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저승길’이 돼 버린 어느 직장인의 회식

입력 2020.10.30 (08:58) 수정 2020.10.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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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식당.

직장동료인 A(59)씨와 B(59)씨 등 직원 8명은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회식을 가졌다. 이날 회식 자리는 B 씨가 건물 보수공사 계약을 따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소주 28병을 마셨다.

즐거웠던 회식은 다음날(4월 1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1차에서 끝내기 아쉬웠던 A 씨와 B 씨는 자리를 사무실로 옮겨 둘이서 술을 계속 마셨다. 하지만 얼마 후 축하 자리는 ‘범죄 현장’으로 변하고 만다.

술잔을 부딪치던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에 격분한 A 씨는 사무실 안쪽 주방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B 씨의 복부를 찔렀다. 흉기에 찔린 B 씨는 4월 1일 오전 2시 33분쯤 숨졌다.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과정에서 A 씨와 변호인 측은 B 씨를 흉기로 찌른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와 증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적어도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말다툼하다가 화가 나 흉기로 피해자를 찔렀는데, 이 사건 범행 도구인 흉기는 총 길이 28cm로 상당히 위험한 물건으로 사용 방법에 따라 피해자를 사망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여기에 피해자의 우측 복부를 찔렀는데, 이곳은 소장, 대장, 등 중요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신체 부위로, 흉기로 찌를 경우 피해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증인 C 씨가 법정에서 한 증언을 통해 A 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증인 C 씨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사건 당일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를 쳤다’고 말해, 이에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자 '찔렀다'고 했으며, 다친 사람의 상태 등을 물어보자 ‘병원에 갔다’, '나는 피할 생각이 없다' 는 등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즉,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직후 이 같은 언동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의 행위에 따른 사망의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허경호)는 위 같은 이유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직장동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의 유가족은 이 사건으로 인해 슬픔과 함께 평생 감내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가족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이 사건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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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저승길’이 돼 버린 어느 직장인의 회식
    • 입력 2020-10-30 08:58:34
    • 수정2020-10-30 11:29:45
    취재후·사건후

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식당.

직장동료인 A(59)씨와 B(59)씨 등 직원 8명은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회식을 가졌다. 이날 회식 자리는 B 씨가 건물 보수공사 계약을 따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소주 28병을 마셨다.

즐거웠던 회식은 다음날(4월 1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1차에서 끝내기 아쉬웠던 A 씨와 B 씨는 자리를 사무실로 옮겨 둘이서 술을 계속 마셨다. 하지만 얼마 후 축하 자리는 ‘범죄 현장’으로 변하고 만다.

술잔을 부딪치던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에 격분한 A 씨는 사무실 안쪽 주방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B 씨의 복부를 찔렀다. 흉기에 찔린 B 씨는 4월 1일 오전 2시 33분쯤 숨졌다.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과정에서 A 씨와 변호인 측은 B 씨를 흉기로 찌른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와 증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적어도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말다툼하다가 화가 나 흉기로 피해자를 찔렀는데, 이 사건 범행 도구인 흉기는 총 길이 28cm로 상당히 위험한 물건으로 사용 방법에 따라 피해자를 사망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여기에 피해자의 우측 복부를 찔렀는데, 이곳은 소장, 대장, 등 중요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신체 부위로, 흉기로 찌를 경우 피해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증인 C 씨가 법정에서 한 증언을 통해 A 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증인 C 씨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사건 당일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를 쳤다’고 말해, 이에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자 '찔렀다'고 했으며, 다친 사람의 상태 등을 물어보자 ‘병원에 갔다’, '나는 피할 생각이 없다' 는 등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즉,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직후 이 같은 언동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의 행위에 따른 사망의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허경호)는 위 같은 이유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직장동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의 유가족은 이 사건으로 인해 슬픔과 함께 평생 감내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가족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이 사건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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