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 외계인이 보낸 신호일까? 망원경에 잡힌 어느 전파

입력 2020.11.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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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호주 내륙에 있는 파크스 천문대.

지름 46m짜리 전파 망원경에 정체불명의 전파가 잡힙니다.

전파가 잡힌 시간은 1,000분의 1초로 그야말로 찰나의 시간. 그러나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포착된 전파의 에너지는 태양이 무려 만 년 동안 내뿜는 에너지양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극도의 짧은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고 사라진 정체 모를 전파. 학계는 빠른 전파 폭발(FRB, fast radio burst)이라 명명했습니다.

이후 십수 년 동안 지구 곳곳에서 빠른 전파 폭발을 탐지한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대부분 단발성이었습니다.

배경은 여전히 오리무중. 우리 은하 밖, 멀리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전파의 정체를 알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 하버드팀 "외계인이 자신의 우주선에 공급하는 동력원일 수도"

자연스레 빠른 전파 폭발을 두고 외계인설이 대두됐습니다. 외계인이 보낸 신호 같은 게 아니냐는 겁니다.

2017년 하버드 연구팀은 빠른 전파 폭발을 두고 구체적인 외계인설을 전개했습니다. 고도로 발전한 외계 문명이 자신들의 우주선에 공급하는 동력원일 수 있다는 겁니다. 멀리 떨어진 우주선에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전파를 발생해 우주선을 움직이게 한다는 가정입니다.

하버드팀은 이 정도 에너지양이면 100만 톤 무게의 우주선을 가동할 수 있을 정도라고 추정했습니다.

빠른 전파 폭발 이미지. 자료출처:NASA빠른 전파 폭발 이미지. 자료출처:NASA

이후 이어진 각국 연구팀의 연구에서 확인된 건 2가지 정도였습니다.

하나는 지구에 도달한 전파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 발생 직후 강력한 자기장이 있는 지역을 통과했다는 겁니다. 빠른 전파 폭발이 자기장을 띤 별에서 발생했거나, 혹은 생성 직후 자기장 지역을 거쳐 지구로 도달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기성이 관측됐습니다. 지난 2월 캐나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관측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6.35일마다 빠른 전파 폭발이 반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정한 양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정도 규칙성이 발견된 겁니다. 이후 영국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에서 157일 주기성을 내세웠습니다.

■ 발원지 첫 확인..다른 건 여전히 미스터리

그런데 최근 놀라운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빠른 전파 폭발의 발원지가 처음으로 확인된 겁니다. 이달 초 네이처 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캐나다와 미국 연구팀 등은 지구에서 수만 광년 떨어진 중성자별 '마그네타'에서 발생한 빠른 전파 폭발을 지난 4월 28일 발견했습니다.

이번에 감지된 빠른 전파 폭발 'FRB 200428'는 우리 은하에 있는 중성자별 마그네타 'SGR 1935'가 발원지로 밝혀졌습니다. 이 별은 지구에서 14,000광년에서 41,000광년 사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그네타는 중성자별 가운데서도 강력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 발견으로 빠른 전파 폭발의 발원지가 자기장 지역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게 됐습니다.

이번에 빠른 전파 폭발을 관측한 캐나다 전파 관측 망원경 ‘차임(CHIME)’. 자료출처:NASA이번에 빠른 전파 폭발을 관측한 캐나다 전파 관측 망원경 ‘차임(CHIME)’. 자료출처:NASA

물론 마그네타 외에 다른 발원지가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빠른 전파 폭발의 원인 또한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그동안 전혀 기원을 알 수 없었던 빠른 전파 폭발의 발원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는 점에 학계는 잔뜩 고무돼 있습니다.

정말 빠른 전파 폭발이 외계인의 신호일 가능성은 있는 걸까요. 설사 그렇더라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영국 노팅엄대 천체물리학과의 크리스토프 콘슬라이스 교수는 "외계 문명이 있더라도 문명 간 거리가 너무 멀어 소통은 불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빠른 전파 폭발이 날아온 곳을 생각하면, 빛의 속도로 짧게는 수 만 년에서 길게는 수십억 년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셈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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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톡] 외계인이 보낸 신호일까? 망원경에 잡힌 어느 전파
    • 입력 2020-11-10 11:00:16
    취재K

지난 2007년 호주 내륙에 있는 파크스 천문대.

