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되고 윤석열 안돼”…국민의힘 속사정은?

입력 2020.11.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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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기획단을 가동하며 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누가 후보냐'입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상대적으로 후보군이 뚜렷한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은 인물난에 시달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끊임없이 외부 인사들과의 연대설이 흘러나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당사자들인데요.

여기에 최근 강력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국민의힘이 영입할 수 있느냐도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입장은 한마디로 '안철수는 되고, 윤석열은 어렵다'로 정리됩니다.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건지 살펴봤습니다.


■ 주호영 "안철수·금태섭, 힘 합칠 가능성 대단히 높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놨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4일) 아침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에 대해 "선거 막판까지 가면 힘을 합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는 구도가 중요하고 단일 후보로 힘을 모아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안 대표나 금 전 의원 모두 현 정권과 여당을 비판하고 있는 만큼 합칠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김종인 위원장도 오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 금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경선 룰을 어떻게 선출하냐에 달려있고, 당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안 대표에 대해 "정치를 모른다"며 회의적 반응을 감추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입니다.

사실 주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설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사석에서도 김종인-안철수 신경전에 대해 "'정말 싫다'라기보다는 밀고 당기기의 측면이 크다"고 평가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비례위성정당) 통합 논의 때 안철수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하니 중단해달라'라고 한 적이 있다"며 "그때 이미 우리와 함께 할 거라는 사인을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바로 중도층 지지율과 선거 흥행 때문입니다. 당내 인사에 제한하지 않고, 당 밖 유력 주자와 이른바 '꿈틀이'까지 경선에 끌어들여서 판을 키우겠다는 계산인데요. 이른바 반문 연대, 반 민주 진영을 통해서 중도층 지지를 얻겠다는 겁니다.

시장 후보 경선 규칙을 정하는 경선준비위원회가 일찍부터 일반 시민 참여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기로 한 것도 바로 외부인사들의 경선 참여 장벽을 낮추기 위해섭니다.

만약 안 대표가 국민의힘 구상대로 경선에 참여하면, 야권연대 실현과 함께 흥행 효과가 예상되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안 대표의 의향이 불확실합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서울시장 출마에 선을 그어왔습니다. 이를 두고 안 대표의 '대선 직행' 해석이 더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인한 정치적 후폭풍을 염려해 섣불리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확실히 반민주당 측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으면 움직일 거라 본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제로(zero)와 무조건은 정치 지도자들이 결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안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습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망론' 차단한 이유는?

반면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갑자기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 자체에 찬성하지 않는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임기가 끝난 뒤 행보에 대해서도 "선택은 본인의 자유지만 그런 (정치 입문) 선택은 옳지 않다"면서 "자기영역을 끝까지 고수하고 지키고 존경 받는 그런 국가적 원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에 어떻게 봉사할 지 생각해 보겠다"라고 발언했고, 이후 정계 입문 가능성에 불이 붙었습니다.

어제(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21.5%)지사에 이어 윤 총장이 17.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 후보 모두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그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상승세입니다.

이처럼 당을 둘러싼 대권 주자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데, 외부인사가 '3강 구도'를 이루며 존재감을 키우는 상황이 국민의힘으로선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정부여당에게서 등 돌린 여론이 국민의힘이 아닌, 아직 정치에 도전장도 내지 않은 윤 총장에게 쏠리는 상황에 거부감과 위기감이 있다는 겁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윤 총장의 국감장 발언을 향해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에 뛰어들어라"라고 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거라는 게 당 안팎의 해석입니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비대위원은 "윤 총장이 지지율 3위에 오르며 각광받는 건 본인의 직을 지키면서 소신 발언, 소신 행보하기 때문이고, 현 정권 인사였던 사람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굳이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윤 총장을 흔들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간 시점입니다. 야권의 강력한 대권 후보로 염두에 둔다하더라도 미리부터 야권 후보로 입지를 좁힐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결국 우리쪽에 합류하더라도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하다. 밖에서 몸집을 더 키워서 보수와 중도까지 통합할 수 있어야 윤 총장도 승산이 있지 않겠나"라고도 했습니다.

섣부른 거물급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어 보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망론' 경계 이유에 대해 '정치는 고도의 경륜과 훈련이 필요한데, 국민 속시원하게 해줬다고 정치권으로 오면 그전의 성과까지도 잃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한 중진 의원은 "결국 윤 총장을 영입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국민의힘 자체 호감도를 높이고 여러 대권 주자를 키워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어쨌든 당 차원에선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는데요.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망론'을 힘주어 차단하면서도 "일본 속담에 '내일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여지를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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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되고 윤석열 안돼”…국민의힘 속사정은?
    • 입력 2020-11-04 17:14:25
    취재K
여야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기획단을 가동하며 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누가 후보냐'입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상대적으로 후보군이 뚜렷한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은 인물난에 시달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끊임없이 외부 인사들과의 연대설이 흘러나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당사자들인데요.

