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빼앗긴 ‘제주흑우’…“82년 만에 완벽하게 되찾았다”

입력 2020.10.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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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흑우/사진출처: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제주흑우/사진출처: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가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수탈과 말살정책에 억압된 아픈 역사를 가진 ‘제주흑우’. 이 ‘제주흑우’를 82년 만에 완벽히 되찾았습니다.

일제에 빼앗긴 제주흑우…산업화 속 명맥 유지 위기도 겪어

검은색 털이 빛이 날 정도로 윤기나는 천연기념물 546호인 제주흑우. 고려, 조선 시대 삼명일(임금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정규 진상품으로, 나라의 주요 제사 때는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1938년 일본이 한우표준법을 제정해 ‘일본 소는 흑색, 한국 소는 적갈색(황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모색 통일 심사규정을 제정하면서 제주흑우는 고유한 지위를 상실하게 됩니다. 일본의 수탈과 한국 민족 말살 정책으로 사실상 ‘일본 소’가 된 겁니다.

제주흑우는 산업화 속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육량 위주 소 산업 정책으로 몸집이 작고 육량이 적은 제주흑우는 도태 위기에 처하는데요. 1700년도 조선 숙종 때 9백 마리였던 게 1960년대엔 9천여 마리에 이르렀지만, 산업화 속에 1990년대엔 20여 마리밖에 남지 않게 된 거죠.

그나마 제주흑우가 2004년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우 품종의 한 계통(한우, 칡소, 내륙흑우, 백우 및 제주흑우)으로 공식 등록돼 명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됐는데요. 1993년 제주도축산진흥원이 제주흑우 보존을 위해 제주 전역을 돌며 가까스로 10마리를 모으고 번식시켜 2010년엔 3백 마리까지 불어나며 명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가 28일  제주대에서 '제주흑우' 표기 시행 관련 회견을 하고 있다.박세필 제주대 교수가 28일 제주대에서 '제주흑우' 표기 시행 관련 회견을 하고 있다.

82년 만에 되찾은 ‘제주흑우’“…유통·소비 활성화 기대

농식품기술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 축산물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개발 연구센터 ‘제주흑우 대량 증식 및 산업화’ 과제 연구책임자인 제주대학교 박세필 교수가 ”제주흑우 진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관련 회견을 통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 9월부터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에 ‘제주흑우’를 표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전산화된 거래증명종합포털을 통해 ‘제주흑우’ 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소비자도 제주흑우를 살때 품종과 등급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진짜 제주흑우 논란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제주흑우는 도축 때 ‘제주흑우’로 도축증명서에 표기됐지만, 유통·소비 단계에서 중요한 등급판정확인서에는 단순히 ‘한우’나 ‘육우’로 표기돼왔습니다.
출처: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출처: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최근 일부 농가의 노력으로 고품질의 제주흑우가 생산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겐 ‘한우’로 표기된 제품이 유통되기 때문에 ‘한우와 차이가 없는데 값만 비싸다’는 인식이 생겨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는데, 이 걸림돌을 해소하게 된 겁니다.

박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지원으로 제주대 제주흑우연구센터가 출범한 뒤 제주흑우 표기의 일관성이 관련 산업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전자와 육질 분석 등 연구를 진행했고,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소비·유통 단계에 흑우 품종으로 표기되도록 개선했다“며, ”제주흑우가 일제강점기 흑우에서 제외된 지 82년 만에 그 가치를 최종적으로 완벽하게 인정받았다“는 의미와 함께 ”제주흑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져 소비가 촉진돼 제주흑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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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에 빼앗긴 ‘제주흑우’…“82년 만에 완벽하게 되찾았다”
    • 입력 2020-10-29 08:00:48
    취재K
제주흑우/사진출처: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가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수탈과 말살정책에 억압된 아픈 역사를 가진 ‘제주흑우’. 이 ‘제주흑우’를 82년 만에 완벽히 되찾았습니다.

일제에 빼앗긴 제주흑우…산업화 속 명맥 유지 위기도 겪어

검은색 털이 빛이 날 정도로 윤기나는 천연기념물 546호인 제주흑우. 고려, 조선 시대 삼명일(임금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정규 진상품으로, 나라의 주요 제사 때는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1938년 일본이 한우표준법을 제정해 ‘일본 소는 흑색, 한국 소는 적갈색(황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모색 통일 심사규정을 제정하면서 제주흑우는 고유한 지위를 상실하게 됩니다. 일본의 수탈과 한국 민족 말살 정책으로 사실상 ‘일본 소’가 된 겁니다.

제주흑우는 산업화 속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육량 위주 소 산업 정책으로 몸집이 작고 육량이 적은 제주흑우는 도태 위기에 처하는데요. 1700년도 조선 숙종 때 9백 마리였던 게 1960년대엔 9천여 마리에 이르렀지만, 산업화 속에 1990년대엔 20여 마리밖에 남지 않게 된 거죠.

그나마 제주흑우가 2004년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우 품종의 한 계통(한우, 칡소, 내륙흑우, 백우 및 제주흑우)으로 공식 등록돼 명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됐는데요. 1993년 제주도축산진흥원이 제주흑우 보존을 위해 제주 전역을 돌며 가까스로 10마리를 모으고 번식시켜 2010년엔 3백 마리까지 불어나며 명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가 28일  제주대에서 '제주흑우' 표기 시행 관련 회견을 하고 있다.
82년 만에 되찾은 ‘제주흑우’“…유통·소비 활성화 기대

농식품기술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 축산물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개발 연구센터 ‘제주흑우 대량 증식 및 산업화’ 과제 연구책임자인 제주대학교 박세필 교수가 ”제주흑우 진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관련 회견을 통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 9월부터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에 ‘제주흑우’를 표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전산화된 거래증명종합포털을 통해 ‘제주흑우’ 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소비자도 제주흑우를 살때 품종과 등급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진짜 제주흑우 논란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제주흑우는 도축 때 ‘제주흑우’로 도축증명서에 표기됐지만, 유통·소비 단계에서 중요한 등급판정확인서에는 단순히 ‘한우’나 ‘육우’로 표기돼왔습니다.
출처: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최근 일부 농가의 노력으로 고품질의 제주흑우가 생산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겐 ‘한우’로 표기된 제품이 유통되기 때문에 ‘한우와 차이가 없는데 값만 비싸다’는 인식이 생겨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는데, 이 걸림돌을 해소하게 된 겁니다.

박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지원으로 제주대 제주흑우연구센터가 출범한 뒤 제주흑우 표기의 일관성이 관련 산업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전자와 육질 분석 등 연구를 진행했고,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소비·유통 단계에 흑우 품종으로 표기되도록 개선했다“며, ”제주흑우가 일제강점기 흑우에서 제외된 지 82년 만에 그 가치를 최종적으로 완벽하게 인정받았다“는 의미와 함께 ”제주흑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져 소비가 촉진돼 제주흑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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