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는 결국 정부 재정 풀기로?…누구에게 어떻게?

입력 2020.11.09 (18:26) 수정 2020.11.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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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목은 '통화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위기'입니다.

한국은행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4차례나 추경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돈 풀기'가 화두였던 올해, 이렇게 불어난 돈이 우리 삶을 나아지게 했는지, 아니라면 왜 아닌지를 따져보는 게 보고서의 목적입니다.


■집값 오르는데, 체감 경기는 '겨울'…왜?

집값과 주가는 오름세인데, 장사는 왜 안될까요? 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을까요? 보고서를 쓴 KDI 정대희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특수성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많이 위축된 건 서비스업의 생산 활동입니다. 손톱관리를 제공하는 '네일샵'이나 운동법을 알려주는 '헬스장, PT샵'을 생각해보면 되겠죠. 대면접촉을 꺼리면서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공장은 사람을 줄이거나 인력을 재배치해서라도 돌아가고, 재고를 쌓아둘 수도 있지만, 서비스업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남는다고 미리 일을 당겨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다시 상황이 좀 나아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두 배로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많이 온다고 2~3배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비스업이 받은 타격은 복구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서비스 업이 받은 타격은 복구되지 않는다"

타격은 서비스업이 크게 받았다, 일단 통화량을 늘리는 '약'을 썼다, 그런데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서비스업의 생산과 수요가 확 늘지는 않는다, 대신 주택시장만 가격이 올라간다. 정도로 보고서 전개를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주목해야 할 건 결론이겠죠. 이렇게 집값이 오르고, 효과도 없으니 돈 풀기를 중단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보고서는 통화공급 증가에 "실물경기를 개선하는 효과도 분명히 존재함"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책의 효과성이 축소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시 추가적인 확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 "생각보다 안 살아나더라도…돈 풀기 중단해선 안 돼"

정대희 연구위원은 "경기 완충을 위한 정책을 펴더라도 생각보다 안 살아날 가능성"이 있고, "수요 쪽에서 얼마나 빨리 반응할지, 코로나19 사태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면서도 "공급확대를 제약하는 정책, 즉 통화 긴축이나 재정 긴축은 지양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어디에? 입니다. 금리를 더 내리고, 더 많이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정부가 필요한 곳에 직접 돈을 집행하는 방식이 나을까요? 통화정책이냐 재정정책이냐, 이 갈림길에서 보고서가 가리키는 쪽은 우선 '재정정책'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펴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연준은 실직자나 작은 기업체에 직접 도달할 수단이 없다” "재정정책이 특별한 계층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얘기하면서, 정부가 돈 쓰는 걸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었죠.

■ 美 연준도, IMF와 OECD도 '적극적 재정정책'

돈을 풀어봐야 자산 시장만 부풀고, 있는 사람만 더 부유해지는 현상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IMF나 OECD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에 '적극적 재정정책'을 지속해서 권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뭘까. 두 가지가 제시됐습니다. 고용 충격 대비와 자영업자 폐업· 구조조정 지원. 정 연구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8대 소비쿠폰 발행 등 정부가 앞서 발표했던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나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공감하면서 "서비스업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정책을 말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고용 충격 대비하고 폐업·구조조정 지원해야

당분간은 나아지기 어려운 서비스업 분야의 어려움을 알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이런 절차가 부족해 결국 가계나 기업이 쓰러질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도 짚었습니다. 금융기관, 특히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의 위험투자 확대를 점검하고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재정비하자는 겁니다. 결국, 통화량 증가의 효과를 분석하는 이 보고서가 가리키고 있는 지점은 '혹독한 겨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헤어나올 길 없어" 도심 상권 줄줄이 폐업

폐업도 산 넘어 산, 위약금 청구 어쩌나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역시 같은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KBS는 앞서 자영업자 폐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기획했습니다. 당시 취재에 응한 자영업자들은 "폐업할 돈이 없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며, 폐업으로 오히려 수천만 원씩 손해를 짊어지고 불이익이 현실화한다는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 부동산도 부동산이지만, 빠뜨려서는 안 될 대책은?

지금 정부가 가장 힘줘서 준비하고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부동산 대책'일 겁니다. 국민의 불만과 불안이 가장 높은 것도, 가격이 급격한 변동을 보이는 것도, 하다못해 경제 관련 기사의 클릭 수가 가장 많은 것도 부동산 기사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가 진짜 온 힘을 다해 막아야 할 분야는 '거기'가 아니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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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위기는 결국 정부 재정 풀기로?…누구에게 어떻게?
    • 입력 2020-11-09 18:26:05
    • 수정2020-11-09 18:27:07
    취재K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목은 '통화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위기'입니다.

