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사기로 6억원 챙긴 20대 여성 국내 송환

입력 2020.11.05 (16:18) 수정 2020.11.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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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일) 오후 4시, 얼굴을 가린 한 사람이 경찰에 붙잡힌 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입국한 그는 누구일까. 바로 인터넷 중고 거래 과정에서 115건이나 상습적인 사기를 친 혐의로 수배가 내려졌던 25살 남 모 씨입니다.

피의자의 거짓 송금 문자(좌) 피해자와 피의자 간의 SNS 대화(우)피의자의 거짓 송금 문자(좌) 피해자와 피의자 간의 SNS 대화(우)

■"송금했단 문자 등 감쪽같아...항의 안 받고 싶은 심리를 잘 이용해"

부산에서 한 철학관을 운영하는 송 모 씨는 남 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황당합니다. 그는 지난해 6월 남 씨에게서 사업 운과 이사 운을 보고 싶은데, 상담료로 얼마를 송금하면 되냐는 SNS 문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상담료는 3만 원이고, 이런저런 상담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잠시 뒤 남 씨로부터 49만 원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러고 남 씨는 '다른 데 이체할 거랑 헷갈려서 49만 원을 송금했다며 상담비를 제외한 46만 원을 반환해달라'는 SNS 문자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송 씨는 다른 손님을 상담하고 있었기에 상담이 끝난 뒤 환불해준다고 답변했는데도 환불 독촉 문자가 계속 왔습니다.

송 씨는 고객의 거듭된 항의 요청에, 또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를 떠올리곤 46만 원을 다시 남 씨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는 남 씨가 그냥 보낸 '사기 문자'였습니다. 고스란히 46만 원을 날린 겁니다.

송 씨는 "사기인 줄 알고 나서 황당했고 바쁜 상황에서 돈을 보낸 내역까지 있었으니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예전처럼 지인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었다면 안 속았을 텐데"라며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피의자의 범행 게시글(좌)과 피해자들의 피해 호소 게시글(우)피의자의 범행 게시글(좌)과 피해자들의 피해 호소 게시글(우)

■4년이 넘는 범행 기간...피해자 128명, 피해액 6억 2천만 원

남 씨의 범행 수법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거래 금액을 송금했다는 허위문자로 송금을 유도하는 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판매한다고 상대방을 속여 돈을 챙긴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는 2016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온라인에서 중고 명품을 판매할 것처럼 글을 올렸습니다. 돈이 급히 필요해 중고 명품을 싸게 내놓는다는 등의 글을 올려 송금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사기 행각에 인터넷에는 그에게 속았다는 피해자들이 남 씨의 전화번호와 SNS 아이디 등을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범행은 계속됐고 SNS와 인터넷 카페 등에는 남 씨에게 피해를 본 이들의 모임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4년이 넘는 기간 남 씨에게 속은 피해자는 최소 128명, 피해액은 신고된 것만 6억2천만 원이 넘습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 올해 상반기만 13만여 건...최근 5년간 피해액 6천 9백억여 원

일본에 거주하면서 범행을 이어가던 남 씨는 경찰과 일본 인터폴 등의 공조 수사로 지난달 26일 사기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오늘(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되면서 그의 범행은 일단락되게 됐습니다.

남 씨는 결국 붙잡혔지만,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6년 8만여 건이었던 온라인 중고 거래 피해는 지난해 23만여 건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3만여 건의 관련 사기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해액도 늘어 2016년 590억여 원에서 지난해 2,767억 원으로 기록됐습니다. '나는 그런 사기를 당하지 않겠지?'라고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청 홈페이지나 '더치트' 등의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거래 상대방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입력해 사기를 친 내역이 있는지 조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가급적 현금을 직접 송금하는 방식의 거래를 자제하고 안전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SNS로만 연락하자는 거래자는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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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11-05 17:14:34
    취재K
오늘(5일) 오후 4시, 얼굴을 가린 한 사람이 경찰에 붙잡힌 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입국한 그는 누구일까. 바로 인터넷 중고 거래 과정에서 115건이나 상습적인 사기를 친 혐의로 수배가 내려졌던 25살 남 모 씨입니다.

피의자의 거짓 송금 문자(좌) 피해자와 피의자 간의 SNS 대화(우)
■"송금했단 문자 등 감쪽같아...항의 안 받고 싶은 심리를 잘 이용해"

부산에서 한 철학관을 운영하는 송 모 씨는 남 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황당합니다. 그는 지난해 6월 남 씨에게서 사업 운과 이사 운을 보고 싶은데, 상담료로 얼마를 송금하면 되냐는 SNS 문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상담료는 3만 원이고, 이런저런 상담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잠시 뒤 남 씨로부터 49만 원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러고 남 씨는 '다른 데 이체할 거랑 헷갈려서 49만 원을 송금했다며 상담비를 제외한 46만 원을 반환해달라'는 SNS 문자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송 씨는 다른 손님을 상담하고 있었기에 상담이 끝난 뒤 환불해준다고 답변했는데도 환불 독촉 문자가 계속 왔습니다.

송 씨는 고객의 거듭된 항의 요청에, 또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를 떠올리곤 46만 원을 다시 남 씨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는 남 씨가 그냥 보낸 '사기 문자'였습니다. 고스란히 46만 원을 날린 겁니다.

송 씨는 "사기인 줄 알고 나서 황당했고 바쁜 상황에서 돈을 보낸 내역까지 있었으니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예전처럼 지인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었다면 안 속았을 텐데"라며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피의자의 범행 게시글(좌)과 피해자들의 피해 호소 게시글(우)
■4년이 넘는 범행 기간...피해자 128명, 피해액 6억 2천만 원

남 씨의 범행 수법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거래 금액을 송금했다는 허위문자로 송금을 유도하는 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판매한다고 상대방을 속여 돈을 챙긴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는 2016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온라인에서 중고 명품을 판매할 것처럼 글을 올렸습니다. 돈이 급히 필요해 중고 명품을 싸게 내놓는다는 등의 글을 올려 송금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사기 행각에 인터넷에는 그에게 속았다는 피해자들이 남 씨의 전화번호와 SNS 아이디 등을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범행은 계속됐고 SNS와 인터넷 카페 등에는 남 씨에게 피해를 본 이들의 모임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4년이 넘는 기간 남 씨에게 속은 피해자는 최소 128명, 피해액은 신고된 것만 6억2천만 원이 넘습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 올해 상반기만 13만여 건...최근 5년간 피해액 6천 9백억여 원

일본에 거주하면서 범행을 이어가던 남 씨는 경찰과 일본 인터폴 등의 공조 수사로 지난달 26일 사기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오늘(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되면서 그의 범행은 일단락되게 됐습니다.

남 씨는 결국 붙잡혔지만,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6년 8만여 건이었던 온라인 중고 거래 피해는 지난해 23만여 건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3만여 건의 관련 사기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해액도 늘어 2016년 590억여 원에서 지난해 2,767억 원으로 기록됐습니다. '나는 그런 사기를 당하지 않겠지?'라고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청 홈페이지나 '더치트' 등의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거래 상대방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입력해 사기를 친 내역이 있는지 조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가급적 현금을 직접 송금하는 방식의 거래를 자제하고 안전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SNS로만 연락하자는 거래자는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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