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배달앱’, 道 따로 市 따로…예산 낭비 ‘우려’

입력 2020.11.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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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수수료 무료', '가입비·광고비 無', '파격적인 할인혜택'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이 쏘아 올린 '공공배달앱' 이야기입니다. 전국 지자체마다 배달앱 개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상세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중개수수료를 0~2%로 대폭 낮췄습니다. 가입비나 광고비도 따로 받지 않습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입니다. 지역 화폐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도 솔깃한 제안일 겁니다.


■ 취지도 좋고, 반갑긴 한데…어떤 걸 써야 하는 거죠?

세상에 공짜 없다지만,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강원도 춘천시의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공짜 배달앱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고민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강원도와 춘천시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각각 공공배달앱을 출시한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춘천시는 수수료를 없애고 지역 화폐를 연계한 공공배달앱 개발을 올해 4월부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강원도가 7월에 민관협력 공공배달앱을 출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공공배달앱 이름은 지난달(10월) 확정했습니다. 춘천시는 '불러봄내', 강원도는 '일단시켜'입니다. 두 배달앱 모두 다음 달(12월) 시범 운영에 들어갑니다.

외식업체들은 강원도와 춘천시에서 내놓은 배달앱을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물론 둘 다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배달앱 2개를 동시에 쓸 유인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기능과 혜택은 비슷한 반면, 연계된 지역 화폐는 달라서 이용하는 데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 예상안 (좌), 춘천시 공공배달앱 ‘불러봄내’ 예상안 (우).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 예상안 (좌), 춘천시 공공배달앱 ‘불러봄내’ 예상안 (우).

■ 중복 사업 '예산 낭비' 논란부터 '행정력 양분' 우려까지

춘천시는 앱 개발비로 1억 5,0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내년 운영비로는 3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앱 개발비와 홍보·운영비로 4억 5,000만 원이 투입되는 건데, 춘천 시민 28만 2,000여 명으로 나누면 1인당 1,600원씩 부담하게 됩니다. 소득세를 내는 주민 수로 따지면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강원도는 기존에 앱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겼기 때문에 별도의 개발비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홍보비 등 내년 운영비로 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춘천시와 강원도가 같은 사업에 연간 10억 원 정도의 세금을 쏟아 붓는 셈입니다.

둘로 양분된 행정력이 '과연 민간 시장을 이길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현재, 민간 배달앱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의 시장 점유율은 100%에 가깝습니다. 공공배달앱이 후발주자로서 성공하려면, 기존 앱보다 편의성을 갖추고 혜택도 다양해야 합니다. 통합된 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강원도와 춘천시가 제각각 홍보를 하게 되니 둘 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닐지 걱정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춘천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율재씨는 춘천시와 강원도 공공배달앱 출시에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춘천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율재씨는 춘천시와 강원도 공공배달앱 출시에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 춘천시 "역외유출 막자!" vs 강원도 "추후 통합 가능"

춘천시는 강원도의 공공배달앱 사업 참여가 달갑지 않습니다. 춘천시가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강원도가 사업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독자적으로 앱 개발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한데,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강원도형 공공배달앱 통합과 관련해서는, 반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지역 화폐가 연계된 만큼, 지역 소득의 역외유출을 막는 용도로 쓰기 위해섭니다.

강원도는 "기초 자치단체가 같은 내용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건 중복 사업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또, 다음 달 시범운영은 정선과 속초지역에 한정되기 때문에, 당장 춘천시와 사업 권역이 겹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추후 참여를 희망하는 시군만 함께하면 된다면서도, 춘천시 앱과의 통합은 논의해볼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춘천시와 강원도의 입장이 사뭇 다른데,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 간의 협의와 소통이 전혀 안 됐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 너도나도 '공공배달앱' 출혈경쟁

전북 군산 ‘배달의 명수’, 인천 서구 ‘배달서구’, 경기도 ‘배달특급’,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 등 광역·기초 단체 할 것 없이 공공배달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전북 군산 ‘배달의 명수’, 인천 서구 ‘배달서구’, 경기도 ‘배달특급’,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 등 광역·기초 단체 할 것 없이 공공배달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경기도와 성남시 사례가 그렇습니다. 성남시는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이미 지난해부터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형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나온 겁니다. 성남시는 일단 독자노선을 걷기로 했습니다. 이후 사업성을 판단해보고 경기도 앱과 통합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경기도 안산시는 경기도에 앞서 공공배달앱 개발을 발표했지만, 광역 단위 앱이 나온다는 소식에 자체 개발을 취소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전북 익산시도 따로 제작하지 않고, 전북형 앱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 외식산업硏 "우후죽순 공공배달앱 신중히 검토해야"

공공 배달앱 개발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외식업계에서도 나왔습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올해 5월 '외식업계의 비대면 서비스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배달앱 개발 추진이 우후죽순처럼 혼란한 가운데 경제성, 공정성, 지속성 등 다각적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어 "개발과 설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 조달 등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공공앱이 민간 시장 영역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이 절체절명의 국가 기간산업이 아닌 이상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다양한 배달앱 인프라를 조성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문제가 있으면 규제를 하는 선에서 관리해야지, 직접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건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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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배달앱’, 道 따로 市 따로…예산 낭비 ‘우려’
    • 입력 2020-11-06 18:41:32
    취재K

'중개수수료 무료', '가입비·광고비 無', '파격적인 할인혜택'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이 쏘아 올린 '공공배달앱' 이야기입니다. 전국 지자체마다 배달앱 개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상세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중개수수료를 0~2%로 대폭 낮췄습니다. 가입비나 광고비도 따로 받지 않습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입니다. 지역 화폐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도 솔깃한 제안일 겁니다.


