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9개월의 반성’ 백신 없는 마지막 겨울 되길…

입력 2020.10.27 (19:40) 수정 2020.10.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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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9개월가량이 지났습니다. 나름의 굴곡은 있었지만 지난 9개월간 코로나19 방역은 세계적으로 'K-방역'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오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동으로 '코로나19 대응 중간평가 및 장기화 대비' 포럼을 통해 지금까지 코로나19 방역의 성과와 과제를 짚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빠르게 신속항원검사 도입해야" vs "지금은 도입 의미 크지 않아"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참석자 사이 다소 이견을 보인 부분은 '신속항원검사'의 도입 여부입니다. 신속항원검사(RAT, Rapid antigen test)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 방법의 일종으로,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진단시약(RT-PCR, 이하 PCR) 방식보다 진단 결과는 빠르게 나오지만,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아시다시피 현행 PCR 검사 방식은 결과가 하루 또는 이틀 걸려 한계가 명확하다"며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주 실장은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15분이면 검사 결과를 알 수 있고, 가격도 5달러 정도로 저렴하다"며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바이러스 유무와 감염력을 찾는 용도로는 거의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 요양병원과 재활병원 등 집단시설에서의 감염 진단에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포럼의 또 다른 참석자인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크게 기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금 PCR의 경우는 이틀까지 걸리진 않고 검사 결과가 반나절이면 나와서, 신속항원검사가 갖는 의미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럼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역시 오늘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방역당국도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가 빨리 승인받고 활용될 수 있길 간절히 기다린다"면서도 "근본 원리상 바이러스 입자를 증폭시키는 PCR보다 정확성이 높지 않은 것이 한계일 수 있어 최대한 높은 결과를 내는 시약의 등장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부본부장은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는 시약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그것을 토대로 선제적인 선별 검사를 왕성하게 한 뒤, PCR 검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 내 '조용한 전파'를 찾아내는 방역 대책을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환자 치료 역량 강화·취약계층 돌봄 공백 등은 과제

오늘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과제 중 하나는 '중환자에 대한 치료 역량 강화'입니다. 여기에는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의 교육·확충 등 많은 부분이 동반되어야 하는데요.

주영수 실장은 중환자 치료에 대해서 "현재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확보한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40개 수준으로, 이를 적어도 300~400개 수준까지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 실장은 앞서 수도권 지역에서만 하루 최대 110명, 총 170명 수준까지 중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4백 개 중환자 병상이 있다면 운영하기에 따라 최대 1,000명 확진자 발생 곡선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병상 확보와 함께 간호 인력 확충도 강조하며 "(중환자 치료) 병상 하나당 간호사 5명이 필요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200병상을 늘린다면 그에 따라 간호사 1천 명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환자 병상 근무가 가능한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상급종합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취약계층 돌봄 공백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감염 위험 때문에 장기요양수급권자에 대한 주·야간 서비스는 중단됐고 노숙자와 어르신에 대한 급식 등이 끊겼다"며, "돌봄 서비스 중단이나 동일 집단 격리 등은 당사자들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도 감염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비중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겨울이 '코로나19 백신 없는' 마지막 겨울되길…"핵심은 신뢰"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9개월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이 감염증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전히 종식 시점은 가늠할 수 없고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쌓여 있지만 그래도 진척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오늘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겨울이 내년 언젠가 시작될 코로나19의 백신 접종을 앞두고 거리두기만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할 두 번째이자, 마지막 겨울"이라고 말했는데요. 방역당국에서도 백신 개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권 부본부장은 이 '마지막 겨울'을 안전하게 나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만이라도 연말연시 모임과 종교행사, 각종 모임을 최대한 소규모로, 거리두기를 지키며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방역이 일상과 조화된 채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대한 '신뢰'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포럼에 참석한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진자'라는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 진단받으면 확진자라고 불러왔다"며 "보건의료체계와 일반 사회에 걸쳐 있는 이들을 다루는 방식은 사생활을 공개해 사생활 침해를 용인하고 감염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상당히 엄벌에 처하는 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교수는 "이게 소통의 관점에서는 부메랑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감염과 타인에 대해 이렇게 대응하다보니 내가 감염됐을 때의 낙인 효과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국민들이 방역에 대해 정부나 질병청 등에 대한 신뢰는 높지만 주변 사람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낮은 결과가 초래된다는 겁니다.

