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내놓은 천만 원짜리 롤렉스 시계가 사라졌다

입력 2020.11.11 (06:00) 수정 2020.11.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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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10시쯤, 모바일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 마켓'에 시계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1천 80만 원 짜리 롤렉스 시계였습니다. 몇 시간 뒤 이 시계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물건만 확실하면 10분 내로 송금하겠다"

38살 서 모 씨는 돈이 필요해 올봄에 산 롤렉스 시계를 당근마켓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최근 당근마켓에 사건사고가 많긴 하지만 본인 인증과 GPS를 통한 위치인증을 하는 만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 씨가 판매 글을 올린지 몇 분 지나지 않은 오후 10시 22분, "지방 출장 중이라 택배 거래를 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A 씨로부터 도착했습니다. 값나가는 물건인 만큼 직거래를 원했지만, "물건만 확실하면 택배 송장과 택배 보관함에 물건을 넣은 사진까지 받고 10분 내로 송금하겠다"라는 A 씨의 말에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6일 서 씨가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한 시계 지난 6일 서 씨가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한 시계

주말에는 우체국이 문을 닫다 보니 서 씨는 편의점 택배를 보내기로 합니다. A 씨 역시 "편의점이 요즘에는 더 안전하더라"고 응답합니다. A 씨는 포장 과정, 구매 영수증 등을 꼼꼼히 물어보고, 어느 편의점으로 보낼지를 서 씨에게 물었습니다. C사 편의점을 이용할 거라는 서 씨의 말에 A 씨는 어느 지점인지를 재차 묻습니다. '송장 조회를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서 씨는 "(이전에) 당한 게 있어서 깐깐히" 한다는 A 씨의 말에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송장도 찍어 보냈습니다.

■ "은행 점검 때문에… 30분 뒤에 입금하겠다"

밤 11시 30분, 서 씨가 택배 접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A 씨는 돈을 입금하지 않은 채 주민번호 뒷자리를 가린 신분증, 통장 사본, 주소가 나온 신분증 사진을 지속해서 요구했습니다. 서 씨가 '내가 이래서 직거래를 하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 A 씨가 갑자기 '은행이 점검에 들어갔다'며 '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미 거래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무르기 힘들었던 서 씨, 돈이 입금될 때까지 편의점 근처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천만 원짜리 시계가 들어 있는 택배 상자를 놓고 떠나기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서 씨는 근처에 대놓은 차 안에서 입금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A 씨와 서 씨의 대화 내용A 씨와 서 씨의 대화 내용
입금 가능한 시간인 오전 12시 30분이 될 때까지 A 씨는 '왜 이렇게 저렴하게 올렸냐', '살 때는 얼마 주고 샀냐',
언제 샀냐' 등을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입금 전에 택배함에 있는 걸 찍어서 보내 달라'는 요구에 서 씨가 택배보관함 문을 열었을 때, 택배 상자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 편의점 택배 허점 활용한 신종 수법

서 씨는 곧장 편의점을 통해 CCTV를 확인했고,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오전 12시 20분쯤 택배 상자를 가져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경찰도 A 씨가 서 씨에게 '어느 편의점 어느 지점이냐'를 물은 직후인 오후 11시 20분쯤 같은 인상착의의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와 택배보관함 위치를 확인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은 뒤 편의점을 몇 바퀴 돌다 나간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인근 CCTV 등을 토대로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그를 쫓고 있습니다. A 씨는 사건 이후 지금까지 전화를 꺼 놓고 있습니다. 뒤늦게 확인한 A 씨의 프로필에는 '부산에 출장을 왔다'던 A 씨의 말과 달리 사건 당일인 6일 당근마켓에 가입하고, 위치도 '반포동'으로 인증돼 있었습니다.

