를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10분 뒤인 새벽 2시 37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B씨는 이날 오전 4시 46분쯤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서 경부 압박(목 졸림)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A씨는 "부당한 공격에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행동이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재판부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행위"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제압한 상태에서 2차례에 걸쳐 '빨리 와달라'고 경찰에 신고한 점, B씨가 제압을 당한 뒤에도 죽이겠다며 몸부림 쳤던 점 등을 무죄 근거로 삼았다.

또 새벽 시간 주거지에서 공격을 받아 이웃집으로 도망가기 어려운 점, 근처에 경찰서나 파출소가 없어 B씨를 피해 도망갈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대해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본인의 생명과 아내에 대한 피해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라며 "결과적으로 생명을 침해했지만 오로지 방위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폭행의 고의나 치사의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숨진 B씨의 성향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B씨는 과거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복역하는 등 24차례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았다. 같이 살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술을 마셔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았다는 마을 사람들의 진술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A씨의 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장시간에 걸쳐 도박이 이뤄졌지만 서로 친밀하게 지내온 사람들인 점, 크게 돈을 잃거나 딴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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