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도 ‘킹크랩 시연 관람’이 운명 갈랐다

입력 2020.11.06 (16: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운명을 가른 건 결국 '킹크랩 시연'을 봤느냐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오늘(6일) '댓글 공모 조작'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본격적인 선고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다 언론에서 났듯이 가장 쟁점은 킹크랩 시연 봤는지 여부가 핵심 키워드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프로그램의 구동 시연을 봤다고 인정했고, 이에 근거해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댓글 조작 공모 관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 지사는 대법원에서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지사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앞서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7만6천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8천여 개의 공감·비공감을 '킹크랩' 프로그램으로 조작해, 포털사이트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지사는 또 2018년 6월로 예정됐던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털 댓글 순위 조작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해 줄 것을 부탁하며 '드루킹' 김 씨의 측근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추천해 임명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선거운동과 관련한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습니다.

■"킹크랩 프로토타입 참관,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동원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브리핑하였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하였다는 일관된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며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프로토 타입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김동원 씨가 김 지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 등 신빙성이 없는 진술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 씨가 나중에 증명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질 수가 있는 '시연' 주장을 한 점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김 지사가 11월 9일 경공모를 방문해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에 1시간 동안 브리핑을 했다는 진술, (김 지사가) 두번째 왔을 때 브리핑했다는 관련자의 초기 진술, 김 지사와 브리핑 중간에 독대했다는 다수의 증언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2016년 11월 온라인 정보보고에 '킹크랩'에 대한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해 킹크랩에 대한 정의, 기능과 당시 새누리당에서 쓴 댓글기계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기재된 점, 개발자 사이에 킹크랩에 관해서 김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메일이 오간 점, 11월 말 킹크랩의 완성도가 98%라고 온라인 정보보고에 보고된 점, 개발자가 시연을 위해 특정한 방향으로 개발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도 김 지사와 김 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주된 근거가 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그것은 피고인의 묵인하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점에 대한 특검의 기소는 충분히 증명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형성을 조작하는 행위를 한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직적 댓글부대 활동을 용인한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누구도 우리 사회에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징역 2년형은 앞서 형이 확정된 드루킹 김씨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드루킹 김 씨는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이 허위의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공직선거법은 무죄…"지방선거 관련성 불명확"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조항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 위반이 인정되려면 특정 선거 및 특정 후보자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고, 아울러 그와의 관련성 역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동원에게 센다이 총영사 추천 의사를 타진할 당시, 2016년 6월 실시되는 제7회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거나 그 선거에 입후보할 의사를 가졌다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특정 후보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적시한 바 없고,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특정 후보자의 존재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특정 선거', 즉 2018년 지방선거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김동원에게 센다이 총영사 직 추천 의사를 타진한 것이 위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 지사 "진실 절반만 밝혀져...즉시 상고"

오늘 항소심 판결에 대해 김 지사는 선고 뒤 기자들을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보석취소는 하지 않았습니다. 김 지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상고심 판단을 받게 됩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구속영장을 발부해 김 지사를 법정에서 구속했으나, 김 지사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항소심도 ‘킹크랩 시연 관람’이 운명 갈랐다
    • 입력 2020-11-06 16:17:59
    취재K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운명을 가른 건 결국 '킹크랩 시연'을 봤느냐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오늘(6일) '댓글 공모 조작'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본격적인 선고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다 언론에서 났듯이 가장 쟁점은 킹크랩 시연 봤는지 여부가 핵심 키워드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프로그램의 구동 시연을 봤다고 인정했고, 이에 근거해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댓글 조작 공모 관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 지사는 대법원에서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지사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앞서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7만6천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8천여 개의 공감·비공감을 '킹크랩' 프로그램으로 조작해, 포털사이트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지사는 또 2018년 6월로 예정됐던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털 댓글 순위 조작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해 줄 것을 부탁하며 '드루킹' 김 씨의 측근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추천해 임명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선거운동과 관련한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습니다.

■"킹크랩 프로토타입 참관,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동원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브리핑하였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하였다는 일관된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며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프로토 타입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김동원 씨가 김 지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 등 신빙성이 없는 진술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 씨가 나중에 증명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질 수가 있는 '시연' 주장을 한 점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김 지사가 11월 9일 경공모를 방문해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에 1시간 동안 브리핑을 했다는 진술, (김 지사가) 두번째 왔을 때 브리핑했다는 관련자의 초기 진술, 김 지사와 브리핑 중간에 독대했다는 다수의 증언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2016년 11월 온라인 정보보고에 '킹크랩'에 대한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해 킹크랩에 대한 정의, 기능과 당시 새누리당에서 쓴 댓글기계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기재된 점, 개발자 사이에 킹크랩에 관해서 김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메일이 오간 점, 11월 말 킹크랩의 완성도가 98%라고 온라인 정보보고에 보고된 점, 개발자가 시연을 위해 특정한 방향으로 개발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도 김 지사와 김 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주된 근거가 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그것은 피고인의 묵인하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점에 대한 특검의 기소는 충분히 증명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형성을 조작하는 행위를 한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직적 댓글부대 활동을 용인한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누구도 우리 사회에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징역 2년형은 앞서 형이 확정된 드루킹 김씨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드루킹 김 씨는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이 허위의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공직선거법은 무죄…"지방선거 관련성 불명확"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조항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 위반이 인정되려면 특정 선거 및 특정 후보자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고, 아울러 그와의 관련성 역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동원에게 센다이 총영사 추천 의사를 타진할 당시, 2016년 6월 실시되는 제7회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거나 그 선거에 입후보할 의사를 가졌다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특정 후보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적시한 바 없고,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특정 후보자의 존재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특정 선거', 즉 2018년 지방선거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김동원에게 센다이 총영사 직 추천 의사를 타진한 것이 위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 지사 "진실 절반만 밝혀져...즉시 상고"

오늘 항소심 판결에 대해 김 지사는 선고 뒤 기자들을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보석취소는 하지 않았습니다. 김 지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상고심 판단을 받게 됩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구속영장을 발부해 김 지사를 법정에서 구속했으나, 김 지사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