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동양인, 한국선 다문화…코로나 시대 커져가는 ‘혐오’

입력 2020.11.08 (07:01) 수정 2020.11.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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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단순히 피부색을 이유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혐오 발언을 하는 인종차별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의 경우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을 향한 차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 모 씨가 당시 찍은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 '코로나'라고 조롱받은 혼혈인...항의하니 '폭행과 욕설'

인천에 사는 다문화 가정 출신의 25살 김 모 씨. 지난달 27일 집에 가던 중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들과 마주쳤는데, 김 씨가 지나가자 "야 코로나"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동양인을 상대로 서양인들이 '코로나'라고 부르며 조롱을 하는 행위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불쾌함을 느낀 김 씨가 남편에게 연락했습니다. 부부는 남성들에게 발언의 취지를 해명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던 남성들은 이후 건배사로 "코로나"를 외쳤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 부부에게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시작했습니다.

부부가 경찰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남의 땅에 와서 피곤하게 한다', '한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꾼들' 등의 혐오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남성 중 한 명은 김 씨 남편을 밀치기도 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겪었던 차별 사례를 기자에게 말하고 있다.

■ 코로나로 '외출 금지'된 이주 노동자..."인종차별 마땅한 제재 수단 없어"

김 씨 부부처럼 한국어에 능통하면 항의라도 하고, 경찰에 신고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심한 인종차별을 받으면서도 어디에 부당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이주노동자는 올해 초 4개월 동안 동료 십여 명과 공장 밖 외출이 금지됐습니다. 같은 공장 내 한국인 노동자는 계속 출퇴근을 했지만, 이들 사업주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크다며 이들의 외출을 막았습니다. 항의를 하자 사업주는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국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인종차별과 혐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제재수단은 없습니다. 현행법상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호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는 "그 행위가 형법상에 있는 모욕이라든지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차별인지 아닌지 법적으로 명확해질 수 있도록 법적 기준 등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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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선 동양인, 한국선 다문화…코로나 시대 커져가는 ‘혐오’
    • 입력 2020-11-08 07:01:33
    • 수정2020-11-08 09:33:28
    취재K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순히 피부색을 이유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혐오 발언을 하는 인종차별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의 경우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을 향한 차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 모 씨가 당시 찍은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 '코로나'라고 조롱받은 혼혈인...항의하니 '폭행과 욕설'

인천에 사는 다문화 가정 출신의 25살 김 모 씨. 지난달 27일 집에 가던 중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들과 마주쳤는데, 김 씨가 지나가자 "야 코로나"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동양인을 상대로 서양인들이 '코로나'라고 부르며 조롱을 하는 행위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불쾌함을 느낀 김 씨가 남편에게 연락했습니다. 부부는 남성들에게 발언의 취지를 해명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던 남성들은 이후 건배사로 "코로나"를 외쳤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 부부에게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시작했습니다.

부부가 경찰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남의 땅에 와서 피곤하게 한다', '한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꾼들' 등의 혐오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남성 중 한 명은 김 씨 남편을 밀치기도 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겪었던 차별 사례를 기자에게 말하고 있다.

■ 코로나로 '외출 금지'된 이주 노동자..."인종차별 마땅한 제재 수단 없어"

김 씨 부부처럼 한국어에 능통하면 항의라도 하고, 경찰에 신고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심한 인종차별을 받으면서도 어디에 부당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이주노동자는 올해 초 4개월 동안 동료 십여 명과 공장 밖 외출이 금지됐습니다. 같은 공장 내 한국인 노동자는 계속 출퇴근을 했지만, 이들 사업주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크다며 이들의 외출을 막았습니다. 항의를 하자 사업주는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국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인종차별과 혐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제재수단은 없습니다. 현행법상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호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는 "그 행위가 형법상에 있는 모욕이라든지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차별인지 아닌지 법적으로 명확해질 수 있도록 법적 기준 등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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