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스가 선언’ 가능할까?

입력 2020.11.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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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오늘 오후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났습니다. 총리 관저에서 가진 30분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 모종의 카드가 오간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습니다. 박 원장은 스가 정권 출범 이후 일본을 방문한 한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 전했다"

박지원 원장은 스가 총리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며 "대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은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입니다.

박지원 원장은 "스가 총리에게 충분히 의견을 전했다"면서 "한일 양국 정상이 해결해야 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계속 대화를 하면 잘 되리라 본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설명은 아꼈습니다

■ 문재인-스가 선언 나올 수 있을까?

외교가에서는 박지원 원장이 스가 총리에서 22년 전 '김대중-오부치 선언'같은 새로운 한일 관계의 방향을 담은 공동선언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21세기 한·일 새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1998년 한일 두 정상의 공동선언으로 당시 오부치 총리는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점을 인정하고 사죄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박지원 원장이 화두를 던졌을 가능성이 있는 한일정상의 새 공동 선언에 대한 구상은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실무 차원에서 풀 문제들을 남겨두고, 정치적 화해를 선언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입니다. 이런 전망은 박 원장이 스가 총리를 면담하기 전에 만난 상대들의 면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습니다.

그제 일본에 건너간 박지원 원장은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을 만났습니다.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내각정보조사관 등 당국자를 만나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특히 니카이 간사장은 스가 정권 탄생 과정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인 동시에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 탄생 과정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8년 선언 때 청와대 공보수석이었던 박 원장은 한일 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모델을 강조해왔습니다. 한국 지도자는 DJ처럼, 일본 지도자가 오부치처럼만 한다면 양국 관계는 풀릴 거라고 해법을 강조해왔습니다.

마침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올림픽, 관계 개선 계기 될까?

박 원장은 스가 총리 면담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문제 등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입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이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딱 부러진 참여 방침을 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자 문제와 관련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 제시되지 않으면 참석이 어렵다는 게 일본 입장으로 보입니다.

박 원장의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가 뚫린다면 한중일 정상회의와 함께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동북아 평화와 공동 번영의 계기가 될지도 주목됩니다.

한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면서 남북미 간 대화가 시작된 경험이 있습니다. 스가 총리도 지난 5일 "(도쿄올림픽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이후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도 12일부터 방일해 일본 국회의원들과 만납니다. 양국간 교류 확대는 그 자체로 긍정적 신호입니다. 잦은 만남이 실질적인 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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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스가 선언’ 가능할까?
    • 입력 2020-11-10 19:03:33
    취재K

일본을 방문 중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오늘 오후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났습니다. 총리 관저에서 가진 30분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 모종의 카드가 오간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습니다. 박 원장은 스가 정권 출범 이후 일본을 방문한 한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 전했다"

박지원 원장은 스가 총리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며 "대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은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입니다.

박지원 원장은 "스가 총리에게 충분히 의견을 전했다"면서 "한일 양국 정상이 해결해야 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계속 대화를 하면 잘 되리라 본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설명은 아꼈습니다

■ 문재인-스가 선언 나올 수 있을까?

외교가에서는 박지원 원장이 스가 총리에서 22년 전 '김대중-오부치 선언'같은 새로운 한일 관계의 방향을 담은 공동선언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21세기 한·일 새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1998년 한일 두 정상의 공동선언으로 당시 오부치 총리는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점을 인정하고 사죄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박지원 원장이 화두를 던졌을 가능성이 있는 한일정상의 새 공동 선언에 대한 구상은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실무 차원에서 풀 문제들을 남겨두고, 정치적 화해를 선언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입니다. 이런 전망은 박 원장이 스가 총리를 면담하기 전에 만난 상대들의 면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습니다.

그제 일본에 건너간 박지원 원장은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을 만났습니다.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내각정보조사관 등 당국자를 만나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특히 니카이 간사장은 스가 정권 탄생 과정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인 동시에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 탄생 과정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8년 선언 때 청와대 공보수석이었던 박 원장은 한일 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모델을 강조해왔습니다. 한국 지도자는 DJ처럼, 일본 지도자가 오부치처럼만 한다면 양국 관계는 풀릴 거라고 해법을 강조해왔습니다.

마침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올림픽, 관계 개선 계기 될까?

박 원장은 스가 총리 면담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문제 등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입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이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딱 부러진 참여 방침을 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자 문제와 관련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 제시되지 않으면 참석이 어렵다는 게 일본 입장으로 보입니다.

박 원장의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가 뚫린다면 한중일 정상회의와 함께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동북아 평화와 공동 번영의 계기가 될지도 주목됩니다.

한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면서 남북미 간 대화가 시작된 경험이 있습니다. 스가 총리도 지난 5일 "(도쿄올림픽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이후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도 12일부터 방일해 일본 국회의원들과 만납니다. 양국간 교류 확대는 그 자체로 긍정적 신호입니다. 잦은 만남이 실질적인 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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