한국은행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4차례나 추경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돈 풀기'가 화두였던 올해, 이렇게 불어난 돈이 우리 삶을 나아지게 했는지, 아니라면 왜 아닌지를 따져보는 게 보고서의 목적입니다.


■집값 오르는데, 체감 경기는 '겨울'…왜?

집값과 주가는 오름세인데, 장사는 왜 안될까요? 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을까요? 보고서를 쓴 KDI 정대희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특수성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많이 위축된 건 서비스업의 생산 활동입니다. 손톱관리를 제공하는 '네일샵'이나 운동법을 알려주는 '헬스장, PT샵'을 생각해보면 되겠죠. 대면접촉을 꺼리면서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공장은 사람을 줄이거나 인력을 재배치해서라도 돌아가고, 재고를 쌓아둘 수도 있지만, 서비스업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남는다고 미리 일을 당겨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다시 상황이 좀 나아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두 배로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많이 온다고 2~3배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비스업이 받은 타격은 복구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서비스 업이 받은 타격은 복구되지 않는다"

타격은 서비스업이 크게 받았다, 일단 통화량을 늘리는 '약'을 썼다, 그런데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서비스업의 생산과 수요가 확 늘지는 않는다, 대신 주택시장만 가격이 올라간다. 정도로 보고서 전개를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주목해야 할 건 결론이겠죠. 이렇게 집값이 오르고, 효과도 없으니 돈 풀기를 중단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보고서는 통화공급 증가에 "실물경기를 개선하는 효과도 분명히 존재함"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책의 효과성이 축소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시 추가적인 확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 "생각보다 안 살아나더라도…돈 풀기 중단해선 안 돼"

정대희 연구위원은 "경기 완충을 위한 정책을 펴더라도 생각보다 안 살아날 가능성"이 있고, "수요 쪽에서 얼마나 빨리 반응할지, 코로나19 사태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면서도 "공급확대를 제약하는 정책, 즉 통화 긴축이나 재정 긴축은 지양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어디에? 입니다. 금리를 더 내리고, 더 많이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정부가 필요한 곳에 직접 돈을 집행하는 방식이 나을까요? 통화정책이냐 재정정책이냐, 이 갈림길에서 보고서가 가리키는 쪽은 우선 '재정정책'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펴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연준은 실직자나 작은 기업체에 직접 도달할 수단이 없다” "재정정책이 특별한 계층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얘기하면서, 정부가 돈 쓰는 걸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었죠.

■ 美 연준도, IMF와 OECD도 '적극적 재정정책'

돈을 풀어봐야 자산 시장만 부풀고, 있는 사람만 더 부유해지는 현상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IMF나 OECD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에 '적극적 재정정책'을 지속해서 권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뭘까. 두 가지가 제시됐습니다. 고용 충격 대비와 자영업자 폐업· 구조조정 지원. 정 연구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8대 소비쿠폰 발행 등 정부가 앞서 발표했던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나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공감하면서 "서비스업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정책을 말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고용 충격 대비하고 폐업·구조조정 지원해야

당분간은 나아지기 어려운 서비스업 분야의 어려움을 알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이런 절차가 부족해 결국 가계나 기업이 쓰러질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도 짚었습니다. 금융기관, 특히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의 위험투자 확대를 점검하고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재정비하자는 겁니다. 결국, 통화량 증가의 효과를 분석하는 이 보고서가 가리키고 있는 지점은 '혹독한 겨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헤어나올 길 없어" 도심 상권 줄줄이 폐업

폐업도 산 넘어 산, 위약금 청구 어쩌나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역시 같은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KBS는 앞서 자영업자 폐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기획했습니다. 당시 취재에 응한 자영업자들은 "폐업할 돈이 없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며, 폐업으로 오히려 수천만 원씩 손해를 짊어지고 불이익이 현실화한다는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 부동산도 부동산이지만, 빠뜨려서는 안 될 대책은?

지금 정부가 가장 힘줘서 준비하고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부동산 대책'일 겁니다. 국민의 불만과 불안이 가장 높은 것도, 가격이 급격한 변동을 보이는 것도, 하다못해 경제 관련 기사의 클릭 수가 가장 많은 것도 부동산 기사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가 진짜 온 힘을 다해 막아야 할 분야는 '거기'가 아니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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