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안전요원 없이 달리는 우이신설선…과태료만 내고 ‘배짱운행’

입력 2020.11.04 (06:00) 수정 2020.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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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5일. 새벽 5시 55분쯤 달리던 열차가 멈췄습니다. 승객 40여 명은 30여 분간 열차 안에 갇혔습니다. 서울의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개통 후 4개월 만에 발생한 운행 중단 사고였습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우이신설선은 '중단철'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서울 첫 무인경전철' 우이신설선...'안전요원' 탑승 조건으로 승인

2017년 개통된 우이신설선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에서 서울 강북구 북한산우이역을 오가며 하루 평균 8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강북 시민의 발'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우이신설선은 전 구간이 지하에 지어진, 서울시에 처음 도입된 '무인 경전철'이기도 합니다. 열차 운행부터 출입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까지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기관사 없이 운행되는 겁니다.

대신 기관사 자격증을 가진 '안전요원'이 열차에 오릅니다. 안전요원은 운행 중단이나 사고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열차를 운전하고 승객을 대피시키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들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겁니다.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주)은 개통 직전이던 지난 2017년 8월 모든 열차에 '안전요원'을 태우는 조건으로 국토교통부의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을 받았습니다.

운영사, 국토부 승인 없이 '안전요원' 철수...과태료 납부하고 배짱 운행 중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우이신설경전철은 개통 당시와 달리 현재 안전요원을 열차에 배치하지 않고 운행중이며 심지어 국토교통부의 승인도 받지 않고 철수시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철도안전법을 보면 철도운영자는 철도 운영을 하거나 철도 시설을 관리하는 경우 인력, 시설, 차량 장비 등 철도 및 철도시설의 안전관리체계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미 승인된 안전관리체계를 변경하려면 국토부의 변경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국토부의 변경승인을 받지 않고 안전관리체계를 변경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은 모든 열차에 역무원을 탑승시키는 조건으로 받은 '철도안전관리체계'를 변경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국토부에 변경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안전요원을 열차에서 철수시키고 역무원 대신 역사 내에 배치하는 내용이 담긴 철도안전관리체계를 제출한 겁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안전'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정지권 시의원실이 입수한 국토부 공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열차 내 안전요원 미승차는 열차 운행 인력의 적정성, 사고시 안전조치의 적정성, 승객대피의 적정성 등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운행 인력 감축은 승객 승하차 시 안전감시나 시스템 고장 등 긴급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열차 운행 중 역간에서 열차 화재, 차량 고장, 전차선 단전 등 철도사고(장애) 발생 시에도 신속한 대응 및 승객대피 지연이 우려되는 등 승객 안전확보가 곤란하다"라며 "열차 운행 중 선로 안에서 사람이나 장애물이 발견된 경우 안전확보를 위한 조치 지연으로 인한 승객불편을 초래하고 철도 안전운행이 저해될 수 있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운영사는 국토부가 이 같은 통보를 하기 전인 지난해 3월부터 이미 안전요원을 철수시켰습니다. 이는 법 위반 사안으로 실제 국토부는 운영사에 900여 만 원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운영사는 이를 납부하고 지금까지 안전요원 없이 '배짱 운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이신설선 운영사 관계자는 "서울시 최초 무인경전철이다보니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있고 시스템 초기 장애도 있을 수 있어 초반에 안전요원을 태우는 것으로 승인을 받은 것"이라면서 "무인시스템이 다 구축이 돼있어 안전요원을 태우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초 서울시와의 협약도 무인으로 돼있어 안전요원의 인건비가 책정이 안 돼있다"라며 "인건비가 계속 나가는데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철수 시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안전요원을 감축한 게 아니라 역내에 배치했다"라며 "역간 길이가 1km가 안 돼서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안내요원들이 양쪽 역에서 가도 5분 안에 조치가 가능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화재나 선로 이탈 등 예상치 못 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초동대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출입문에 물건이 낀다든지 긴급하게 대피해야하는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안전요원이 있을 때와 승객 스스로가 판단해서 처리해야하는 건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라며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열차 운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면 그 상황에 맞춰서 대처할 수 있는데 안전요원이 없다면 승객들이 우왕좌왕 하다가 사고가 확대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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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4 06:00:27
    • 수정2020-11-04 06:00:48
    취재후·사건후

