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비판글 올린 뒤 고소당한 ‘쿠팡맨’

입력 2020.10.30 (11:00) 수정 2020.11.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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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형 택배회사들은 자사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대안을 내놨고, 소비자들은 '총알 배송', '새벽 배송'같은 빠른 배송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안전하게 배송해달라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배송 노동자가 자신의 SNS에 소속 회사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고소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내 최초로 '로켓배송(익일배송)'을 시행한 온라인 쇼핑몰 1위 업체, 쿠팡에서 생긴 일입니다.

■ "쿠팡맨은 소모품"…쿠팡, 고소 조치

올해로 3년째 쿠팡에서 배송 담당 '쿠팡맨(현 '쿠친')'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 모 씨는 지난 3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렸습니다. 배송 업무를 하다가 계단에서 쓰러져 숨진 40대 동료 쿠팡맨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무거운 마음을 담아 쓴 글이었습니다.

최 씨가 올린 게시물에는 "결국 쿠팡맨이 배송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전에도 최 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쿠팡맨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쿠팡에게 쿠팡맨은 사람이 아닌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라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쿠팡은 최 씨가 올린 트위터 게시물들이 사측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피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쿠팡은 "온라인상에 익명으로 게시된 허위사실을 확인하고 허위 소문이 재생산 될 우려가 있어 '성명불상자'를 피고소인으로 하여 고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 씨가 올린 게시글 중 특정 지역의 쿠팡맨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 최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
■ “불안하고 두려워”…SNS 게시물 삭제

경찰 조사를 받은 최 씨는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최 씨는 자신이 속한 노조 측에 “불안하고 두렵다”고 호소하며 “이번 사안으로 사내에서 징계 등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최 씨는 현재 해당 트위터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노조도 사측의 대응이 실망스럽단 입장입니다.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전국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고통에 대한 개선은 없고, 브랜드 이미지만 신경 쓰는 쿠팡 측의 모습에 실망이 크다”면서 “앞으로 쿠팡이 최 씨를 상대로 별도의 징계 조치를 내린다면 노조 차원의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의 법률 자문을 맡은 조연민 변호사는 "해당 게시물 내용은 통상의 의견표명 혹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을 적은 것"이라며 "쿠팡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고의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규탄 기자회견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규탄 기자회견
■ 쿠팡, 배송인력 자회사 편입…"직고용 할 것"

쿠팡은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자신들은 여타 택배회사와 다르다며 선을 그어왔습니다. 지난 22일엔 보도자료를 내고 "쿠친(쿠팡맨)은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송직원으로 지입제 택배 기사와는 다르다"며 "주5일 근무와 주 50시간 미만 근무 원칙을 준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직고용을 강조했던 쿠팡은 최근 배송인력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배송 인력이 택배운송사업자 자격을 얻은 자회사로 넘어가게 되면, 특례업종으로 전환돼 주 60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됩니다. 택배업계가 택배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을 개선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 측은 오히려 사회적 움직임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택배기사들의 숙원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자회사로 전환된 배송인력도 직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쿠팡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택배사에도 주5일, 주52시간 근무, 분류전담직원 채용, 상해보험 등 쿠팡 배송직원들의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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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비판글 올린 뒤 고소당한 ‘쿠팡맨’
    • 입력 2020-10-30 11:00:53
    • 수정2020-11-04 09:19:18
    취재K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형 택배회사들은 자사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대안을 내놨고, 소비자들은 '총알 배송', '새벽 배송'같은 빠른 배송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안전하게 배송해달라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배송 노동자가 자신의 SNS에 소속 회사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고소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내 최초로 '로켓배송(익일배송)'을 시행한 온라인 쇼핑몰 1위 업체, 쿠팡에서 생긴 일입니다.

■ "쿠팡맨은 소모품"…쿠팡, 고소 조치

올해로 3년째 쿠팡에서 배송 담당 '쿠팡맨(현 '쿠친')'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 모 씨는 지난 3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렸습니다. 배송 업무를 하다가 계단에서 쓰러져 숨진 40대 동료 쿠팡맨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무거운 마음을 담아 쓴 글이었습니다.

최 씨가 올린 게시물에는 "결국 쿠팡맨이 배송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전에도 최 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쿠팡맨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쿠팡에게 쿠팡맨은 사람이 아닌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라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쿠팡은 최 씨가 올린 트위터 게시물들이 사측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피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쿠팡은 "온라인상에 익명으로 게시된 허위사실을 확인하고 허위 소문이 재생산 될 우려가 있어 '성명불상자'를 피고소인으로 하여 고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 씨가 올린 게시글 중 특정 지역의 쿠팡맨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 ■ “불안하고 두려워”…SNS 게시물 삭제

경찰 조사를 받은 최 씨는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최 씨는 자신이 속한 노조 측에 “불안하고 두렵다”고 호소하며 “이번 사안으로 사내에서 징계 등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최 씨는 현재 해당 트위터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노조도 사측의 대응이 실망스럽단 입장입니다.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전국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고통에 대한 개선은 없고, 브랜드 이미지만 신경 쓰는 쿠팡 측의 모습에 실망이 크다”면서 “앞으로 쿠팡이 최 씨를 상대로 별도의 징계 조치를 내린다면 노조 차원의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의 법률 자문을 맡은 조연민 변호사는 "해당 게시물 내용은 통상의 의견표명 혹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을 적은 것"이라며 "쿠팡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고의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규탄 기자회견 ■ 쿠팡, 배송인력 자회사 편입…"직고용 할 것"

쿠팡은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자신들은 여타 택배회사와 다르다며 선을 그어왔습니다. 지난 22일엔 보도자료를 내고 "쿠친(쿠팡맨)은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송직원으로 지입제 택배 기사와는 다르다"며 "주5일 근무와 주 50시간 미만 근무 원칙을 준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직고용을 강조했던 쿠팡은 최근 배송인력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배송 인력이 택배운송사업자 자격을 얻은 자회사로 넘어가게 되면, 특례업종으로 전환돼 주 60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됩니다. 택배업계가 택배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을 개선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 측은 오히려 사회적 움직임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택배기사들의 숙원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자회사로 전환된 배송인력도 직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쿠팡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택배사에도 주5일, 주52시간 근무, 분류전담직원 채용, 상해보험 등 쿠팡 배송직원들의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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