■ 취지도 좋고, 반갑긴 한데…어떤 걸 써야 하는 거죠?

세상에 공짜 없다지만,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강원도 춘천시의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공짜 배달앱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고민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강원도와 춘천시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각각 공공배달앱을 출시한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춘천시는 수수료를 없애고 지역 화폐를 연계한 공공배달앱 개발을 올해 4월부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강원도가 7월에 민관협력 공공배달앱을 출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공공배달앱 이름은 지난달(10월) 확정했습니다. 춘천시는 '불러봄내', 강원도는 '일단시켜'입니다. 두 배달앱 모두 다음 달(12월) 시범 운영에 들어갑니다.

외식업체들은 강원도와 춘천시에서 내놓은 배달앱을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물론 둘 다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배달앱 2개를 동시에 쓸 유인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기능과 혜택은 비슷한 반면, 연계된 지역 화폐는 달라서 이용하는 데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 예상안 (좌), 춘천시 공공배달앱 ‘불러봄내’ 예상안 (우).
■ 중복 사업 '예산 낭비' 논란부터 '행정력 양분' 우려까지

춘천시는 앱 개발비로 1억 5,0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내년 운영비로는 3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앱 개발비와 홍보·운영비로 4억 5,000만 원이 투입되는 건데, 춘천 시민 28만 2,000여 명으로 나누면 1인당 1,600원씩 부담하게 됩니다. 소득세를 내는 주민 수로 따지면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강원도는 기존에 앱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겼기 때문에 별도의 개발비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홍보비 등 내년 운영비로 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춘천시와 강원도가 같은 사업에 연간 10억 원 정도의 세금을 쏟아 붓는 셈입니다.

둘로 양분된 행정력이 '과연 민간 시장을 이길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현재, 민간 배달앱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의 시장 점유율은 100%에 가깝습니다. 공공배달앱이 후발주자로서 성공하려면, 기존 앱보다 편의성을 갖추고 혜택도 다양해야 합니다. 통합된 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강원도와 춘천시가 제각각 홍보를 하게 되니 둘 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닐지 걱정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춘천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율재씨는 춘천시와 강원도 공공배달앱 출시에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 춘천시 "역외유출 막자!" vs 강원도 "추후 통합 가능"

춘천시는 강원도의 공공배달앱 사업 참여가 달갑지 않습니다. 춘천시가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강원도가 사업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독자적으로 앱 개발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한데,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강원도형 공공배달앱 통합과 관련해서는, 반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지역 화폐가 연계된 만큼, 지역 소득의 역외유출을 막는 용도로 쓰기 위해섭니다.

강원도는 "기초 자치단체가 같은 내용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건 중복 사업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또, 다음 달 시범운영은 정선과 속초지역에 한정되기 때문에, 당장 춘천시와 사업 권역이 겹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추후 참여를 희망하는 시군만 함께하면 된다면서도, 춘천시 앱과의 통합은 논의해볼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춘천시와 강원도의 입장이 사뭇 다른데,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 간의 협의와 소통이 전혀 안 됐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 너도나도 '공공배달앱' 출혈경쟁

전북 군산 ‘배달의 명수’, 인천 서구 ‘배달서구’, 경기도 ‘배달특급’,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 등 광역·기초 단체 할 것 없이 공공배달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경기도와 성남시 사례가 그렇습니다. 성남시는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이미 지난해부터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형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나온 겁니다. 성남시는 일단 독자노선을 걷기로 했습니다. 이후 사업성을 판단해보고 경기도 앱과 통합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경기도 안산시는 경기도에 앞서 공공배달앱 개발을 발표했지만, 광역 단위 앱이 나온다는 소식에 자체 개발을 취소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전북 익산시도 따로 제작하지 않고, 전북형 앱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 외식산업硏 "우후죽순 공공배달앱 신중히 검토해야"

공공 배달앱 개발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외식업계에서도 나왔습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올해 5월 '외식업계의 비대면 서비스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배달앱 개발 추진이 우후죽순처럼 혼란한 가운데 경제성, 공정성, 지속성 등 다각적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어 "개발과 설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 조달 등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공공앱이 민간 시장 영역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이 절체절명의 국가 기간산업이 아닌 이상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다양한 배달앱 인프라를 조성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문제가 있으면 규제를 하는 선에서 관리해야지, 직접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건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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