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美 대선…‘반중’ 압박 속 한국 외교는?

입력 2020.10.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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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다음달(11월) 3일 투표 직후에 당선자가 결정되지, 아니면 우편 투표 등의 영향 탓에 여러 날 뒤 결정될지 역시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 하나 뿐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외교 정책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전망해 봤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TPP 탈퇴 명령서에 서명했습니다. 취임 뒤 첫 행정명령 서명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나라가 참여했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었습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다자 무역 협정보다는 미국의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양자 관계를 선호했습니다. 그 기반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이런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방주의적인 정책들로 인해 다른 동맹과 국제기구와의 관계는 더욱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기 행정부 10대 의제를 발표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기 외교 안보 내각에 어떤 인사를 앉히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정책에선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1단계 협의 이후 중단 상태인 미·중 무역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철저하게 실리를 취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라는 겁니다.


■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외 정책에서도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공식 폐기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대신 대외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동맹 재구축’입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 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미국이 과거에 국제 사회에서 누렸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국제 외교 무대에도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은 물론 국제보건기구(WHO)에도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군축 협정 갱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입니다. 임기 첫해에는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고, 부패와의 전쟁, 인권 증진 등을 강조하며 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누가 대외 정책을 맡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캠프 안팎에서 대외정책에 관여하는 외교 안보 관련 인사들 규모는 최대 2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정부처럼 지도자 개인의 결정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들 전문가 집단의 전략에 기초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외교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 한국에게 ‘선택’ 압박 거세질 듯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2월, 새로 마련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습니다.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무역전쟁에서 시작한 중국 견제는 사실상 전방위로 확산해 ‘신냉전’으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반중 정서는 트럼프 행정부만의 것은 아닙니다. 미국 의회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계를 넘어선 ‘초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만과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을 제재하는 법안들이 속속 의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미국 시민들 사이에도 분위기는 이어져서, 미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올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73%에 달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방법상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반중 행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도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 EPN이나 반중안보동맹체가 될 가능성도 있는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경제 파트너인 중국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우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미·중 갈등 문제와 관련해 “한미 동맹을 발전적으로 관리해 나가면서 경제적 이익이 크게 걸려 있는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계속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사안별로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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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박한 美 대선…‘반중’ 압박 속 한국 외교는?
    • 입력 2020-10-31 11:03:25
    취재K
미국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다음달(11월) 3일 투표 직후에 당선자가 결정되지, 아니면 우편 투표 등의 영향 탓에 여러 날 뒤 결정될지 역시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 하나 뿐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외교 정책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전망해 봤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TPP 탈퇴 명령서에 서명했습니다. 취임 뒤 첫 행정명령 서명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나라가 참여했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었습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다자 무역 협정보다는 미국의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양자 관계를 선호했습니다. 그 기반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이런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방주의적인 정책들로 인해 다른 동맹과 국제기구와의 관계는 더욱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기 행정부 10대 의제를 발표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기 외교 안보 내각에 어떤 인사를 앉히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정책에선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1단계 협의 이후 중단 상태인 미·중 무역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철저하게 실리를 취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라는 겁니다.


■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외 정책에서도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공식 폐기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대신 대외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동맹 재구축’입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 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미국이 과거에 국제 사회에서 누렸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국제 외교 무대에도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은 물론 국제보건기구(WHO)에도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군축 협정 갱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입니다. 임기 첫해에는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고, 부패와의 전쟁, 인권 증진 등을 강조하며 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누가 대외 정책을 맡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캠프 안팎에서 대외정책에 관여하는 외교 안보 관련 인사들 규모는 최대 2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정부처럼 지도자 개인의 결정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들 전문가 집단의 전략에 기초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외교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 한국에게 ‘선택’ 압박 거세질 듯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2월, 새로 마련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습니다.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무역전쟁에서 시작한 중국 견제는 사실상 전방위로 확산해 ‘신냉전’으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반중 정서는 트럼프 행정부만의 것은 아닙니다. 미국 의회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계를 넘어선 ‘초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만과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을 제재하는 법안들이 속속 의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미국 시민들 사이에도 분위기는 이어져서, 미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올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73%에 달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방법상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반중 행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도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 EPN이나 반중안보동맹체가 될 가능성도 있는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경제 파트너인 중국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우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미·중 갈등 문제와 관련해 “한미 동맹을 발전적으로 관리해 나가면서 경제적 이익이 크게 걸려 있는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계속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사안별로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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