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g 4만 원’이라는 붉은대게, 소비자에겐 ‘시가’…왜?

입력 2020.11.02 (15:33) 수정 2020.11.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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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대표 어종 ‘붉은대게’동해안 대표 어종 ‘붉은대게’

■ 제철 맞은 '붉은대게'..어민들 '한숨'

붉은대게는 동해안 대표 어종 중 하나입니다. 흔히 떠올리는 '대게'와는 색깔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어 동해안에서는 '홍게'라고도 부릅니다.

붉은대게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제철입니다. 1년 동안 기다렸던 제철을 맞았지만, 어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 조업량 80%는 가공용...30kg에 4만 원

어민들이 바다에서 잡은 붉은대게가 모두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건 아닙니다. 강원도 붉은대게통발협회 등에 따르면, 붉은대게의 80% 정도는 공장 가공용으로 판매됩니다. 10마리 가운데 8마리 정도가 가공용으로 공장에 납품되는 겁니다.

대부분 조업 과정에서 죽거나 크기가 작고 다리가 일부 부러진 것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입니다. 실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구매하거나 음식점에서 먹는 붉은대게는 일단 살아있고 크기도 커서 속이 꽉 찬 것들만 골라서 판매됩니다.

붉은 대게 하역 전 선별하는 선원들붉은 대게 하역 전 선별하는 선원들

물론 가격도 큰 차이가 납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공장 가공용 붉은대게는 지난달(10월) 기준 30㎏에 4만 원대에 거래됐습니다. 10만 원을 크게 웃돌았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락한 겁니다.

가공용을 사들였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 수산 시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거래되는 질 좋은 붉은대게는 당일 조업량 등에 따라 매일 다르지만, 가공용보다 훨씬 높은 이른바 '시가'로 거래됩니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품용은 1kg당 3만원을 크게 웃돕니다.

[연관기사] ‘붉은대게’ 재고 산더미…공장 문닫고 조업 포기

가동 중단한 붉은 대게 가공 공장가동 중단한 붉은 대게 가공 공장

■ 문 닫은 가공공장...적정 재고량의 10배

문제는 어획량의 80%를 차지하는 가공용 납품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로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의 붉은대게 수출이 막힌 건데요. 이 때문에 강원도 속초 등 가공 공장들은 대부분 가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공장의 냉동 창고에도 수출하려고 손질해 놓은 붉은대게가 가득합니다. 인근 공장 7군데에 쌓여 있는 붉은대게 재고가 400톤으로 추산됩니다. 적정 재고량이 40톤 정도인데, 그 10배에 이르는 양이 쌓여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공장 측에서는 더이상 붉은대게를 사들일 여력이 없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재고 소진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붉은 대게 재고 쌓인 가공 공장붉은 대게 재고 쌓인 가공 공장

조업 주저하는 어민들...바다 나가면 '손해'

연쇄적으로 어민들은 붉은대게 조업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공용 납품이 막힌 상황에서,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품용 판매만으로는 이른바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붉은대게는 대부분 해안가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먼바다에서 조업합니다. 대화퇴를 중심으로 수심 1,000m가 넘는 해역에 통발을 넣고 잡는 겁니다. 한번 조업을 나가면 일주일이 기본입니다.

기름값에 선원 인건비 등 경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조업량의 80%를 웃도는 가공용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어민들은 제철인데도 선뜻 바다에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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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kg 4만 원’이라는 붉은대게, 소비자에겐 ‘시가’…왜?
    • 입력 2020-11-02 15:24:27
    • 수정2020-11-02 15:42:16
    취재K
동해안 대표 어종 ‘붉은대게’
■ 제철 맞은 '붉은대게'..어민들 '한숨'

붉은대게는 동해안 대표 어종 중 하나입니다. 흔히 떠올리는 '대게'와는 색깔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어 동해안에서는 '홍게'라고도 부릅니다.

붉은대게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제철입니다. 1년 동안 기다렸던 제철을 맞았지만, 어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 조업량 80%는 가공용...30kg에 4만 원

어민들이 바다에서 잡은 붉은대게가 모두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건 아닙니다. 강원도 붉은대게통발협회 등에 따르면, 붉은대게의 80% 정도는 공장 가공용으로 판매됩니다. 10마리 가운데 8마리 정도가 가공용으로 공장에 납품되는 겁니다.

대부분 조업 과정에서 죽거나 크기가 작고 다리가 일부 부러진 것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입니다. 실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구매하거나 음식점에서 먹는 붉은대게는 일단 살아있고 크기도 커서 속이 꽉 찬 것들만 골라서 판매됩니다.

붉은 대게 하역 전 선별하는 선원들
물론 가격도 큰 차이가 납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공장 가공용 붉은대게는 지난달(10월) 기준 30㎏에 4만 원대에 거래됐습니다. 10만 원을 크게 웃돌았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락한 겁니다.

가공용을 사들였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 수산 시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거래되는 질 좋은 붉은대게는 당일 조업량 등에 따라 매일 다르지만, 가공용보다 훨씬 높은 이른바 '시가'로 거래됩니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품용은 1kg당 3만원을 크게 웃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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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중단한 붉은 대게 가공 공장
■ 문 닫은 가공공장...적정 재고량의 10배

문제는 어획량의 80%를 차지하는 가공용 납품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로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의 붉은대게 수출이 막힌 건데요. 이 때문에 강원도 속초 등 가공 공장들은 대부분 가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공장의 냉동 창고에도 수출하려고 손질해 놓은 붉은대게가 가득합니다. 인근 공장 7군데에 쌓여 있는 붉은대게 재고가 400톤으로 추산됩니다. 적정 재고량이 40톤 정도인데, 그 10배에 이르는 양이 쌓여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공장 측에서는 더이상 붉은대게를 사들일 여력이 없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재고 소진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붉은 대게 재고 쌓인 가공 공장
조업 주저하는 어민들...바다 나가면 '손해'

연쇄적으로 어민들은 붉은대게 조업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공용 납품이 막힌 상황에서,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품용 판매만으로는 이른바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붉은대게는 대부분 해안가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먼바다에서 조업합니다. 대화퇴를 중심으로 수심 1,000m가 넘는 해역에 통발을 넣고 잡는 겁니다. 한번 조업을 나가면 일주일이 기본입니다.

기름값에 선원 인건비 등 경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조업량의 80%를 웃도는 가공용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어민들은 제철인데도 선뜻 바다에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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