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불났는데…“소화기 못 빌려줘”, 결국 빗자루로 불 꺼

입력 2020.11.06 (07:25) 수정 2020.11.06 (07: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한 시민이 도로변 화단에 불이 난 것을 보고 주변 상가에 소화기를 빌려달라고 청했는데, 모두 이를 거절해 결국, 주운 '빗자루'로 불을 껐습니다.

불을 끈 이 분, 선행을 하면서도 참 마음이 씁쓸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로변 화단에 붙은 불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집니다.

지나던 길에 이 불을 목격한 한 유튜버가 유튜브 중계를 시작했고 소화기를 빌리러 인근 상가로 뛰어갔습니다.

["여기 잔디밭에 불났는데 소화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잠시 망설이던 주인, 그냥 거절합니다.

[가게 주인/음성변조 : "저희 소화기를 가져가시면 저희는 또 소화기 구매를 해야 되는데..."]

다른 가게에 도움을 청했지만 눈앞에 소화기를 두고 빈손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여기 앞에 불났는데 소화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여기 ○○○에 있을 거예요. ○○○)."]

결국, 쓰레기 더미 옆에서 싸리 빗자루를 주워 불을 껐습니다.

[이광낙/대전시 동구 : "빈손으로 돌아오면서는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불이라는 거는 좀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사회적 무관심 사례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역에서, 지난해에는 홍대 인근에서 여성들이 지나가던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 내가 개입해서 훨씬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들조차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는..."]

선행을 하고도 왠지 씁쓸했던 한 시민의 마음,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한 단면입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서창석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화단에 불났는데…“소화기 못 빌려줘”, 결국 빗자루로 불 꺼
    • 입력 2020-11-06 07:25:49
    • 수정2020-11-06 07:34:07
    뉴스광장
[앵커]

한 시민이 도로변 화단에 불이 난 것을 보고 주변 상가에 소화기를 빌려달라고 청했는데, 모두 이를 거절해 결국, 주운 '빗자루'로 불을 껐습니다.

불을 끈 이 분, 선행을 하면서도 참 마음이 씁쓸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로변 화단에 붙은 불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집니다.

지나던 길에 이 불을 목격한 한 유튜버가 유튜브 중계를 시작했고 소화기를 빌리러 인근 상가로 뛰어갔습니다.

["여기 잔디밭에 불났는데 소화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잠시 망설이던 주인, 그냥 거절합니다.

[가게 주인/음성변조 : "저희 소화기를 가져가시면 저희는 또 소화기 구매를 해야 되는데..."]

다른 가게에 도움을 청했지만 눈앞에 소화기를 두고 빈손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여기 앞에 불났는데 소화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여기 ○○○에 있을 거예요. ○○○)."]

결국, 쓰레기 더미 옆에서 싸리 빗자루를 주워 불을 껐습니다.

[이광낙/대전시 동구 : "빈손으로 돌아오면서는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불이라는 거는 좀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사회적 무관심 사례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역에서, 지난해에는 홍대 인근에서 여성들이 지나가던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 내가 개입해서 훨씬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들조차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는..."]

선행을 하고도 왠지 씁쓸했던 한 시민의 마음,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한 단면입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서창석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