■ 편의점 택배 관리 우려도 제기

서 씨는 "택배 배송이 불안하긴 했지만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그걸 가져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 했다"며 자책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편의점 택배 분실 사고가 많은 만큼 이런 수법에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또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보한 배경을 밝혔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편의점 택배 분실과 관련한 글이 다수 올라와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편의점 택배 분실과 관련한 글이 다수 올라와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편의점 택배 관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택배 상자를 별도의 공간이 아닌 건물 입구 등에 쌓아 두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편의점 택배 분실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용자들도 이런 신종 범죄 수법을 고려해, 값비싼 물건을 보낼 때는 각별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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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마켓에 내놓은 천만 원짜리 롤렉스 시계가 사라졌다
    • 입력 2020-11-11 06:00:36
    • 수정2020-11-11 08:39:00
    취재K
지난 6일 오후 10시쯤, 모바일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 마켓'에 시계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1천 80만 원 짜리 롤렉스 시계였습니다. 몇 시간 뒤 이 시계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물건만 확실하면 10분 내로 송금하겠다"

38살 서 모 씨는 돈이 필요해 올봄에 산 롤렉스 시계를 당근마켓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최근 당근마켓에 사건사고가 많긴 하지만 본인 인증과 GPS를 통한 위치인증을 하는 만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 씨가 판매 글을 올린지 몇 분 지나지 않은 오후 10시 22분, "지방 출장 중이라 택배 거래를 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A 씨로부터 도착했습니다. 값나가는 물건인 만큼 직거래를 원했지만, "물건만 확실하면 택배 송장과 택배 보관함에 물건을 넣은 사진까지 받고 10분 내로 송금하겠다"라는 A 씨의 말에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6일 서 씨가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한 시계
주말에는 우체국이 문을 닫다 보니 서 씨는 편의점 택배를 보내기로 합니다. A 씨 역시 "편의점이 요즘에는 더 안전하더라"고 응답합니다. A 씨는 포장 과정, 구매 영수증 등을 꼼꼼히 물어보고, 어느 편의점으로 보낼지를 서 씨에게 물었습니다. C사 편의점을 이용할 거라는 서 씨의 말에 A 씨는 어느 지점인지를 재차 묻습니다. '송장 조회를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서 씨는 "(이전에) 당한 게 있어서 깐깐히" 한다는 A 씨의 말에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송장도 찍어 보냈습니다.

■ "은행 점검 때문에… 30분 뒤에 입금하겠다"

밤 11시 30분, 서 씨가 택배 접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A 씨는 돈을 입금하지 않은 채 주민번호 뒷자리를 가린 신분증, 통장 사본, 주소가 나온 신분증 사진을 지속해서 요구했습니다. 서 씨가 '내가 이래서 직거래를 하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 A 씨가 갑자기 '은행이 점검에 들어갔다'며 '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미 거래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무르기 힘들었던 서 씨, 돈이 입금될 때까지 편의점 근처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천만 원짜리 시계가 들어 있는 택배 상자를 놓고 떠나기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서 씨는 근처에 대놓은 차 안에서 입금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A 씨와 서 씨의 대화 내용입금 가능한 시간인 오전 12시 30분이 될 때까지 A 씨는 '왜 이렇게 저렴하게 올렸냐', '살 때는 얼마 주고 샀냐',
언제 샀냐' 등을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입금 전에 택배함에 있는 걸 찍어서 보내 달라'는 요구에 서 씨가 택배보관함 문을 열었을 때, 택배 상자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 편의점 택배 허점 활용한 신종 수법

서 씨는 곧장 편의점을 통해 CCTV를 확인했고,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오전 12시 20분쯤 택배 상자를 가져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경찰도 A 씨가 서 씨에게 '어느 편의점 어느 지점이냐'를 물은 직후인 오후 11시 20분쯤 같은 인상착의의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와 택배보관함 위치를 확인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은 뒤 편의점을 몇 바퀴 돌다 나간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인근 CCTV 등을 토대로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그를 쫓고 있습니다. A 씨는 사건 이후 지금까지 전화를 꺼 놓고 있습니다. 뒤늦게 확인한 A 씨의 프로필에는 '부산에 출장을 왔다'던 A 씨의 말과 달리 사건 당일인 6일 당근마켓에 가입하고, 위치도 '반포동'으로 인증돼 있었습니다.

■ 편의점 택배 관리 우려도 제기

서 씨는 "택배 배송이 불안하긴 했지만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그걸 가져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 했다"며 자책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편의점 택배 분실 사고가 많은 만큼 이런 수법에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또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보한 배경을 밝혔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편의점 택배 분실과 관련한 글이 다수 올라와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편의점 택배 관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택배 상자를 별도의 공간이 아닌 건물 입구 등에 쌓아 두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편의점 택배 분실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용자들도 이런 신종 범죄 수법을 고려해, 값비싼 물건을 보낼 때는 각별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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