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장기화’변수…WTO 사무총장 선출 영향은?

입력 2020.11.06 (15:02) 수정 2020.11.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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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지자들이 침묵하도록 만들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의 대선 개표 결과에 대해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조기에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대선 국면의 '장기화'로 그 어디보다 미국 내부가 혼란스럽겠지만, 대서양 건너 스위스 제네바의 또다른 '선출' 과정에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 이야기입니다.

■ 미국 대선·코로나19로 WTO 이사회 연기 가능성

WTO는 오는 9일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일반 이사회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최종 결선에 오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 가운데 나이지리아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대할 방침입니다.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나이지리아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WTO에게 걸림돌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 선출이 합의에 의한 '컨센서스' 과정으로 이뤄지는 만큼 미국이 반대 의사를 계속 고집한다면 나이지리아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WTO 데이비드 워커 일반이사회 의장이 지난 달 28일 신임 사무총장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마무리 짓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를 나서고 있다WTO 데이비드 워커 일반이사회 의장이 지난 달 28일 신임 사무총장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마무리 짓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를 나서고 있다

WTO가 일반 이사회를 미국 대선 뒤인 9일 열기로 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의 입장 변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나이지리아 후보가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지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변화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장기화'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일반 이사회가 예고된 9일 이전에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당장 미국이 기존의 의사를 바꿀 여지도 사라졌습니다. 예정대로 일반 이사회를 열어 사무총장 선출안을 상정한다고 해도 미국의 반대로 부결될 것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WTO 입장에서 굳이 이사회를 강행할 명분이 줄어들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현지의 코로나19 확산 상황도 변수입니다. 제네바는 이번 달부터 한 달 동안 5인 이상의 집합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예정대로 이사회를 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화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한 달 가량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 WTO 사무총장 선출도 지연될 듯

일반 이사회 뿐 아니라 WTO 사무총장 선출 자체가 수개월 뒤로 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애초 미국 대선 결과가 일찍 확정되더라도 이른 결론을 내리기는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나이지리아 후보 선출이 불가능해져 진통이 예상됩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취임날인 내년 1월 20일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유지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이든의 새 행정부가 당장 WTO 사무총장으로 누구를 지지할지 서둘러 판단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경기 부양책과 코로나19 확산 등 미국 내부에 산적한 문제들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각각의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처럼 미국 대선 결과 확정이 미뤄지는 상황 역시 염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당장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거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더불어 정부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 의사가 완강해 이른 시일 내에 입장을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출마 의사를 거두지 않는다면 최소 내년 1월 20일까지 사무총장 선출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희 본부장 조기 사퇴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명확합니다. 유명희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유 본부장 개인의 거취나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해서 종합 검토 중이며, 어떤 방향으로도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WTO의 규정과 절차를 존중하는 회원국으로서 사무총장 후보자에 대한 최종 컨센서스 도출 과정에서도 건설적인 자세로 참여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들과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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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대선 ‘장기화’변수…WTO 사무총장 선출 영향은?
    • 입력 2020-11-06 15:02:23
    • 수정2020-11-06 15:08:31
    취재K
"나의 지지자들이 침묵하도록 만들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의 대선 개표 결과에 대해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조기에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대선 국면의 '장기화'로 그 어디보다 미국 내부가 혼란스럽겠지만, 대서양 건너 스위스 제네바의 또다른 '선출' 과정에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 이야기입니다.

■ 미국 대선·코로나19로 WTO 이사회 연기 가능성

WTO는 오는 9일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일반 이사회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최종 결선에 오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 가운데 나이지리아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대할 방침입니다.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나이지리아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WTO에게 걸림돌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 선출이 합의에 의한 '컨센서스' 과정으로 이뤄지는 만큼 미국이 반대 의사를 계속 고집한다면 나이지리아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WTO 데이비드 워커 일반이사회 의장이 지난 달 28일 신임 사무총장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마무리 짓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를 나서고 있다
WTO가 일반 이사회를 미국 대선 뒤인 9일 열기로 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의 입장 변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나이지리아 후보가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지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변화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장기화'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일반 이사회가 예고된 9일 이전에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당장 미국이 기존의 의사를 바꿀 여지도 사라졌습니다. 예정대로 일반 이사회를 열어 사무총장 선출안을 상정한다고 해도 미국의 반대로 부결될 것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WTO 입장에서 굳이 이사회를 강행할 명분이 줄어들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현지의 코로나19 확산 상황도 변수입니다. 제네바는 이번 달부터 한 달 동안 5인 이상의 집합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예정대로 이사회를 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화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한 달 가량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 WTO 사무총장 선출도 지연될 듯

일반 이사회 뿐 아니라 WTO 사무총장 선출 자체가 수개월 뒤로 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애초 미국 대선 결과가 일찍 확정되더라도 이른 결론을 내리기는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나이지리아 후보 선출이 불가능해져 진통이 예상됩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취임날인 내년 1월 20일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유지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이든의 새 행정부가 당장 WTO 사무총장으로 누구를 지지할지 서둘러 판단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경기 부양책과 코로나19 확산 등 미국 내부에 산적한 문제들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각각의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처럼 미국 대선 결과 확정이 미뤄지는 상황 역시 염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당장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거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더불어 정부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 의사가 완강해 이른 시일 내에 입장을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출마 의사를 거두지 않는다면 최소 내년 1월 20일까지 사무총장 선출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희 본부장 조기 사퇴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명확합니다. 유명희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유 본부장 개인의 거취나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해서 종합 검토 중이며, 어떤 방향으로도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WTO의 규정과 절차를 존중하는 회원국으로서 사무총장 후보자에 대한 최종 컨센서스 도출 과정에서도 건설적인 자세로 참여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들과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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