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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2천조 ‘그린뉴딜’에 K-배터리·전기차 준비됐나?
입력 2020.11.09 (13:59) 수정 2020.11.09 (14:28) 취재K

■ 2천2백조 원을 '그린뉴딜'에 투입하겠다는 바이든

바이든 당선이 산업계에 몰고 올 가장 큰 변화는 '그린뉴딜'입니다. 바이든은 취임일에 바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한때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기후변화를 시급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린뉴딜'이란 용어는 한국 언론이 비슷한 한국의 정책에서 가져다 쓴 말이 아닙니다. 바이든의 공식 선거 홈페이지에도 그린뉴딜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 홈페이지에는 "바이든은 그린뉴딜이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를 해결할 중요한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Biden believes the Green New Deal is a crucial framework for meeting the climate challenges we face.) 라고 돼 있습니다.

바이든은 친환경 인프라 건설에만 앞으로 4년간 2천2백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의 예산 총액 4년 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에 비하면 규모가 30배쯤 됩니다.


중국에 이은 2번째 수출 시장이며 현지 진출도 활발한 미국의 이런 방향 전환에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 미국 전기차 시장은 개화 전...유럽만으로 이룬 K-배터리 성장 가능성

K-배터리 3사, 즉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9월 16%에서 올해 같은 기간 35%로 두 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 성장은 유럽시장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자동차 회사별로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르는 평균 자동차 탄소배출량 벌금제가 도입되자 앞다퉈 전기차로 급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LG화학과 삼성SDI는 60%가량의 매출이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고 SK 이노베이션도 40% 가까이 유럽에서 벌고 있습니다. LG화학의 미국 매출은 10% 선이고 SK이노베이션은 그보다도 낮습니다.

유럽시장의 급성장이 미국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공약 가운데도 탄소배출 규제 강화가 있습니다. 공공 충전시설 투자도 약속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부터 K-배터리 기업들은 현지 공장 건설에 투자해왔습니다. 2022년을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개화기로 상정하고 준비해왔는데 바이든 당선으로 급격하게 공공부문에서 구매량을 늘린다면 그보다도 빨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중론도 있습니다. 조현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의 공약 가운데는 전기차에 대한 별다른 보조금 지원책은 없고, 그린 뉴딜의 수혜는 오히려 태양광 쪽이 본다"면서 지나친 기대는 경계했습니다.

또, 바이든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즉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 장려책이나 첨단 산업의 가치사슬을 미국 내재화하겠다는 공약, 그리고 미국 제조업 부활에 대한 강조 등을 보면 2차전지 산업에서 우리 기업이 독주할 경우 견제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와 기아차

'바이 아메리카'가 걱정되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회사는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각각 연간 30만 대씩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일 뿐 전기차 생산 시설은 없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일정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두 회사는 지금도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년 신형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한 준중형 CUV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다양한 새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미국 내 제조업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많고 미국산 구매를 장려하겠다는 바이든 정책 기조대로라면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 내 공장의 일감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공장부터 생산을 전환하느냐를 두고 향후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미·중 무역갈등은 정말 완화될까?

그린뉴딜과 함께 우리 산업에 직접 영향을 줄 바이든의 정책은 대중국 정책입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될 거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입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일부 보고서는 바이든이 되면 미·중갈등이 완화될 거라고 쓰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화웨이 수출통제도 철회할지는 미지수다"고 밝혔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든은 대중국 통상정책이나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 면에서는 보호무역주의적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하나 직접 제재보다 다자통상체제 등을 통한 동맹국 협력으로 대중 견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한국 경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수입 관세를 즉각 철폐,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 불확실성 감소에 기대...공급망 변화와 환경규제 대응 필요

다만 한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불확실성이 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해온 우리 통상관료 사이에는 '진인사트천명'(盡人事트天命), 즉 할 일을 다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기다린다는 농담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실무진의 협의를 뒤엎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지시가 많았다는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 중과세(무역확장법 232조)나 베트남 등에 대한 환율조작 보복 (무역법 301조) 등 여러 돌발 변수를 통해서 우리 산업을 압박해왔습니다. 제현정 실장도 "자동차 232조 등 아직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미국의 무리한 추진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미중무역전쟁이 우리 GDP를 0.4%p 감소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감소가 0.2%p이고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와 소비 감소가 0.2%p입니다.

우리금융경제연구소는 당장 관세 철폐는 어렵지만, 바이든 당선으로 불확실성 부분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즉 GDP 0.2%p 만큼의 상승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라는 압력을 증대시키고, 중국은 국산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 GDP가 0.2%p 줄어들 것으로 내다봅니다.

또, 우리 산업이 전체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이 미흡한 점을 감안하면 환경규제 압박이 강화되면 추가로 0.1%p 잠재 GDP 감소가 우려된다고 봤습니다.