여기에 최근 강력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국민의힘이 영입할 수 있느냐도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입장은 한마디로 '안철수는 되고, 윤석열은 어렵다'로 정리됩니다.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건지 살펴봤습니다.


■ 주호영 "안철수·금태섭, 힘 합칠 가능성 대단히 높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놨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4일) 아침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에 대해 "선거 막판까지 가면 힘을 합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는 구도가 중요하고 단일 후보로 힘을 모아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안 대표나 금 전 의원 모두 현 정권과 여당을 비판하고 있는 만큼 합칠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김종인 위원장도 오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 금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경선 룰을 어떻게 선출하냐에 달려있고, 당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안 대표에 대해 "정치를 모른다"며 회의적 반응을 감추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입니다.

사실 주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설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사석에서도 김종인-안철수 신경전에 대해 "'정말 싫다'라기보다는 밀고 당기기의 측면이 크다"고 평가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비례위성정당) 통합 논의 때 안철수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하니 중단해달라'라고 한 적이 있다"며 "그때 이미 우리와 함께 할 거라는 사인을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바로 중도층 지지율과 선거 흥행 때문입니다. 당내 인사에 제한하지 않고, 당 밖 유력 주자와 이른바 '꿈틀이'까지 경선에 끌어들여서 판을 키우겠다는 계산인데요. 이른바 반문 연대, 반 민주 진영을 통해서 중도층 지지를 얻겠다는 겁니다.

시장 후보 경선 규칙을 정하는 경선준비위원회가 일찍부터 일반 시민 참여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기로 한 것도 바로 외부인사들의 경선 참여 장벽을 낮추기 위해섭니다.

만약 안 대표가 국민의힘 구상대로 경선에 참여하면, 야권연대 실현과 함께 흥행 효과가 예상되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안 대표의 의향이 불확실합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서울시장 출마에 선을 그어왔습니다. 이를 두고 안 대표의 '대선 직행' 해석이 더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인한 정치적 후폭풍을 염려해 섣불리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확실히 반민주당 측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으면 움직일 거라 본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제로(zero)와 무조건은 정치 지도자들이 결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안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습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망론' 차단한 이유는?

반면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갑자기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 자체에 찬성하지 않는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임기가 끝난 뒤 행보에 대해서도 "선택은 본인의 자유지만 그런 (정치 입문) 선택은 옳지 않다"면서 "자기영역을 끝까지 고수하고 지키고 존경 받는 그런 국가적 원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에 어떻게 봉사할 지 생각해 보겠다"라고 발언했고, 이후 정계 입문 가능성에 불이 붙었습니다.

어제(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21.5%)지사에 이어 윤 총장이 17.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 후보 모두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그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상승세입니다.

이처럼 당을 둘러싼 대권 주자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데, 외부인사가 '3강 구도'를 이루며 존재감을 키우는 상황이 국민의힘으로선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정부여당에게서 등 돌린 여론이 국민의힘이 아닌, 아직 정치에 도전장도 내지 않은 윤 총장에게 쏠리는 상황에 거부감과 위기감이 있다는 겁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윤 총장의 국감장 발언을 향해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에 뛰어들어라"라고 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거라는 게 당 안팎의 해석입니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비대위원은 "윤 총장이 지지율 3위에 오르며 각광받는 건 본인의 직을 지키면서 소신 발언, 소신 행보하기 때문이고, 현 정권 인사였던 사람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굳이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윤 총장을 흔들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간 시점입니다. 야권의 강력한 대권 후보로 염두에 둔다하더라도 미리부터 야권 후보로 입지를 좁힐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결국 우리쪽에 합류하더라도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하다. 밖에서 몸집을 더 키워서 보수와 중도까지 통합할 수 있어야 윤 총장도 승산이 있지 않겠나"라고도 했습니다.

섣부른 거물급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어 보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망론' 경계 이유에 대해 '정치는 고도의 경륜과 훈련이 필요한데, 국민 속시원하게 해줬다고 정치권으로 오면 그전의 성과까지도 잃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한 중진 의원은 "결국 윤 총장을 영입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국민의힘 자체 호감도를 높이고 여러 대권 주자를 키워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어쨌든 당 차원에선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는데요.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망론'을 힘주어 차단하면서도 "일본 속담에 '내일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여지를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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