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체 ‘뒷바라지’ 부산시…‘운촌마리나’ 브로커 역할?

입력 2020.10.28 (15:18) 수정 2020.10.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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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 동백섬 인근 운촌항에서는 대규모 마리나항을 조성하는 '운촌마리나'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2015년부터 추진됐지만, 환경훼손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겹쳐 지금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민간사업자 선정에 부산시가 개입?

그런데 특혜 논란을 겪는 이 사업자가 해수부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그 과정에 부산시가 깊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마리나 사업 공모 절차가 한창이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8일 앞둔 2015년 7월 9일, 사업 공모 부처인 해양수산부에 부산시로부터 온 한 장의 공문이 전달됐습니다.

공문에는 "출자형태 또는 주도적 사업자로서 사업신청자(삼미건설)와 함께 사업에 참여할 계획"라는 내용의, 운촌마리나 사업과 관련한 부산시의 입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앞서 같은 해 2월에도 부산시는 공동참여 사업참가 의향서를 해수부에 전달한 상태였습니다.

공문이 접수되기 석 달 전인 같은 해 4월, 운촌마리나 사업은 삼미건설이 단독으로 신청한 상태였지만 당시 평가위원들은 당연히 부산시가 이 사업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사업 발표 평가 때도 "열심히 하겠다."

평가위원들이 부산시 공문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습니다. 최종 발표 한 달 전인 6월에는 사업계획에 관한 사업자의 발표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평가위원은 "발표 평가할 때 부산시 담당과의 공무원이 한두 분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고 잠깐 말도 했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습니다.

이 평가위원은 또 "삼미는, 부산시에서 나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산시가 참여하는구나' 그래서 조금이라도 (공공성에서) 가점을 받았을 것"이라며 부산시 참여가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평가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시 참여를 전제로 평가된 운촌마리나 사업은 '공공성'과 관련해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당시 평가서를 보면 일부 평가위원은 "부산시의 참여로 운촌마리나 사업의 공공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운촌마리나 사업이 최종 평가에서 받은 점수는 80.6점. 통과 기준 점수인 80점보다 불과 0.6점밖에 높지 않습니다. 만약 부산시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해수부와 민간사업자 간 협상 테이블에도 참여하던 부산시는 돌연 사업에서 빠집니다.

부산시는 당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리나 사업 유치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정작 사업에서 빠진 정확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해수부는 당시 적극적으로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던 부산시가 갑자기 사업에서 배제된 이유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고, 부산시는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허위 공문에 가까운"...국감에서도 질타

지난 26일 진행된 국감에서도 운촌마리나 사업과 관련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운촌마리나 사업 관련 내용을 질의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 공문에 가까운"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최 의원은 "2015년 사업시행자 선정과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해수부는 즉각 실태조사를 하고 문제점이 확인되면 사업시행자 재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해수부는 조정은 해보겠지만, 사업자 재선정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부산시가 민간업체 브로커 역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공공성 평가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역 환경단체와 사회단체는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운촌마리나 사업의 경우 부산시가 사실상 특정 업체의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보시면 된다."라며 부산시를 비판했습니다.

동백섬 앞바다를 메워 진행되는 운촌마리나 사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던 해운대구 홍순헌 구청장도 "공공성이 문제 된다는 내용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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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업체 ‘뒷바라지’ 부산시…‘운촌마리나’ 브로커 역할?
    • 입력 2020-10-28 15:18:06
    • 수정2020-10-28 15:18:25
    취재K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 동백섬 인근 운촌항에서는 대규모 마리나항을 조성하는 '운촌마리나'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2015년부터 추진됐지만, 환경훼손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겹쳐 지금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민간사업자 선정에 부산시가 개입?

그런데 특혜 논란을 겪는 이 사업자가 해수부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그 과정에 부산시가 깊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마리나 사업 공모 절차가 한창이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8일 앞둔 2015년 7월 9일, 사업 공모 부처인 해양수산부에 부산시로부터 온 한 장의 공문이 전달됐습니다.

공문에는 "출자형태 또는 주도적 사업자로서 사업신청자(삼미건설)와 함께 사업에 참여할 계획"라는 내용의, 운촌마리나 사업과 관련한 부산시의 입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앞서 같은 해 2월에도 부산시는 공동참여 사업참가 의향서를 해수부에 전달한 상태였습니다.

공문이 접수되기 석 달 전인 같은 해 4월, 운촌마리나 사업은 삼미건설이 단독으로 신청한 상태였지만 당시 평가위원들은 당연히 부산시가 이 사업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사업 발표 평가 때도 "열심히 하겠다."

평가위원들이 부산시 공문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습니다. 최종 발표 한 달 전인 6월에는 사업계획에 관한 사업자의 발표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평가위원은 "발표 평가할 때 부산시 담당과의 공무원이 한두 분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고 잠깐 말도 했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습니다.

이 평가위원은 또 "삼미는, 부산시에서 나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산시가 참여하는구나' 그래서 조금이라도 (공공성에서) 가점을 받았을 것"이라며 부산시 참여가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평가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시 참여를 전제로 평가된 운촌마리나 사업은 '공공성'과 관련해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당시 평가서를 보면 일부 평가위원은 "부산시의 참여로 운촌마리나 사업의 공공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운촌마리나 사업이 최종 평가에서 받은 점수는 80.6점. 통과 기준 점수인 80점보다 불과 0.6점밖에 높지 않습니다. 만약 부산시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해수부와 민간사업자 간 협상 테이블에도 참여하던 부산시는 돌연 사업에서 빠집니다.

부산시는 당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리나 사업 유치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정작 사업에서 빠진 정확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해수부는 당시 적극적으로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던 부산시가 갑자기 사업에서 배제된 이유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고, 부산시는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허위 공문에 가까운"...국감에서도 질타

지난 26일 진행된 국감에서도 운촌마리나 사업과 관련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운촌마리나 사업 관련 내용을 질의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 공문에 가까운"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최 의원은 "2015년 사업시행자 선정과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해수부는 즉각 실태조사를 하고 문제점이 확인되면 사업시행자 재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해수부는 조정은 해보겠지만, 사업자 재선정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부산시가 민간업체 브로커 역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공공성 평가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역 환경단체와 사회단체는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운촌마리나 사업의 경우 부산시가 사실상 특정 업체의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보시면 된다."라며 부산시를 비판했습니다.

동백섬 앞바다를 메워 진행되는 운촌마리나 사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던 해운대구 홍순헌 구청장도 "공공성이 문제 된다는 내용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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