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주총 가 보니…“결실 맺을 만 하니 배터리 떼내나”

입력 2020.10.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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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주주였는데…배터리 사업 결실 맺을 만하니까 떼어내겠다니"

LG화학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이어졌습니다. 분할에 찬성하는 주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분할안에 반대하며 회사를 성토하는 소액주주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한 주주는 "주주가 된 지 15년이 됐다"면서 "물적분할하면 LG화학이 홀딩스(모회사)가 되는데 홀딩스가 자회사보다 주가가 높은 데는 세상천지를 찾아봐도 없다"면서 보상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또 다른 주주는 "여태까지 엘지화학이 화학에서 벌어서 배터리에 투자했다"면서 "이제 결실이 올만 하니까 (자회사로) 떼어내냐"고 경영진을 질타했습니다. 이 주주는 78만5천 원까지 갔던 주가가 64만 원으로 떨어졌다면서 분할이 없었으면 오히려 상승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참석 주주는 80여 명, 결코 많다고 하긴 어려운 수입니다. 하지만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열띤 발언을 이어가 주총장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이 달아올랐습니다.

그 밖에도 "분할이 그렇게 합리적으로 좋다면 주가는 왜 빠지냐?"라는 또 다른 주주의 질타도 있었습니다. 이 주주는 "자금조달을 위해 분할하겠다는데,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비상장이 좋겠습니까? 상장이 좋겠습니까?"하고 반문했습니다.


■1시간 격론 끝에 투표 없이 찬성 의결

이렇게 주주들은 질타했지만 표 대결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한창 투표가 이어지던 중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분할안을 상정하고 표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총회 개최 전에 회사 측이 찬성 위임을 받은 의결권을 합쳐서 참여 주주 82.3%, 전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 대비 63.7% 가 분할에 찬성하였다면서 분할 가결이 선포된 것입니다. 일부 주주들은 현장 투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 외 반대 주주 수 3.7%에 그쳐…외국인 다수 찬성한 듯

투표 결과를 보면 전체 발행주식의 30%가량을 가진 (주)LG 외에도 40%를 소유한 외국인 투자자와 10%를 가진 기관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찬성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ISS 등 주요 외국계 의결권자문사가 이미 분할에 찬성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입니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 표시로 막판에 변동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총회를 겨우 사흘 앞둔 시점에서 결론이 나서인지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의결권 주식의 77.5%가 투표에 참여했는데요. 약 10%를 가졌고 이미 반대투표를 결정한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전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의 3.7%가량만 전자 투표 등으로 추가로 반대투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LG화학 "테슬라까지 참전했는데 투자 지체되면 안 돼"

LG화학은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총회에서 LG화학 경영진은 "대규모 자금 조달과 투자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신설 배터리 경쟁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까지 전지사업에 진출해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면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분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를 통해 배터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을 의식한 듯 보입니다.

LG화학은 또 회사 현황 보고에서 경영진은 배터리사업 투자를 늘리다 보니 3년 전 1.6% 수준이던 순차입금이 최근 47.6%까지 악화됐고 10년간 유지하던 국제 신용등급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한 단계씩 하락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분사를 통한 자금유치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나스닥 상장하냐?" 질문에 "분할 이후에 결정"

한 주주는 신설 자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할 것인지, 혹은 신설 자회사 주식을 기존 LG화학 주주에게 유상증자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LG화학 차동석 전무(CFO)는 즉답은 피하면서 "IPO, 즉 기업공개를 할 수도 있고 전략적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고 물적분할 이후에 검토해야 하는 사항이 많다"면서 "새 자회사 경영진이 구성되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상황이다"고만 답했습니다.

유럽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보조금을 줄이며 머뭇거리는 사이 LG화학은 중국 CATL을 제치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분할로 자금조달의 길이 확실해진 상황입니다.

