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쓰레기’ 처리 비용은 누구의 몫인가?

입력 2020.10.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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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주목받을 수 있을까?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원자력 관련 이슈는 '월성 1호기 폐쇄 감사 결과'였을 겁니다.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또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는, 찬핵진영과 반핵진영은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반면, 월성 원전의 맥스터 증설 과정의 여러 논란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월성 원전과 관련한 최대 이슈는 단연코 '맥스터' 증설이었습니다.

핵발전을 하고 나면, 인간과 자연에 치명적인 사용후핵연료, 이른바 고준위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맥스터(MACSTOR)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월성 원전 내부의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구조물)월성 원전 내부의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구조물)

월성 원전 내부에 있는 맥스터는 내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릅니다. 그래서 고준위 폐기물을 둘 곳이 없어진다면, 핵발전소 가동이 중단이나 블랙아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재검토위원회는 지난 7월 월성 원전이 있는 경주 지역 시민 참여단 145명을 대상으로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공론화를 벌였고, 증설이 필요하다는 공론화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정부는 이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지난 8월 맥스터 증설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역 주민들이 맥스터 증설 공사 자재 반입을 막는 등 논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 영원한 임시 상태

맥스터 증설이 필요하다는 공론화 결정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나 일부 주민들이 맥스터 증설에 반대하는 건 '임시'에 기한이 없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원전 내부에 있는 맥스터는 임시 시설입니다. 발전하고 남은 사용후핵연료를 맥스터에 잠시 임시 보관한 뒤 제대로 된 처분장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에 임시 시설 외에 다른 처분장이 없다는 겁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지난 2018년 공론화에 착수했을 때, 경주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 처분장이나 영구 처분장 논의를 한 뒤 맥스터 증설을 해결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영구 처분장이 생긴다면, 맥스터는 원래의 '임시 보관 역할'만 할 수 있고, 주민들로서도 임시 저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재검토위원회는 맥스터 증설 공론화를 최우선에 뒀고, 맥스터 증설 결정만 이끌어냈습니다. 맥스터의 '임시' 보관 기한은 여전히 '영원'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맥스터 증설을 반대합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누구의 몫?

맥스터 증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이는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합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는 한, 고준위 폐기물도 계속 발생하고 어딘가에 쌓여가고, 또 다른 보관 장소가 필요해질 겁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임시 저장에 의존해야 할까요? 언제쯤 제대로 된 처분장 논의를 할 수 있을까요? 원전을 더 짓든, 탈원전을 하든, 아니면 당장 모든 원전을 중단하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대구 동성로에서 열렸습니다. 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고준위 폐기물 보관 비용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또 핵 쓰레기가 담긴 드럼통 모형도 선보였습니다. 이 드럼통은 원전이 있는 부산과 울산, 경주 등을 거쳐 대구로 왔습니다. 이제 한빛 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과 대전을 거쳐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서울에서도 전시됩니다.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는 게 이 전시의 목적입니다.

우리가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무관심한 사이, 고준위 폐기물은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에는 각종 사회적 갈등이라는 이자가 붙으면서 더욱 비싼 청구서로 돌아올 겁니다. 결국 고준위 폐기물 보관 비용은,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쓰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이 핵 쓰레기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지, 과학적이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국민적 관심에 기반을 둔 진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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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쓰레기’ 처리 비용은 누구의 몫인가?
    • 입력 2020-10-28 15:32:21
    취재K

■언제쯤 주목받을 수 있을까?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원자력 관련 이슈는 '월성 1호기 폐쇄 감사 결과'였을 겁니다.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또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는, 찬핵진영과 반핵진영은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반면, 월성 원전의 맥스터 증설 과정의 여러 논란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월성 원전과 관련한 최대 이슈는 단연코 '맥스터' 증설이었습니다.

핵발전을 하고 나면, 인간과 자연에 치명적인 사용후핵연료, 이른바 고준위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맥스터(MACSTOR)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월성 원전 내부의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구조물)
월성 원전 내부에 있는 맥스터는 내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릅니다. 그래서 고준위 폐기물을 둘 곳이 없어진다면, 핵발전소 가동이 중단이나 블랙아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재검토위원회는 지난 7월 월성 원전이 있는 경주 지역 시민 참여단 145명을 대상으로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공론화를 벌였고, 증설이 필요하다는 공론화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정부는 이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지난 8월 맥스터 증설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역 주민들이 맥스터 증설 공사 자재 반입을 막는 등 논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 영원한 임시 상태

맥스터 증설이 필요하다는 공론화 결정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나 일부 주민들이 맥스터 증설에 반대하는 건 '임시'에 기한이 없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원전 내부에 있는 맥스터는 임시 시설입니다. 발전하고 남은 사용후핵연료를 맥스터에 잠시 임시 보관한 뒤 제대로 된 처분장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에 임시 시설 외에 다른 처분장이 없다는 겁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지난 2018년 공론화에 착수했을 때, 경주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 처분장이나 영구 처분장 논의를 한 뒤 맥스터 증설을 해결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영구 처분장이 생긴다면, 맥스터는 원래의 '임시 보관 역할'만 할 수 있고, 주민들로서도 임시 저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재검토위원회는 맥스터 증설 공론화를 최우선에 뒀고, 맥스터 증설 결정만 이끌어냈습니다. 맥스터의 '임시' 보관 기한은 여전히 '영원'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맥스터 증설을 반대합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누구의 몫?

맥스터 증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이는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합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는 한, 고준위 폐기물도 계속 발생하고 어딘가에 쌓여가고, 또 다른 보관 장소가 필요해질 겁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임시 저장에 의존해야 할까요? 언제쯤 제대로 된 처분장 논의를 할 수 있을까요? 원전을 더 짓든, 탈원전을 하든, 아니면 당장 모든 원전을 중단하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대구 동성로에서 열렸습니다. 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고준위 폐기물 보관 비용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또 핵 쓰레기가 담긴 드럼통 모형도 선보였습니다. 이 드럼통은 원전이 있는 부산과 울산, 경주 등을 거쳐 대구로 왔습니다. 이제 한빛 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과 대전을 거쳐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서울에서도 전시됩니다.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는 게 이 전시의 목적입니다.

우리가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무관심한 사이, 고준위 폐기물은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에는 각종 사회적 갈등이라는 이자가 붙으면서 더욱 비싼 청구서로 돌아올 겁니다. 결국 고준위 폐기물 보관 비용은,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쓰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이 핵 쓰레기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지, 과학적이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국민적 관심에 기반을 둔 진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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