결국, 바이든이 내세운 '녹색 뉴딜'과 '국제 연대를 통한 예측 가능한 대중국 압박'은 우리 경제의 기회인 동시에 불안 요인인 셈입니다.
  • 바이든 2천조 ‘그린뉴딜’에 K-배터리·전기차 준비됐나?
    • 입력 2020-11-09 13:59:23
    • 수정2020-11-09 14:28:36
    취재K

■ 2천2백조 원을 '그린뉴딜'에 투입하겠다는 바이든

바이든 당선이 산업계에 몰고 올 가장 큰 변화는 '그린뉴딜'입니다. 바이든은 취임일에 바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한때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기후변화를 시급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린뉴딜'이란 용어는 한국 언론이 비슷한 한국의 정책에서 가져다 쓴 말이 아닙니다. 바이든의 공식 선거 홈페이지에도 그린뉴딜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 홈페이지에는 "바이든은 그린뉴딜이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를 해결할 중요한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Biden believes the Green New Deal is a crucial framework for meeting the climate challenges we face.) 라고 돼 있습니다.

바이든은 친환경 인프라 건설에만 앞으로 4년간 2천2백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의 예산 총액 4년 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에 비하면 규모가 30배쯤 됩니다.


중국에 이은 2번째 수출 시장이며 현지 진출도 활발한 미국의 이런 방향 전환에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 미국 전기차 시장은 개화 전...유럽만으로 이룬 K-배터리 성장 가능성

K-배터리 3사, 즉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9월 16%에서 올해 같은 기간 35%로 두 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 성장은 유럽시장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자동차 회사별로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르는 평균 자동차 탄소배출량 벌금제가 도입되자 앞다퉈 전기차로 급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LG화학과 삼성SDI는 60%가량의 매출이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고 SK 이노베이션도 40% 가까이 유럽에서 벌고 있습니다. LG화학의 미국 매출은 10% 선이고 SK이노베이션은 그보다도 낮습니다.

유럽시장의 급성장이 미국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공약 가운데도 탄소배출 규제 강화가 있습니다. 공공 충전시설 투자도 약속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부터 K-배터리 기업들은 현지 공장 건설에 투자해왔습니다. 2022년을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개화기로 상정하고 준비해왔는데 바이든 당선으로 급격하게 공공부문에서 구매량을 늘린다면 그보다도 빨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중론도 있습니다. 조현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의 공약 가운데는 전기차에 대한 별다른 보조금 지원책은 없고, 그린 뉴딜의 수혜는 오히려 태양광 쪽이 본다"면서 지나친 기대는 경계했습니다.

또, 바이든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즉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 장려책이나 첨단 산업의 가치사슬을 미국 내재화하겠다는 공약, 그리고 미국 제조업 부활에 대한 강조 등을 보면 2차전지 산업에서 우리 기업이 독주할 경우 견제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와 기아차

'바이 아메리카'가 걱정되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회사는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각각 연간 30만 대씩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일 뿐 전기차 생산 시설은 없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일정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두 회사는 지금도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년 신형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한 준중형 CUV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다양한 새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미국 내 제조업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많고 미국산 구매를 장려하겠다는 바이든 정책 기조대로라면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 내 공장의 일감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공장부터 생산을 전환하느냐를 두고 향후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미·중 무역갈등은 정말 완화될까?

그린뉴딜과 함께 우리 산업에 직접 영향을 줄 바이든의 정책은 대중국 정책입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될 거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입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일부 보고서는 바이든이 되면 미·중갈등이 완화될 거라고 쓰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화웨이 수출통제도 철회할지는 미지수다"고 밝혔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든은 대중국 통상정책이나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 면에서는 보호무역주의적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하나 직접 제재보다 다자통상체제 등을 통한 동맹국 협력으로 대중 견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한국 경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수입 관세를 즉각 철폐,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 불확실성 감소에 기대...공급망 변화와 환경규제 대응 필요

다만 한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불확실성이 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해온 우리 통상관료 사이에는 '진인사트천명'(盡人事트天命), 즉 할 일을 다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기다린다는 농담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실무진의 협의를 뒤엎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지시가 많았다는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 중과세(무역확장법 232조)나 베트남 등에 대한 환율조작 보복 (무역법 301조) 등 여러 돌발 변수를 통해서 우리 산업을 압박해왔습니다. 제현정 실장도 "자동차 232조 등 아직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미국의 무리한 추진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미중무역전쟁이 우리 GDP를 0.4%p 감소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감소가 0.2%p이고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와 소비 감소가 0.2%p입니다.

우리금융경제연구소는 당장 관세 철폐는 어렵지만, 바이든 당선으로 불확실성 부분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즉 GDP 0.2%p 만큼의 상승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라는 압력을 증대시키고, 중국은 국산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 GDP가 0.2%p 줄어들 것으로 내다봅니다.

또, 우리 산업이 전체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이 미흡한 점을 감안하면 환경규제 압박이 강화되면 추가로 0.1%p 잠재 GDP 감소가 우려된다고 봤습니다.

결국, 바이든이 내세운 '녹색 뉴딜'과 '국제 연대를 통한 예측 가능한 대중국 압박'은 우리 경제의 기회인 동시에 불안 요인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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