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길이 50m 대규모 ‘진흙가마’ 발견…“해남이 청자 생산지 가능성”

입력 2020.11.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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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겨울철 별미인 고구마나 일출과 일몰 명소로 유명한 땅끝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하지만 해남 하면 유명한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고려청자' 입니다. 해남 화원면 일대에는 고려 시대 청자를 굽던 가마터 90여 개가 모여 있는데요. 확인된 가마터만 59개에 이릅니다. 이는 해남이 고려 시대 청자 생산 거점이었음을 증명합니다. 초기 청자 가마가 집단으로 분포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유적지인 해남. 이번엔 여기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청자 생산용 진흙 가마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길이 50m 규모…. 국내 진흙 가마 가운데 최대


고려 청자를 굽는 가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벽돌을 쌓아 만든 '전축요'와 흙을 쌓아 만든 '토축요'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청자 가마는 진흙 가마인 '토축요'인데요. 길이만 50m에 달합니다. 5톤 화물차 3대를 일렬로 세워놓은 것보다 긴 길이입니다. 국내에서 발견된 토축요, 즉 진흙 가마 가운데에선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그동안 남서부지역에서 발견됐던 초기 청자가마는 길이가 약 20m 내외인 소규모 토축요 였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초기 청자는 굽 깎음이 매우 단정하고, 중국 월주요 청자와 유사한 올리브 그린의 색상을 띄고 있습니다. 월주요의 비색 청자를 구현한 당대 최고급 청자로, 전남 강진보다 빠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군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열효율 높이기 위한 최첨단 신기술 '불창시설'도 발견


특히 이번에 발견된 가마에선 지금껏 초기 청자 가마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구조도 확인됐습니다. 가마 내부의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인 '불창시설'입니다. 불창시설은 가마 안에 약 2.5m 간격으로 돌기둥을 설치한 시설입니다. 일반 청자 가마는 아래에서 불을 피우면 곧장 위로 올라가 버리는 반면, 불창시설이 있는 가마의 경우 돌기둥이 불을 머무르게 하고 회전하게 해 높은 화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마 1개에서 발견된 불창시설만 무려 4개. 우리나라 청자가마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고급 비색청자 구현에 쓰이던 당대 최첨단 기술입니다.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이 불창시설이 확인되면서 이 당시에 매우 높은 기술력을 가졌던 장인집단들이 청자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해남이 청자 생산지일 수 있어." 학계에서 가능성 제기


한국 청자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 발생했는지는 아직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해남에서 초대형 진흙 가마와 불창시설이 발견되면서, 학계에선 해남이 최초의 청자 생산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남에서 생산된 청자들은 중부지역에서 생산된 청자보다 생산시기가 늦다고 판단됐습니다. 하지만 중부지역의 진흙가마 규모는 해남의 것처럼 길이 50m 정도로 크지도 않고, 불창시설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남에서 먼저 불창시설을 갖춘 진흙가마로 청자 생산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변남주 국민대학교 한국 섬 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에서 직접 청자 제조기술이 들어와서 불창시설을 만들고 거대한 가마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고 이번 발굴조사의 의미를 평가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청자 생산 거점이었던 해남군에서 발견된 초대형 진흙 가마와 불창시설이 한반도 청자 발생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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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1 16:56:05
    취재K

전남 해남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겨울철 별미인 고구마나 일출과 일몰 명소로 유명한 땅끝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하지만 해남 하면 유명한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고려청자' 입니다. 해남 화원면 일대에는 고려 시대 청자를 굽던 가마터 90여 개가 모여 있는데요. 확인된 가마터만 59개에 이릅니다. 이는 해남이 고려 시대 청자 생산 거점이었음을 증명합니다. 초기 청자 가마가 집단으로 분포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유적지인 해남. 이번엔 여기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청자 생산용 진흙 가마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길이 50m 규모…. 국내 진흙 가마 가운데 최대


고려 청자를 굽는 가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벽돌을 쌓아 만든 '전축요'와 흙을 쌓아 만든 '토축요'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청자 가마는 진흙 가마인 '토축요'인데요. 길이만 50m에 달합니다. 5톤 화물차 3대를 일렬로 세워놓은 것보다 긴 길이입니다. 국내에서 발견된 토축요, 즉 진흙 가마 가운데에선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그동안 남서부지역에서 발견됐던 초기 청자가마는 길이가 약 20m 내외인 소규모 토축요 였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초기 청자는 굽 깎음이 매우 단정하고, 중국 월주요 청자와 유사한 올리브 그린의 색상을 띄고 있습니다. 월주요의 비색 청자를 구현한 당대 최고급 청자로, 전남 강진보다 빠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군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열효율 높이기 위한 최첨단 신기술 '불창시설'도 발견


특히 이번에 발견된 가마에선 지금껏 초기 청자 가마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구조도 확인됐습니다. 가마 내부의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인 '불창시설'입니다. 불창시설은 가마 안에 약 2.5m 간격으로 돌기둥을 설치한 시설입니다. 일반 청자 가마는 아래에서 불을 피우면 곧장 위로 올라가 버리는 반면, 불창시설이 있는 가마의 경우 돌기둥이 불을 머무르게 하고 회전하게 해 높은 화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마 1개에서 발견된 불창시설만 무려 4개. 우리나라 청자가마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고급 비색청자 구현에 쓰이던 당대 최첨단 기술입니다.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이 불창시설이 확인되면서 이 당시에 매우 높은 기술력을 가졌던 장인집단들이 청자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해남이 청자 생산지일 수 있어." 학계에서 가능성 제기


한국 청자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 발생했는지는 아직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해남에서 초대형 진흙 가마와 불창시설이 발견되면서, 학계에선 해남이 최초의 청자 생산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남에서 생산된 청자들은 중부지역에서 생산된 청자보다 생산시기가 늦다고 판단됐습니다. 하지만 중부지역의 진흙가마 규모는 해남의 것처럼 길이 50m 정도로 크지도 않고, 불창시설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남에서 먼저 불창시설을 갖춘 진흙가마로 청자 생산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변남주 국민대학교 한국 섬 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에서 직접 청자 제조기술이 들어와서 불창시설을 만들고 거대한 가마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고 이번 발굴조사의 의미를 평가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청자 생산 거점이었던 해남군에서 발견된 초대형 진흙 가마와 불창시설이 한반도 청자 발생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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