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난개발]③ 호텔 허물고 꼼수 주거단지?…“허가 못한다”

입력 2020.11.10 (14:19) 수정 2020.11.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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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해운대그랜드호텔 터에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계획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의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심해지는 건 물론이고, 인근 다른 호텔도 잇따라 이런 용도변경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데요.

그야말로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이 대규모 주거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잇단 KBS 보도에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이 의견을 내놨습니다. 해운대 바닷가 일대에 '꼼수 주거단지' 건립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국내 최대 관광특구인 해운대 해변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 해운대구청 "시민·관광객 이용 가능한 관광 시설로 개발해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운대그랜드호텔 땅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고 부산시 건축심의를 통과해야 현재 기준높이 70m가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 바다를 둘러싼 관광특구에 자리한 만큼 개발에 있어선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해운대구청은 그랜드호텔 부지에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계획을 부산 시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찬성할 사람이 없을 거라며 당초 목적대로 관광호텔로 개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많은 사업자들이 일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곳을 골라 생활형 숙박시설 형태로 개발을 추진하는 걸 모르지 않는다"면서 "도시 전체의 계획 속에서 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는 특급 관광호텔이 영업하던 자리인 만큼,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이나 관광시설로 개발한다면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 터에는 공익시설을 짓는 등 인센티브를 받으면 최고 90m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고, 이 최고 높이마저 건축 심의를 통해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모든 법적 근거를 동원해 인센티브를 충분히 받으려고 할 것이고, 그걸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할 것" 이라며 "해운대구에서는 그런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해 조금의 의혹도 남지 않는 건축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통제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생활형 숙박시설 추진 계획 반대"…부산시·정치권 한목소리

부산시도 그랜드호텔 땅의 난개발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 한 고위 관계자는 KBS 취재진에게 "사업자인 MDM플러스 측이 사실상 주거시설인 생활형 숙박시설을 해운대 해변에 추진하는 계획에 반대하며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건축 전문가들 역시 이처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MDM 측이 추진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정치권도 해운대 해변에 추진 중인 생활형 숙박시설은 1가구 다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투기성 아파트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논평을 통해 '해운대를 사유화하다시피 한 엘시티 사례처럼, 해운대 해수욕장이 관광지의 기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바닷가에 들어선 각종 주거단지의 산책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심윤정 국민의힘 부산시당 부대변인은 "주차량, 통행량, 학령인구 발생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와 피해는 시민들이 보게 된다" 며 "그랜드호텔 터에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불허 방침을 지속해서 촉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호텔 노동자들 8개월째 점거 농성…MDM 측은 건물 철거 준비

이런 가운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근무하다 급작스럽게 해고당한 노동자 일부는 호텔 매각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고,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8개월째 호텔 지하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MDM 측은 법원 판결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퇴거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해당 판결은 노조를 상대로 한 것으로, 호텔 내 점거 중인 노동자들은 이미 노조를 탈퇴했다'고 주장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점거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외부로부터 물이나 음식 등 생활필수품조차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노조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현재 사업자인 MDM 측은 구청에 호텔 건물 철거 신고를 하고 호텔 주변에 울타리를 친 채 나무와 표지석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철거할 준비에 들어간 겁니다.

하지만 MDM은 여전히 2천5백억 원에 가까운 호텔 터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제대로 된 계획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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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 난개발]③ 호텔 허물고 꼼수 주거단지?…“허가 못한다”
    • 입력 2020-11-10 14:19:14
    • 수정2020-11-10 14:20:49
    취재K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해운대그랜드호텔 터에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계획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의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심해지는 건 물론이고, 인근 다른 호텔도 잇따라 이런 용도변경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데요.

그야말로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이 대규모 주거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잇단 KBS 보도에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이 의견을 내놨습니다. 해운대 바닷가 일대에 '꼼수 주거단지' 건립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국내 최대 관광특구인 해운대 해변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 해운대구청 "시민·관광객 이용 가능한 관광 시설로 개발해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운대그랜드호텔 땅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고 부산시 건축심의를 통과해야 현재 기준높이 70m가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 바다를 둘러싼 관광특구에 자리한 만큼 개발에 있어선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해운대구청은 그랜드호텔 부지에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계획을 부산 시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찬성할 사람이 없을 거라며 당초 목적대로 관광호텔로 개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많은 사업자들이 일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곳을 골라 생활형 숙박시설 형태로 개발을 추진하는 걸 모르지 않는다"면서 "도시 전체의 계획 속에서 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지는 특급 관광호텔이 영업하던 자리인 만큼,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이나 관광시설로 개발한다면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해운대그랜드호텔 터에는 공익시설을 짓는 등 인센티브를 받으면 최고 90m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고, 이 최고 높이마저 건축 심의를 통해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모든 법적 근거를 동원해 인센티브를 충분히 받으려고 할 것이고, 그걸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할 것" 이라며 "해운대구에서는 그런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해 조금의 의혹도 남지 않는 건축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통제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생활형 숙박시설 추진 계획 반대"…부산시·정치권 한목소리

부산시도 그랜드호텔 땅의 난개발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 한 고위 관계자는 KBS 취재진에게 "사업자인 MDM플러스 측이 사실상 주거시설인 생활형 숙박시설을 해운대 해변에 추진하는 계획에 반대하며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건축 전문가들 역시 이처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MDM 측이 추진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정치권도 해운대 해변에 추진 중인 생활형 숙박시설은 1가구 다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투기성 아파트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논평을 통해 '해운대를 사유화하다시피 한 엘시티 사례처럼, 해운대 해수욕장이 관광지의 기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바닷가에 들어선 각종 주거단지의 산책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심윤정 국민의힘 부산시당 부대변인은 "주차량, 통행량, 학령인구 발생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와 피해는 시민들이 보게 된다" 며 "그랜드호텔 터에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불허 방침을 지속해서 촉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호텔 노동자들 8개월째 점거 농성…MDM 측은 건물 철거 준비

이런 가운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근무하다 급작스럽게 해고당한 노동자 일부는 호텔 매각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고,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8개월째 호텔 지하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MDM 측은 법원 판결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퇴거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해당 판결은 노조를 상대로 한 것으로, 호텔 내 점거 중인 노동자들은 이미 노조를 탈퇴했다'고 주장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점거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외부로부터 물이나 음식 등 생활필수품조차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노조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현재 사업자인 MDM 측은 구청에 호텔 건물 철거 신고를 하고 호텔 주변에 울타리를 친 채 나무와 표지석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철거할 준비에 들어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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