결국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이전까지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마지막 겨울'에 대한 대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씻기나 마스크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한편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방역에 대한 당국의 정확한 정보와 함께 주변인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방역을 이어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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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7 19:40:57
    • 수정2020-10-27 20:24:46
    취재K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9개월가량이 지났습니다. 나름의 굴곡은 있었지만 지난 9개월간 코로나19 방역은 세계적으로 'K-방역'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오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동으로 '코로나19 대응 중간평가 및 장기화 대비' 포럼을 통해 지금까지 코로나19 방역의 성과와 과제를 짚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빠르게 신속항원검사 도입해야" vs "지금은 도입 의미 크지 않아"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참석자 사이 다소 이견을 보인 부분은 '신속항원검사'의 도입 여부입니다. 신속항원검사(RAT, Rapid antigen test)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 방법의 일종으로,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진단시약(RT-PCR, 이하 PCR) 방식보다 진단 결과는 빠르게 나오지만,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아시다시피 현행 PCR 검사 방식은 결과가 하루 또는 이틀 걸려 한계가 명확하다"며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주 실장은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15분이면 검사 결과를 알 수 있고, 가격도 5달러 정도로 저렴하다"며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바이러스 유무와 감염력을 찾는 용도로는 거의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 요양병원과 재활병원 등 집단시설에서의 감염 진단에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포럼의 또 다른 참석자인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크게 기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금 PCR의 경우는 이틀까지 걸리진 않고 검사 결과가 반나절이면 나와서, 신속항원검사가 갖는 의미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럼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역시 오늘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방역당국도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가 빨리 승인받고 활용될 수 있길 간절히 기다린다"면서도 "근본 원리상 바이러스 입자를 증폭시키는 PCR보다 정확성이 높지 않은 것이 한계일 수 있어 최대한 높은 결과를 내는 시약의 등장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부본부장은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는 시약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그것을 토대로 선제적인 선별 검사를 왕성하게 한 뒤, PCR 검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 내 '조용한 전파'를 찾아내는 방역 대책을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환자 치료 역량 강화·취약계층 돌봄 공백 등은 과제

오늘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과제 중 하나는 '중환자에 대한 치료 역량 강화'입니다. 여기에는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의 교육·확충 등 많은 부분이 동반되어야 하는데요.

주영수 실장은 중환자 치료에 대해서 "현재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확보한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40개 수준으로, 이를 적어도 300~400개 수준까지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 실장은 앞서 수도권 지역에서만 하루 최대 110명, 총 170명 수준까지 중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4백 개 중환자 병상이 있다면 운영하기에 따라 최대 1,000명 확진자 발생 곡선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병상 확보와 함께 간호 인력 확충도 강조하며 "(중환자 치료) 병상 하나당 간호사 5명이 필요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200병상을 늘린다면 그에 따라 간호사 1천 명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환자 병상 근무가 가능한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상급종합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취약계층 돌봄 공백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감염 위험 때문에 장기요양수급권자에 대한 주·야간 서비스는 중단됐고 노숙자와 어르신에 대한 급식 등이 끊겼다"며, "돌봄 서비스 중단이나 동일 집단 격리 등은 당사자들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도 감염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비중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겨울이 '코로나19 백신 없는' 마지막 겨울되길…"핵심은 신뢰"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9개월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이 감염증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전히 종식 시점은 가늠할 수 없고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쌓여 있지만 그래도 진척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오늘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겨울이 내년 언젠가 시작될 코로나19의 백신 접종을 앞두고 거리두기만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할 두 번째이자, 마지막 겨울"이라고 말했는데요. 방역당국에서도 백신 개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권 부본부장은 이 '마지막 겨울'을 안전하게 나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만이라도 연말연시 모임과 종교행사, 각종 모임을 최대한 소규모로, 거리두기를 지키며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방역이 일상과 조화된 채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대한 '신뢰'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포럼에 참석한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진자'라는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 진단받으면 확진자라고 불러왔다"며 "보건의료체계와 일반 사회에 걸쳐 있는 이들을 다루는 방식은 사생활을 공개해 사생활 침해를 용인하고 감염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상당히 엄벌에 처하는 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교수는 "이게 소통의 관점에서는 부메랑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감염과 타인에 대해 이렇게 대응하다보니 내가 감염됐을 때의 낙인 효과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국민들이 방역에 대해 정부나 질병청 등에 대한 신뢰는 높지만 주변 사람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낮은 결과가 초래된다는 겁니다.

결국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이전까지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마지막 겨울'에 대한 대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씻기나 마스크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한편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방역에 대한 당국의 정확한 정보와 함께 주변인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방역을 이어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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