2017년 12월 25일. 새벽 5시 55분쯤 달리던 열차가 멈췄습니다. 승객 40여 명은 30여 분간 열차 안에 갇혔습니다. 서울의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개통 후 4개월 만에 발생한 운행 중단 사고였습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우이신설선은 '중단철'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서울 첫 무인경전철' 우이신설선...'안전요원' 탑승 조건으로 승인

2017년 개통된 우이신설선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에서 서울 강북구 북한산우이역을 오가며 하루 평균 8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강북 시민의 발'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우이신설선은 전 구간이 지하에 지어진, 서울시에 처음 도입된 '무인 경전철'이기도 합니다. 열차 운행부터 출입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까지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기관사 없이 운행되는 겁니다.

대신 기관사 자격증을 가진 '안전요원'이 열차에 오릅니다. 안전요원은 운행 중단이나 사고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열차를 운전하고 승객을 대피시키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들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겁니다.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주)은 개통 직전이던 지난 2017년 8월 모든 열차에 '안전요원'을 태우는 조건으로 국토교통부의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을 받았습니다.

운영사, 국토부 승인 없이 '안전요원' 철수...과태료 납부하고 배짱 운행 중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우이신설경전철은 개통 당시와 달리 현재 안전요원을 열차에 배치하지 않고 운행중이며 심지어 국토교통부의 승인도 받지 않고 철수시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철도안전법을 보면 철도운영자는 철도 운영을 하거나 철도 시설을 관리하는 경우 인력, 시설, 차량 장비 등 철도 및 철도시설의 안전관리체계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미 승인된 안전관리체계를 변경하려면 국토부의 변경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국토부의 변경승인을 받지 않고 안전관리체계를 변경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은 모든 열차에 역무원을 탑승시키는 조건으로 받은 '철도안전관리체계'를 변경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국토부에 변경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안전요원을 열차에서 철수시키고 역무원 대신 역사 내에 배치하는 내용이 담긴 철도안전관리체계를 제출한 겁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안전'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정지권 시의원실이 입수한 국토부 공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열차 내 안전요원 미승차는 열차 운행 인력의 적정성, 사고시 안전조치의 적정성, 승객대피의 적정성 등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운행 인력 감축은 승객 승하차 시 안전감시나 시스템 고장 등 긴급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열차 운행 중 역간에서 열차 화재, 차량 고장, 전차선 단전 등 철도사고(장애) 발생 시에도 신속한 대응 및 승객대피 지연이 우려되는 등 승객 안전확보가 곤란하다"라며 "열차 운행 중 선로 안에서 사람이나 장애물이 발견된 경우 안전확보를 위한 조치 지연으로 인한 승객불편을 초래하고 철도 안전운행이 저해될 수 있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운영사는 국토부가 이 같은 통보를 하기 전인 지난해 3월부터 이미 안전요원을 철수시켰습니다. 이는 법 위반 사안으로 실제 국토부는 운영사에 900여 만 원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운영사는 이를 납부하고 지금까지 안전요원 없이 '배짱 운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이신설선 운영사 관계자는 "서울시 최초 무인경전철이다보니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있고 시스템 초기 장애도 있을 수 있어 초반에 안전요원을 태우는 것으로 승인을 받은 것"이라면서 "무인시스템이 다 구축이 돼있어 안전요원을 태우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초 서울시와의 협약도 무인으로 돼있어 안전요원의 인건비가 책정이 안 돼있다"라며 "인건비가 계속 나가는데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철수 시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안전요원을 감축한 게 아니라 역내에 배치했다"라며 "역간 길이가 1km가 안 돼서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안내요원들이 양쪽 역에서 가도 5분 안에 조치가 가능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화재나 선로 이탈 등 예상치 못 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초동대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출입문에 물건이 낀다든지 긴급하게 대피해야하는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안전요원이 있을 때와 승객 스스로가 판단해서 처리해야하는 건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라며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열차 운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면 그 상황에 맞춰서 대처할 수 있는데 안전요원이 없다면 승객들이 우왕좌왕 하다가 사고가 확대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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