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가로막힌 사이…‘신체 학대’·‘지원금 유용’ 요양원 백태

입력 2020.10.29 (21:48) 수정 2020.10.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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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의 한 노인요양원이 환자의 팔다리를 오랜 시간 침상에 묶어 놓거나, 식사 때도 휠체어에 몸을 묶은 사실이 적발돼 행정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 환자 앞으로 나온 지원금을 빼돌려 병원물품을 사고 환자 예금이 직원 계좌로 입금된 정황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관리 감독이 소홀한 사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일들입니다.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남의 한 노인요양원입니다.

70대 환자가 병실 침상에 양쪽 손목이 묶인 채 누워 있습니다.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은 휴게공간으로 침상이 옮겨져 생활한 모습이 영상에 담겼습니다.

피부 질환이 생긴 환자가 몸을 긁는 것을 막기 위한 요양원 측의 조치였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팔을 묶어서 아예 이동할 수 없게끔 만들어서 소변 그런 건 다 기저귀로…. 24시간 억제 묶어놓고 (입원실을) 같이 사용하던 어르신을 텔레비전 보고 밥 먹고 거기서 일주일가량을 (지냈어요.)"]

학대 의혹을 조사한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신체 학대'를 한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지난 8월 초쯤 닷새 동안 침상에 환자 팔다리를 모두 묶거나 식사 시간에도 휠체어에 몸을 묶어둔 사실을 입원실 폐쇄회로TV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입니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환자의 신체 억제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 요인 등이 있을 때 해야 하고 2시간마다 관찰해 자세를 바꿔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습니다.

환자 앞으로 나온 돈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보호자가 없어 요양원이 관리하던 기초생활수급 환자 3명의 기초연금과 재난지원금으로 관장약 30개를 산 영수증이 적발됐고, 지난 7월에는 한 환자 예금통장의 천800여만 원이 직원 개인 계좌로 옮겨진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경남 ○○시 관계자/음성변조 : "기초연금하고 재난지원금 40만 원인가. 30개 정도 관장약을 샀다든지. 그 어르신이 그만한 의약품을 안 쓸 거라고 의심되는데 많이 산 거죠. (경찰) 조사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유령 환자의 이름을 올려 공단 지원금을 빼낸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이 요양원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요양원 입원 등급을 받지 못한 주간보호센터 이용 환자 10여 명을 건강보험공단 모르게 입원시켰습니다.

주간보호 지원금을 받는 환자들을 주간센터는 이용하지 않고 요양원에 입원하게 만들어 공단 지원금을 부당 청구한 의혹이 제기돼 공단 측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요양원과 환자 측은 건강보험공단이 확인할 경우 주간보호를 이용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쓴 사실도 나왔습니다.

이들 환자가 추가되면서 법정 입원 정원을 초과해 요양보호사가 부족하게 운영됐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행정적으로는 (주간보호센터 이용하는) 재가(급여)로 등록해놓고 시설에 모시게 되는 거죠. 어르신 몇 분에 요양보호사 한 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환자가) 오버(초과)되는 거죠. 관리하는 부분에서 분산되기도 하고…."]

요양원 측은 해당 환자가 음식물을 기도로 넘길 우려가 있다는 의사 진단이 있었고, 보호자 동의를 받아 신체를 구속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직원이 환자 돈을 유용한 증거를 포착해 경찰에 직접 고발했고, 주간보호센터 이용자들의 경우 보호자들의 부탁으로 인한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관할 자치단체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학대 판정 결과와 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해당 요양원에 대해 행정 처분 절차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부민·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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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문안 가로막힌 사이…‘신체 학대’·‘지원금 유용’ 요양원 백태
    • 입력 2020-10-29 21:48:39
    • 수정2020-10-29 22:02:58
    뉴스9(창원)
[앵커]

경남의 한 노인요양원이 환자의 팔다리를 오랜 시간 침상에 묶어 놓거나, 식사 때도 휠체어에 몸을 묶은 사실이 적발돼 행정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 환자 앞으로 나온 지원금을 빼돌려 병원물품을 사고 환자 예금이 직원 계좌로 입금된 정황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관리 감독이 소홀한 사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일들입니다.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남의 한 노인요양원입니다.

70대 환자가 병실 침상에 양쪽 손목이 묶인 채 누워 있습니다.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은 휴게공간으로 침상이 옮겨져 생활한 모습이 영상에 담겼습니다.

피부 질환이 생긴 환자가 몸을 긁는 것을 막기 위한 요양원 측의 조치였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팔을 묶어서 아예 이동할 수 없게끔 만들어서 소변 그런 건 다 기저귀로…. 24시간 억제 묶어놓고 (입원실을) 같이 사용하던 어르신을 텔레비전 보고 밥 먹고 거기서 일주일가량을 (지냈어요.)"]

학대 의혹을 조사한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신체 학대'를 한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지난 8월 초쯤 닷새 동안 침상에 환자 팔다리를 모두 묶거나 식사 시간에도 휠체어에 몸을 묶어둔 사실을 입원실 폐쇄회로TV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입니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환자의 신체 억제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 요인 등이 있을 때 해야 하고 2시간마다 관찰해 자세를 바꿔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습니다.

환자 앞으로 나온 돈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보호자가 없어 요양원이 관리하던 기초생활수급 환자 3명의 기초연금과 재난지원금으로 관장약 30개를 산 영수증이 적발됐고, 지난 7월에는 한 환자 예금통장의 천800여만 원이 직원 개인 계좌로 옮겨진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경남 ○○시 관계자/음성변조 : "기초연금하고 재난지원금 40만 원인가. 30개 정도 관장약을 샀다든지. 그 어르신이 그만한 의약품을 안 쓸 거라고 의심되는데 많이 산 거죠. (경찰) 조사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유령 환자의 이름을 올려 공단 지원금을 빼낸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이 요양원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요양원 입원 등급을 받지 못한 주간보호센터 이용 환자 10여 명을 건강보험공단 모르게 입원시켰습니다.

주간보호 지원금을 받는 환자들을 주간센터는 이용하지 않고 요양원에 입원하게 만들어 공단 지원금을 부당 청구한 의혹이 제기돼 공단 측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요양원과 환자 측은 건강보험공단이 확인할 경우 주간보호를 이용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쓴 사실도 나왔습니다.

이들 환자가 추가되면서 법정 입원 정원을 초과해 요양보호사가 부족하게 운영됐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행정적으로는 (주간보호센터 이용하는) 재가(급여)로 등록해놓고 시설에 모시게 되는 거죠. 어르신 몇 분에 요양보호사 한 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환자가) 오버(초과)되는 거죠. 관리하는 부분에서 분산되기도 하고…."]

요양원 측은 해당 환자가 음식물을 기도로 넘길 우려가 있다는 의사 진단이 있었고, 보호자 동의를 받아 신체를 구속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직원이 환자 돈을 유용한 증거를 포착해 경찰에 직접 고발했고, 주간보호센터 이용자들의 경우 보호자들의 부탁으로 인한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관할 자치단체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학대 판정 결과와 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해당 요양원에 대해 행정 처분 절차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부민·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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