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의 패배’ 고교축구 지도자에게 솜방망이 징계 논란

입력 2020.11.06 (16:51) 수정 2020.11.0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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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이른바 '져주기 논란'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고교축구 지도자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축구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불과 1년 전 같은 유형의 사건에 대해서는 무거운 징계를 내린 바 있어, 형평성과 학연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말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거쳐 지난 8월 무학기 전국고교 축구선수권대회에서 고의 패배 논란에 휩싸인 A와 B 학교 지도자에게 각각 자격 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당시 두 지도자는 나란히 예선을 통과한 상태에서 16강에서 강팀을 만나지 않기 위해, 고의로 승리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했다. 공격수가 골키퍼와 1대 1 대결에서 골을 넣으려 하지 않았고, 골키퍼가 앞으로 나와 허무하게 공을 빼앗기는 등 누가 봐도 명백한 '져주기 시도'였다.

당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축구협회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우선 징계 소위원회를 열어 두 팀 감독에게 1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협회는 당시 "일단 징계소위원회에서 임시 징계를 내린 뒤, 조만간 스포츠 공정위를 정식으로 열어 최종 징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뒤 스포츠 공정위가 열렸고 결과는 6개월 자격 정지였다. 고교 축구대회에서 승부 조작에 해당하는 반스포츠적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내린 징계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고교 축구의 한 관계자는 "6개월 자격 정지는 사실상 징계라고도 볼 수 없다. 내년 2~3월에 열리는 대회 한 차례만 나올 수 없을 뿐, 나머지 대회는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어서 누가 봐도 솜방망이 징계라고 말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다. 무학기 대회 고의 패배와 유사한 수준의 사건이 불과 1년 전에 있었다. 2019년 추계대회에서 1학년 학생 10명을 교체로 내보내고 17분 동안 내리 4골을 내주는 촌극을 벌이는 등 고의 패배 논란에 휩싸인 당시 두 학교의 지도자는 7년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더해 학연 문제까지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인은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이번 사태를 일으킨 A고등학교 출신이다. 아무래도 이 학교를 봐주기 위해 약한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한축구협회는 "공정위는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돼 독립적 의사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 협회의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순수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야 할 아마추어 축구 대회에서 고의 패배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엄연한 승부 조작이기 때문이다. 설사 다음 경기에서 좋은 대진을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이유도, 학생들의 경연장에서만큼은 더욱더 엄격히 금기되어야 할 일이다.

올해와 작년, 고의 패배 논란을 일으킨 학교 지도자들은 '승부조작은 아니다. 더 좋은 대진을 받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학교 축구계에 만연한 이런 비뚤어진 의식을 뿌리째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징계가 요구된다. 더구나 이 사건은 KBS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다룰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이 컸는데, 축구협회는 조용히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대한축구협회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징계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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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고의 패배’ 고교축구 지도자에게 솜방망이 징계 논란
    • 입력 2020-11-06 16:51:58
    • 수정2020-11-06 19:28:49
    스포츠K

지난 8월 이른바 '져주기 논란'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고교축구 지도자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축구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불과 1년 전 같은 유형의 사건에 대해서는 무거운 징계를 내린 바 있어, 형평성과 학연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말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거쳐 지난 8월 무학기 전국고교 축구선수권대회에서 고의 패배 논란에 휩싸인 A와 B 학교 지도자에게 각각 자격 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당시 두 지도자는 나란히 예선을 통과한 상태에서 16강에서 강팀을 만나지 않기 위해, 고의로 승리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했다. 공격수가 골키퍼와 1대 1 대결에서 골을 넣으려 하지 않았고, 골키퍼가 앞으로 나와 허무하게 공을 빼앗기는 등 누가 봐도 명백한 '져주기 시도'였다.

당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축구협회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우선 징계 소위원회를 열어 두 팀 감독에게 1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협회는 당시 "일단 징계소위원회에서 임시 징계를 내린 뒤, 조만간 스포츠 공정위를 정식으로 열어 최종 징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뒤 스포츠 공정위가 열렸고 결과는 6개월 자격 정지였다. 고교 축구대회에서 승부 조작에 해당하는 반스포츠적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내린 징계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고교 축구의 한 관계자는 "6개월 자격 정지는 사실상 징계라고도 볼 수 없다. 내년 2~3월에 열리는 대회 한 차례만 나올 수 없을 뿐, 나머지 대회는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어서 누가 봐도 솜방망이 징계라고 말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다. 무학기 대회 고의 패배와 유사한 수준의 사건이 불과 1년 전에 있었다. 2019년 추계대회에서 1학년 학생 10명을 교체로 내보내고 17분 동안 내리 4골을 내주는 촌극을 벌이는 등 고의 패배 논란에 휩싸인 당시 두 학교의 지도자는 7년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더해 학연 문제까지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인은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이번 사태를 일으킨 A고등학교 출신이다. 아무래도 이 학교를 봐주기 위해 약한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한축구협회는 "공정위는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돼 독립적 의사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 협회의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순수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야 할 아마추어 축구 대회에서 고의 패배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엄연한 승부 조작이기 때문이다. 설사 다음 경기에서 좋은 대진을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이유도, 학생들의 경연장에서만큼은 더욱더 엄격히 금기되어야 할 일이다.

올해와 작년, 고의 패배 논란을 일으킨 학교 지도자들은 '승부조작은 아니다. 더 좋은 대진을 받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학교 축구계에 만연한 이런 비뚤어진 의식을 뿌리째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징계가 요구된다. 더구나 이 사건은 KBS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다룰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이 컸는데, 축구협회는 조용히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대한축구협회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징계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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