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뒤집고 서울·부산시장 공천 수순 밟는 민주당

입력 2020.10.29 (16:35) 수정 2020.10.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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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의 현재 '당헌'에 따르면 후보를 내기 어려우니, 해당 당헌을 바꿀지 여부를 이번 주말에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당헌 개정 여부에 대해 투표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당 지도부의 개정 의지로 읽히기 때문에, '당헌 개정을 통한 공천'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박원순 오거돈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

서울시장 자리는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유고로, 부산시장은 오거돈 전 시장의 자진 사퇴로 다시 선거가 치러지는 곳입니다. 두 사람 모두 성추행 의혹을 받았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들입니다.

정당의 당헌은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집약한 헌법 같은 개념입니다. 민주당은 이 당헌에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할 경우 해당 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015년 개정)
②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후보를 내지 않는 경우를 '부정부패'에' 한정하지 않고,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이라고 범위를 넓혔습니다. 권고 수준이었던 규정도 의무 사항이 되도록 바꿨습니다. 당시 당 대표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스스로 약속을 어기고 혁신안을 후퇴시켰다는 여론과 야당의 질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카드를 꺼낸 든 것은 그만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 서울·부산 유권자 1,140만여 명..대선 전초전

지난 4월 치러진 21대 총선 기준으로 서울의 유권자는 847만 7천여 명이었습니다. 부산은 295만 8천여 명입니다. 내년 4월 7일, 유권자 1,140만여 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의 1/4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리고 제2의 도시의 시장을 뽑는다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더 큰 정치적 의미는 내년 4월을 기준으로 대통령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전국 민심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서울시장은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입니다.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이 서울시장을 차지하면, 다음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지지세력의 응집력이 생기게 됩니다.

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승리하면, 민주당 대선 가도에 탄력이 붙게 됩니다.


민주당을 이끄는 이낙연 대표에게 보궐선거 공천과 선거 결과는 정치적 명운을 결정합니다. 6개월 남짓 당 대표 역할에 대한 마지막 평가이자 스스로 대선 후보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시험에 드는 선거입니다.

■ 이낙연 "공천으로 심판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

이낙연 대표는 그동안 공천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늦기 전에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11월, 아니면 12월은 돼야 공천에 대한 민주당의 공론화가 이뤄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낙연 대표가 택한 '늦지 않은 날짜'는 오늘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 후보자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규정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며 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사과도 했습니다. "소속 시장 잘못으로 시정을 공백 초래하고 보궐선거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 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뒤집고, 역시 당원 투표를 통해 '더불어시민당' 참여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 "약속 파기"…"여당의 책임 정치 절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 저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당헌을 어기고 사실상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번에도 "비난은 잠시"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따졌습니다.


또, 당원 투표가 만병통치약이냐면서, 당원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민주당의 행태가 비겁하다고 논평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29일) 기자들 질문을 받고 "(민주당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로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그렇게 할 줄 알았다"면서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지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의당도 민주당을 향해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오늘의 결정으로 집권여당의 통 큰 책임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정의당은 논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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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헌 뒤집고 서울·부산시장 공천 수순 밟는 민주당
    • 입력 2020-10-29 16:35:09
    • 수정2020-10-29 16:39:22
    취재K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의 현재 '당헌'에 따르면 후보를 내기 어려우니, 해당 당헌을 바꿀지 여부를 이번 주말에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당헌 개정 여부에 대해 투표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당 지도부의 개정 의지로 읽히기 때문에, '당헌 개정을 통한 공천'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박원순 오거돈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

서울시장 자리는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유고로, 부산시장은 오거돈 전 시장의 자진 사퇴로 다시 선거가 치러지는 곳입니다. 두 사람 모두 성추행 의혹을 받았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들입니다.

정당의 당헌은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집약한 헌법 같은 개념입니다. 민주당은 이 당헌에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할 경우 해당 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015년 개정)
②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후보를 내지 않는 경우를 '부정부패'에' 한정하지 않고,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이라고 범위를 넓혔습니다. 권고 수준이었던 규정도 의무 사항이 되도록 바꿨습니다. 당시 당 대표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스스로 약속을 어기고 혁신안을 후퇴시켰다는 여론과 야당의 질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카드를 꺼낸 든 것은 그만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 서울·부산 유권자 1,140만여 명..대선 전초전

지난 4월 치러진 21대 총선 기준으로 서울의 유권자는 847만 7천여 명이었습니다. 부산은 295만 8천여 명입니다. 내년 4월 7일, 유권자 1,140만여 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의 1/4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리고 제2의 도시의 시장을 뽑는다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더 큰 정치적 의미는 내년 4월을 기준으로 대통령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전국 민심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서울시장은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입니다.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이 서울시장을 차지하면, 다음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지지세력의 응집력이 생기게 됩니다.

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승리하면, 민주당 대선 가도에 탄력이 붙게 됩니다.


민주당을 이끄는 이낙연 대표에게 보궐선거 공천과 선거 결과는 정치적 명운을 결정합니다. 6개월 남짓 당 대표 역할에 대한 마지막 평가이자 스스로 대선 후보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시험에 드는 선거입니다.

■ 이낙연 "공천으로 심판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

이낙연 대표는 그동안 공천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늦기 전에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11월, 아니면 12월은 돼야 공천에 대한 민주당의 공론화가 이뤄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낙연 대표가 택한 '늦지 않은 날짜'는 오늘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 후보자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규정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며 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사과도 했습니다. "소속 시장 잘못으로 시정을 공백 초래하고 보궐선거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 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뒤집고, 역시 당원 투표를 통해 '더불어시민당' 참여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 "약속 파기"…"여당의 책임 정치 절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 저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당헌을 어기고 사실상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번에도 "비난은 잠시"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따졌습니다.


또, 당원 투표가 만병통치약이냐면서, 당원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민주당의 행태가 비겁하다고 논평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29일) 기자들 질문을 받고 "(민주당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로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그렇게 할 줄 알았다"면서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지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의당도 민주당을 향해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오늘의 결정으로 집권여당의 통 큰 책임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정의당은 논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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