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서지윤 간호사 산재 인정…“태움은 업무상 재해”

입력 2020.11.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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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이라 불리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됐습니다. 유족들이 산재 신청을 한지 6개월 만입니다.


■"외롭고 서럽다"...재가될 때까지 못살게 군다는 '태움'

직장내 괴롭힘으로 간호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태움'이라는 단어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고(故)서 간호사가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들에게 남긴 메시지를 보면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 너무나 외롭고 서럽다", "커피 타다가 혼났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유서엔 병원 사람들의 조문조차 받고 싶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태움'이 서 간호사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유입니다.

이후 유족과 노조의 추천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조사위는 서 간호사가 근무했던 서울의료원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지난해 9월 '서 간호사의 죽음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진상대책위의 활동 보고를 보면, 서 간호사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12월16일까지 업무강도가 가장 강한 팀에서 순환배치 없이 근무했습니다. 통상 1년이 채 되기 전 순환배치를 하는데 서 간호사는 2년 이상을 근무한 겁니다. 같은해 입사한 다른 간호사와 비교해 근무일수는 많고 휴일은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다가 서 간호사는 다른 동료 간호사에 비해 야간근무를 2배 이상 맡아, 서 간호사가 지인에게 야간근무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0년차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들이 담당하는 '당일병동'으로 파견을 나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한 직원은 서 간호사에게 "네가 그리 잘났어"라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 인정"

근로복지공단은 오늘(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故)서지윤 간호사의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와 장의비 청구 사건에 대해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업무와 직장 내 상황과 관련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인정되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정신 질병은 산재인정이 가능하도록 2019년 7월 인정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산재신청과 인정비율 모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4년 137건이었던 정신질병에 대한 산재신청은 2019년에 331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산재 인정 또한 2014년 47건에서 2019년 231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산재 인정은 당연...재발 방지 위한 권고 이행해야"

산재인정 이후 유족과 시민단체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아쉬움도 드러냈는데요.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서지윤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근로복지공단의 상식적인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진상대책위가 6개월 간의 조사 끝에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내린 34개 권고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평간호사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병원경영으로 간호사들이 괴롭힘을 겪은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시급하다"면서 "아직도 서울의료원 내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하는 현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산재결정에서 드러났듯이 서 간호사의 죽음은 개인적 죽음이 아니라 서울의료원 관리자들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평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에 의한 구조적 괴롭힘에 의한 죽음이었다"며 "관련 간호관리자에 대한 징계와 평간호사 근무여건 개선, 괴롭힘이 발생할 시 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의료원은 해당 간호관리자를 경징계만 했고, 산재신청에 대해 적극 협력하라는 서울시진상대책위의 권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산재 신청과정에서 유족과 대리인이 곤란을 겪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故)서 간호사의 어머니 역시 KBS와의 통화에서 "산재를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변하는 게 없는데 앞으로 또 지윤이 같은 아이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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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서지윤 간호사 산재 인정…“태움은 업무상 재해”
    • 입력 2020-11-09 18:02:53
    취재K
'태움'이라 불리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됐습니다. 유족들이 산재 신청을 한지 6개월 만입니다.


■"외롭고 서럽다"...재가될 때까지 못살게 군다는 '태움'

직장내 괴롭힘으로 간호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태움'이라는 단어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고(故)서 간호사가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들에게 남긴 메시지를 보면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 너무나 외롭고 서럽다", "커피 타다가 혼났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유서엔 병원 사람들의 조문조차 받고 싶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태움'이 서 간호사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유입니다.

이후 유족과 노조의 추천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조사위는 서 간호사가 근무했던 서울의료원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지난해 9월 '서 간호사의 죽음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진상대책위의 활동 보고를 보면, 서 간호사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12월16일까지 업무강도가 가장 강한 팀에서 순환배치 없이 근무했습니다. 통상 1년이 채 되기 전 순환배치를 하는데 서 간호사는 2년 이상을 근무한 겁니다. 같은해 입사한 다른 간호사와 비교해 근무일수는 많고 휴일은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다가 서 간호사는 다른 동료 간호사에 비해 야간근무를 2배 이상 맡아, 서 간호사가 지인에게 야간근무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0년차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들이 담당하는 '당일병동'으로 파견을 나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한 직원은 서 간호사에게 "네가 그리 잘났어"라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 인정"

근로복지공단은 오늘(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故)서지윤 간호사의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와 장의비 청구 사건에 대해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업무와 직장 내 상황과 관련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인정되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정신 질병은 산재인정이 가능하도록 2019년 7월 인정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산재신청과 인정비율 모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4년 137건이었던 정신질병에 대한 산재신청은 2019년에 331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산재 인정 또한 2014년 47건에서 2019년 231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산재 인정은 당연...재발 방지 위한 권고 이행해야"

산재인정 이후 유족과 시민단체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아쉬움도 드러냈는데요.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서지윤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근로복지공단의 상식적인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진상대책위가 6개월 간의 조사 끝에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내린 34개 권고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평간호사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병원경영으로 간호사들이 괴롭힘을 겪은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시급하다"면서 "아직도 서울의료원 내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하는 현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산재결정에서 드러났듯이 서 간호사의 죽음은 개인적 죽음이 아니라 서울의료원 관리자들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평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에 의한 구조적 괴롭힘에 의한 죽음이었다"며 "관련 간호관리자에 대한 징계와 평간호사 근무여건 개선, 괴롭힘이 발생할 시 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의료원은 해당 간호관리자를 경징계만 했고, 산재신청에 대해 적극 협력하라는 서울시진상대책위의 권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산재 신청과정에서 유족과 대리인이 곤란을 겪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故)서 간호사의 어머니 역시 KBS와의 통화에서 "산재를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변하는 게 없는데 앞으로 또 지윤이 같은 아이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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