지름 46m짜리 전파 망원경에 정체불명의 전파가 잡힙니다.

전파가 잡힌 시간은 1,000분의 1초로 그야말로 찰나의 시간. 그러나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포착된 전파의 에너지는 태양이 무려 만 년 동안 내뿜는 에너지양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극도의 짧은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고 사라진 정체 모를 전파. 학계는 빠른 전파 폭발(FRB, fast radio burst)이라 명명했습니다.

이후 십수 년 동안 지구 곳곳에서 빠른 전파 폭발을 탐지한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대부분 단발성이었습니다.

배경은 여전히 오리무중. 우리 은하 밖, 멀리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전파의 정체를 알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 하버드팀 "외계인이 자신의 우주선에 공급하는 동력원일 수도"

자연스레 빠른 전파 폭발을 두고 외계인설이 대두됐습니다. 외계인이 보낸 신호 같은 게 아니냐는 겁니다.

2017년 하버드 연구팀은 빠른 전파 폭발을 두고 구체적인 외계인설을 전개했습니다. 고도로 발전한 외계 문명이 자신들의 우주선에 공급하는 동력원일 수 있다는 겁니다. 멀리 떨어진 우주선에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전파를 발생해 우주선을 움직이게 한다는 가정입니다.

하버드팀은 이 정도 에너지양이면 100만 톤 무게의 우주선을 가동할 수 있을 정도라고 추정했습니다.

빠른 전파 폭발 이미지. 자료출처:NASA
이후 이어진 각국 연구팀의 연구에서 확인된 건 2가지 정도였습니다.

하나는 지구에 도달한 전파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 발생 직후 강력한 자기장이 있는 지역을 통과했다는 겁니다. 빠른 전파 폭발이 자기장을 띤 별에서 발생했거나, 혹은 생성 직후 자기장 지역을 거쳐 지구로 도달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기성이 관측됐습니다. 지난 2월 캐나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관측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6.35일마다 빠른 전파 폭발이 반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정한 양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정도 규칙성이 발견된 겁니다. 이후 영국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에서 157일 주기성을 내세웠습니다.

■ 발원지 첫 확인..다른 건 여전히 미스터리

그런데 최근 놀라운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빠른 전파 폭발의 발원지가 처음으로 확인된 겁니다. 이달 초 네이처 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캐나다와 미국 연구팀 등은 지구에서 수만 광년 떨어진 중성자별 '마그네타'에서 발생한 빠른 전파 폭발을 지난 4월 28일 발견했습니다.

이번에 감지된 빠른 전파 폭발 'FRB 200428'는 우리 은하에 있는 중성자별 마그네타 'SGR 1935'가 발원지로 밝혀졌습니다. 이 별은 지구에서 14,000광년에서 41,000광년 사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그네타는 중성자별 가운데서도 강력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 발견으로 빠른 전파 폭발의 발원지가 자기장 지역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게 됐습니다.

이번에 빠른 전파 폭발을 관측한 캐나다 전파 관측 망원경 ‘차임(CHIME)’. 자료출처:NASA
물론 마그네타 외에 다른 발원지가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빠른 전파 폭발의 원인 또한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그동안 전혀 기원을 알 수 없었던 빠른 전파 폭발의 발원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는 점에 학계는 잔뜩 고무돼 있습니다.

정말 빠른 전파 폭발이 외계인의 신호일 가능성은 있는 걸까요. 설사 그렇더라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영국 노팅엄대 천체물리학과의 크리스토프 콘슬라이스 교수는 "외계 문명이 있더라도 문명 간 거리가 너무 멀어 소통은 불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빠른 전파 폭발이 날아온 곳을 생각하면, 빛의 속도로 짧게는 수 만 년에서 길게는 수십억 년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셈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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