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난개발]② “호텔 허물고 초고층 주상복합 지으려 수억 원대 금품 로비”

입력 2020.11.07 (10:00) 수정 2020.11.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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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해운대 난개발]① ‘제2의 엘시티?’…이번엔 호텔을 레지던스로

온갖 특혜를 받으며 비리와 난개발의 상징이 된 해운대 엘시티 인근에 또 다른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해운대그랜드호텔 터를 용도 변경해 주상복합 등 주거 시설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있었다는 내부자 증언이 나왔습니다. 규제를 풀기 위해 당시 부산시의원들을 상대로 수억 원대 금품 로비까지 벌어졌다는 겁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 10여년 전부터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 추진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2008년부터 4년 넘게 서열 3위인 총괄본부장으로 일한 조 모 씨. 조 전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호텔 경영진이 2007년 호텔을 인수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고도 제한을 풀어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고 폭로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해운대그랜드호텔과 한 건축사무소가 맺은 용역 계약서를 입수해 살펴봤는데요. 계약서에 따르면 호텔 경영진은 호텔 부지의 지구단위 계획을 바꾸기 위해 한 건축사 사무소와 3억 원에 기술 용역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지구단위 계획으로는 호텔 터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없었기 떄문입니다. 이들은 당시 고도제한 기준을 2배 이상 초과하는 65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3동 짓기 위한 설계까지 마치고 조감도를 내걸어 분양사무소를 차리기도 했습니다.


■고도 제한 풀기 위해 시의원 상대로 수억 원대 금품 로비

호텔 경영진이 고도제한 등 규제로 묶여있는 땅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립을 추진하는 '무리수'를 둔 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산시 조례를 바꾸기 위한 금품 로비를 펼친 겁니다. 조 전 본부장은 금품 로비가 이뤄진 자리에 참석하거나 직접 돈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시 광안리의 한 일식집에서 어떤 시의원을 만난 적이 있고, 또 다른 시의원은 호텔에 직접 와서 4천만 원을 요구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직접 백화점 상품권 3억 원 상당을 결제해 경영진들이 그 상품권을 시의원 여러 명에게 수백에서 수천만 원씩 뇌물로 전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조례 개정안 3차례나 발의했지만…지역사회 반대 부딪혀 실패
취재진이 확인해본 결과 당시 로비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시의원들은 실제로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위치한 중심지 미관지구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3차례나 발의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누가 봐도 해운대그랜드호텔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이 발의안은 당시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동료 시의원들까지 반대 의사를 밝혔고 결국 조례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조례 개정을 주도한 시의원은 금품수수 사실이 있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품권을 받고 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라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수억 원대 금품 로비까지 벌였지만 당시 규제를 풀고 초고층 주상복합을 올리려던 시도는 결국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런데 12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해운대그랜드호텔 땅에 무리한 용도 변경 시도가 재개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한 MDM플러스 측은 곧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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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 난개발]② “호텔 허물고 초고층 주상복합 지으려 수억 원대 금품 로비”
    • 입력 2020-11-07 10:00:51
    • 수정2020-11-10 14:16:26
    취재K
[연관기사] [해운대 난개발]① ‘제2의 엘시티?’…이번엔 호텔을 레지던스로

온갖 특혜를 받으며 비리와 난개발의 상징이 된 해운대 엘시티 인근에 또 다른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해운대그랜드호텔 터를 용도 변경해 주상복합 등 주거 시설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있었다는 내부자 증언이 나왔습니다. 규제를 풀기 위해 당시 부산시의원들을 상대로 수억 원대 금품 로비까지 벌어졌다는 겁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 10여년 전부터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 추진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2008년부터 4년 넘게 서열 3위인 총괄본부장으로 일한 조 모 씨. 조 전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호텔 경영진이 2007년 호텔을 인수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고도 제한을 풀어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고 폭로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해운대그랜드호텔과 한 건축사무소가 맺은 용역 계약서를 입수해 살펴봤는데요. 계약서에 따르면 호텔 경영진은 호텔 부지의 지구단위 계획을 바꾸기 위해 한 건축사 사무소와 3억 원에 기술 용역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지구단위 계획으로는 호텔 터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없었기 떄문입니다. 이들은 당시 고도제한 기준을 2배 이상 초과하는 65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3동 짓기 위한 설계까지 마치고 조감도를 내걸어 분양사무소를 차리기도 했습니다.


■고도 제한 풀기 위해 시의원 상대로 수억 원대 금품 로비

호텔 경영진이 고도제한 등 규제로 묶여있는 땅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립을 추진하는 '무리수'를 둔 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산시 조례를 바꾸기 위한 금품 로비를 펼친 겁니다. 조 전 본부장은 금품 로비가 이뤄진 자리에 참석하거나 직접 돈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시 광안리의 한 일식집에서 어떤 시의원을 만난 적이 있고, 또 다른 시의원은 호텔에 직접 와서 4천만 원을 요구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직접 백화점 상품권 3억 원 상당을 결제해 경영진들이 그 상품권을 시의원 여러 명에게 수백에서 수천만 원씩 뇌물로 전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조례 개정안 3차례나 발의했지만…지역사회 반대 부딪혀 실패
취재진이 확인해본 결과 당시 로비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시의원들은 실제로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위치한 중심지 미관지구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3차례나 발의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누가 봐도 해운대그랜드호텔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이 발의안은 당시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동료 시의원들까지 반대 의사를 밝혔고 결국 조례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조례 개정을 주도한 시의원은 금품수수 사실이 있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품권을 받고 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라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수억 원대 금품 로비까지 벌였지만 당시 규제를 풀고 초고층 주상복합을 올리려던 시도는 결국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런데 12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해운대그랜드호텔 땅에 무리한 용도 변경 시도가 재개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한 MDM플러스 측은 곧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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