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창] 북한에 리얼리티 예능이 등장했다?…北 방송도 꿈틀

입력 2020.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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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기세 높은 음성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식을 전하는 북한의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 '조선중앙TV'의 대표 방송원으로 꼽히는데요. 리춘희 같은 방송원은 북한 노동당 대변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아나운서격인 북한 방송원을 생각하면 다소 격양된 듯한 고음의 목소리와 경직된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최근 각종 행사나 방송에서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방송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걸까요?

열병식 직후 상황 중계...북한 주민 모습 '부각'


지난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식에서 조선중앙TV는 이례적으로 열병식 직후의 상황을 녹화, 중계했습니다. 방송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열병식 참가자들의 자동차 행렬과 함께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들을 부각했습니다.

이때 방송원은 거리 곳곳에 배치돼 소식을 전했는데, 생생한 주민 인터뷰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과거 열병식을 나열하며 중계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례적 재난 방송...현장상황 그대로 노출


지난 여름엔 다수의 방송원이 태풍현장에 급파돼 긴박한 모습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원들은 급파된 지역에서 시간대별로 상황을 보도했는데, 조선중앙TV는 정규방송을 중단하면서까지 재난방송을 중계했습니다. 이때 방송원들의 취재 과정도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재난방송을 위해 실시간 중계나 마찬가지인 방송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북한은 재난 재해 방송을 철저히 통제해왔습니다. 올해는 현장 상황까지 그대로 노출 시킬 정도였으니 과거 방송과 차이가 뚜렷합니다.

전문가들은 방송원들의 현장성과 대중성이 강화된 모습은 이미 정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고 최근엔 보도부문까지 확대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합니다. 대중들과 조금 더 밀접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조선중앙TV 프로그램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 방송원들의 경우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강했다면, 점차 대중들과 호흡하며 현장감을 부각하려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뉴스를 전하며 해당 보도의 담당 기자 이름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방송원이나 기자들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정보 공유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는 방송원이나 기자 개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리얼리티 예능도 등장..과감한 인터뷰 노출


북한에선 ‘황금산의 주인들을 찾아’라는 조선중앙TV 기행 프로그램 이후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대로 전달하는 리얼리티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방송원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현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하면, 주민 인터뷰도 즉석에서 가감 없이 진행됩니다.

지난해 대대적인 준공 행사까지 열며 손님맞이를 시작한 '양덕 온천문화 휴양지'에는 영화배우 출신 방송원 김은정을 투입해 적극적인 선전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연예인이 나서 홍보하는 우리의 광고와도 비슷했습니다.


북한도 휴대폰 보급률 급증.."보도 통제로는 안 돼"

방송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현장성을 강조하는 추세는 북한 당국의 선전 선동 정책의 변화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민 친화적이면서 현장 상황을 보다 실감 나게 전달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엿보입니다.

북한 방송가 변화는 휴대전화 보급률이 급증함에 따라 보도로는 더는 통제할 수 없는 내부 상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는 북한 주민들에게 감출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숨기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북한 민심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형식에 변화는 왔지만,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 내용과 선전 선동 방식은 여전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방송가의 변화 바람은 민생을 적극적으로 돌보며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방송가의 변화 바람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남북의창><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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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창] 북한에 리얼리티 예능이 등장했다?…北 방송도 꿈틀
    • 입력 2020-10-31 08:00:40
    취재K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기세 높은 음성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식을 전하는 북한의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 '조선중앙TV'의 대표 방송원으로 꼽히는데요. 리춘희 같은 방송원은 북한 노동당 대변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아나운서격인 북한 방송원을 생각하면 다소 격양된 듯한 고음의 목소리와 경직된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최근 각종 행사나 방송에서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방송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걸까요?

열병식 직후 상황 중계...북한 주민 모습 '부각'


지난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식에서 조선중앙TV는 이례적으로 열병식 직후의 상황을 녹화, 중계했습니다. 방송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열병식 참가자들의 자동차 행렬과 함께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들을 부각했습니다.

이때 방송원은 거리 곳곳에 배치돼 소식을 전했는데, 생생한 주민 인터뷰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과거 열병식을 나열하며 중계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례적 재난 방송...현장상황 그대로 노출


지난 여름엔 다수의 방송원이 태풍현장에 급파돼 긴박한 모습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원들은 급파된 지역에서 시간대별로 상황을 보도했는데, 조선중앙TV는 정규방송을 중단하면서까지 재난방송을 중계했습니다. 이때 방송원들의 취재 과정도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재난방송을 위해 실시간 중계나 마찬가지인 방송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북한은 재난 재해 방송을 철저히 통제해왔습니다. 올해는 현장 상황까지 그대로 노출 시킬 정도였으니 과거 방송과 차이가 뚜렷합니다.

전문가들은 방송원들의 현장성과 대중성이 강화된 모습은 이미 정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고 최근엔 보도부문까지 확대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합니다. 대중들과 조금 더 밀접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조선중앙TV 프로그램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 방송원들의 경우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강했다면, 점차 대중들과 호흡하며 현장감을 부각하려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뉴스를 전하며 해당 보도의 담당 기자 이름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방송원이나 기자들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정보 공유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는 방송원이나 기자 개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리얼리티 예능도 등장..과감한 인터뷰 노출


북한에선 ‘황금산의 주인들을 찾아’라는 조선중앙TV 기행 프로그램 이후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대로 전달하는 리얼리티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방송원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현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하면, 주민 인터뷰도 즉석에서 가감 없이 진행됩니다.

지난해 대대적인 준공 행사까지 열며 손님맞이를 시작한 '양덕 온천문화 휴양지'에는 영화배우 출신 방송원 김은정을 투입해 적극적인 선전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연예인이 나서 홍보하는 우리의 광고와도 비슷했습니다.


북한도 휴대폰 보급률 급증.."보도 통제로는 안 돼"

방송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현장성을 강조하는 추세는 북한 당국의 선전 선동 정책의 변화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민 친화적이면서 현장 상황을 보다 실감 나게 전달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엿보입니다.

북한 방송가 변화는 휴대전화 보급률이 급증함에 따라 보도로는 더는 통제할 수 없는 내부 상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는 북한 주민들에게 감출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숨기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북한 민심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형식에 변화는 왔지만,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 내용과 선전 선동 방식은 여전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방송가의 변화 바람은 민생을 적극적으로 돌보며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방송가의 변화 바람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남북의창><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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