다만 분할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지적한 주주가치 훼손 부분이나 소액주주의 분노는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그 답은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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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화학 주총 가 보니…“결실 맺을 만 하니 배터리 떼내나”
    • 입력 2020-10-30 13:50:30
    취재K

■"15년 주주였는데…배터리 사업 결실 맺을 만하니까 떼어내겠다니"

LG화학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이어졌습니다. 분할에 찬성하는 주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분할안에 반대하며 회사를 성토하는 소액주주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한 주주는 "주주가 된 지 15년이 됐다"면서 "물적분할하면 LG화학이 홀딩스(모회사)가 되는데 홀딩스가 자회사보다 주가가 높은 데는 세상천지를 찾아봐도 없다"면서 보상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또 다른 주주는 "여태까지 엘지화학이 화학에서 벌어서 배터리에 투자했다"면서 "이제 결실이 올만 하니까 (자회사로) 떼어내냐"고 경영진을 질타했습니다. 이 주주는 78만5천 원까지 갔던 주가가 64만 원으로 떨어졌다면서 분할이 없었으면 오히려 상승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참석 주주는 80여 명, 결코 많다고 하긴 어려운 수입니다. 하지만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열띤 발언을 이어가 주총장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이 달아올랐습니다.

그 밖에도 "분할이 그렇게 합리적으로 좋다면 주가는 왜 빠지냐?"라는 또 다른 주주의 질타도 있었습니다. 이 주주는 "자금조달을 위해 분할하겠다는데,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비상장이 좋겠습니까? 상장이 좋겠습니까?"하고 반문했습니다.


■1시간 격론 끝에 투표 없이 찬성 의결

이렇게 주주들은 질타했지만 표 대결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한창 투표가 이어지던 중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분할안을 상정하고 표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총회 개최 전에 회사 측이 찬성 위임을 받은 의결권을 합쳐서 참여 주주 82.3%, 전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 대비 63.7% 가 분할에 찬성하였다면서 분할 가결이 선포된 것입니다. 일부 주주들은 현장 투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 외 반대 주주 수 3.7%에 그쳐…외국인 다수 찬성한 듯

투표 결과를 보면 전체 발행주식의 30%가량을 가진 (주)LG 외에도 40%를 소유한 외국인 투자자와 10%를 가진 기관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찬성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ISS 등 주요 외국계 의결권자문사가 이미 분할에 찬성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입니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 표시로 막판에 변동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총회를 겨우 사흘 앞둔 시점에서 결론이 나서인지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의결권 주식의 77.5%가 투표에 참여했는데요. 약 10%를 가졌고 이미 반대투표를 결정한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전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의 3.7%가량만 전자 투표 등으로 추가로 반대투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LG화학 "테슬라까지 참전했는데 투자 지체되면 안 돼"

LG화학은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총회에서 LG화학 경영진은 "대규모 자금 조달과 투자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신설 배터리 경쟁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까지 전지사업에 진출해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면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분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를 통해 배터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을 의식한 듯 보입니다.

LG화학은 또 회사 현황 보고에서 경영진은 배터리사업 투자를 늘리다 보니 3년 전 1.6% 수준이던 순차입금이 최근 47.6%까지 악화됐고 10년간 유지하던 국제 신용등급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한 단계씩 하락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분사를 통한 자금유치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나스닥 상장하냐?" 질문에 "분할 이후에 결정"

한 주주는 신설 자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할 것인지, 혹은 신설 자회사 주식을 기존 LG화학 주주에게 유상증자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LG화학 차동석 전무(CFO)는 즉답은 피하면서 "IPO, 즉 기업공개를 할 수도 있고 전략적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고 물적분할 이후에 검토해야 하는 사항이 많다"면서 "새 자회사 경영진이 구성되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상황이다"고만 답했습니다.

유럽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보조금을 줄이며 머뭇거리는 사이 LG화학은 중국 CATL을 제치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분할로 자금조달의 길이 확실해진 상황입니다.

다만 분할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지적한 주주가치 훼손 부분이나 소액주주의 분노는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그 답은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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